고소한 맛이 일품 ‘양미리’, ‘까나리’로 불러야 한다고
고소한 맛이 일품 ‘양미리’, ‘까나리’로 불러야 한다고
  • 배석환
  • 승인 2022.11.02 18:30
  • 호수 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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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양미리 조직분석 결과 서해 까나리와 대부분 일치
전문가 동해 양미리 교잡종으로 진화 연구결과 주목해야
손바닥 크기정도의 까나리
손바닥 크기정도의 까나리
연안자망어선으로 어획되는 양미리
연안자망어선으로 어획되는 양미리
자망 그물코에 박힌 양미리
자망 그물코에 박힌 양미리

 

고소한 맛이 좋아 찬바람이 부는 11월 많이 찾는 양미리. 김장김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액젓의 재료인 까나리. 두 어종 모두 몸이 가늘고 긴 원통형으로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지만 그 크기가 다르고 어획되는 지역이 양미리는 동해, 까나리는 서해에서 나오기 때문에 같은 어종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이 두 어종이 같은 종이며 어류도감에 표준명 양미리라는 다른 어종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양미리로 알고 있는 어종의 명칭을 ‘까나리’로 바꿔야 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가 양미리로 알고 있는 어종은 강원도 속초, 고성에서 주로 어획된다. 11월이 되면 이 지역 선착장에서는 그물코에 박힌 은빛 양미리를 떼어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생긴 것은 장어를 닮았고 성체는 30㎝까지 자란다. 

연탄불 위에 별다른 손질 없이 통째로 올려 두고 굵은 소금으로 간간하게 간을 해주면서 타지 않게 여러 번 뒤집으면 고소한 냄새가 일품인 양미리구이가 완성된다. 양미리 자체가 워낙 저렴한 생선이라 양미리구이는 지갑이 넉넉지 않은 서민들의 술안주로 사랑을 받아왔다.

새벽에 조업이 이뤄지는데 양미리의 먹이 습성 때문이다. 보통 연안의 모래 속에 은신하고 있다가 동틀 무렵 먹이 사냥을 시작하기 위해 표면으로 나온다. 이때 미리 설치해 둔 그물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과거 기록을 보면 양미리는 겨울철 어가 경제에 도움을 주는 효자 어종으로 1990년대 경우 3000~6000만 원의 소득을 올렸고 사람들이 먹기도 하지만 사료용으로도 많이 사용돼 조업에 나서는 어선이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어획량에 비해 소비량이 현저히 줄어들어 이제는 양미리 조업에 나서는 어선들이 손에 꼽을 정도라 한다.

이러한 양미리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어종이 동해 강원도 정 반대편인 서해에서 나오는데 쿰쿰한 액젓의 재료인 ‘까나리’다. 까나리는 농어목 까나리과에 속하며 몸이 가늘고 긴 원통형 생선으로 그 크기는 멸치보다 약간 더 크고 다 자라도 10㎝를 넘지 않는다. 4월부터 6월까지 우리나라 서해안 근해에서 많이 잡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백령도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도 까나리를 멸치의 한 종류에 해당하고 국에 넣거나 젓갈로 만들고 말려서 포로 만든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멸치처럼 작고 성질이 급해 그물에 담겨 올라오는 까나리를 어선에 풀어 놓으면 찬란한 은빛 비늘이 생생한 채로 빠르게 팔딱거리다가 어느 순간 청록색으로 변해 죽어있다. 이 때문에 까나리 조업 어선들은 조금이라도 선도를 높이기 위해 선상에서 크기별로 구별하고 곧바로 손질에 들어간다. 자랄수록 그 몸속에 지방 성분이 많아지는 까나리는 5월 하순 이후에는 말리지 않고 어획량의 대부분을 액젓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이렇듯 어획되는 계절과 나오는 바다가 다른 것은 물론 먹는 방법이 다른데도 같은 어종이라 하는 근거는 서해 까나리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동해 양미리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일부가 같은 종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두 어종의 크기가 너무도 다른 것에 대해서는 뚜렷한 과학적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해에서 자란 어린 까나리가 동해로 이동해 성체가 된다는 의견과 서해와 동해의 환경적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동해에서 나고 자란 까나리가 더 크게 성장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진규 부경대교수는 “서해 연안 까나리가 연안수를 따라 남해서부, 남해중부까지 이동했다가 남해에서 산란을 하는 것은 확인됐지만 동해로 이동해 산란을 하는 개체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며 서해의 어린 까나리가 동해에서 성체로 자란 것이란 주장은 확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서해 까나리와 현재 강원도 속초나 고성에서 어획되는 양미리가 완벽히 같은 종은 아니다”며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진행중이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동해에서 나고 자란 까나리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유입된 까나리는 물론 어류도감에 표준명 양미리라 분류된 종과 교배를 통해 교잡종으로 변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하며 서해 까나리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강원도 양미리를 같은 종으로 보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다시 말해 강원도에서 현재 양미리라 불리며 구이와 조림으로 먹고 있는 어종과 서해의 까나리가 그 기원이 같을 수는 있다. 하지만 동해에 정착한 까나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이유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양미리라 불리게 됐고 그 곳 환경에 적응하며 교잡종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류도감에 양미리라는 표준명을 가지고 있는 큰가시고기목 양미리과에 속하는 어종이 동해에 서식하고 있음에도 같은 이름으로 부르면서 생기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까나리로 불러야 한다는 입장도 타당성이 있지만 교잡종이란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명칭을 까나리로 통일시켜야 하는 문제는 좀 더 많은 연구결과가 나온 뒤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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