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을수록 퍼져 나오는 감칠맛 양반 고기 ‘문어’
씹을수록 퍼져 나오는 감칠맛 양반 고기 ‘문어’
  • 배석환
  • 승인 2022.10.26 17:25
  • 호수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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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문어’는 ‘대문어’로 돌문는 ‘참문어’로 불러야
부드러운 식감을 원한다면 낙지 닮은 ‘발문어’

같은듯 다르고 요리해 놓으면 더 구분이 힘든 것이 수산물입니다. 또 시장이나 식당에서는 무슨 뜻인지 알다가도 모를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어업in수산이 소소한 수산 상식을 매주 알려드립니다.

문어는 4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서식하고 있는 수산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300여 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8~9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오래된 시간만큼이나 각종 설화에 자주 등장해 때론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반 고기’라고도 불리는데 바다 깊은 곳에서 최대한 몸을 낮춰 서식하는 습성 때문이다. 또한 문어가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갈 때 뿜어내는 먹물이 옛 선비를 상징하는 먹물과 같은 것으로 여겨 이름에 ‘문(文)’자를 써서 문어라고 부르고 있다.

실제 문어는 바다생물 중 지능이 높은 편에 속하며 3억 개의 신경세포를 지닌 어류다. 분류학상 두족류에 속하는데 다리가 머리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머리로 생각하는 둥근 부분은 몸통이며 다리와 몸통이 열결된 가운데 부분이 머리다. 

8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 다리에 매끈한 빨판이 달려 촘촘하게 배열돼 있다. 빨판으로 먹이를 흡수하는 것 같지만 다리가 모이는 부분에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 단단한 조개류 패각을 깨고 알맹이를 먹을 수 있다.

이러한 문어의 생김새에 대해 정약전이 집필한 ‘자산어보’에는 다음과 같이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다. ‘큰 놈은 길이가 여덟아홉 자, 머리는 둥글고 머리 밑에 어깨뼈처럼 여덟 개의 긴 다리가 나와 있다. 다리 밑 한쪽에는 국화꽃과 같은 단화가 서로 맞붙어서 줄을 이루고 있다. 이것으로써 물체에 흡착한다. 여덟 개의 다리 복판에는 한 개의 구멍이 있는데 이것이 입이다. 입에는 이빨이 두 개 있다. 이빨은 매의 부리와 같이 매우 단단하고 강하다.’ 아마도 다른 어류와 무척이나 달랐던 문어의 생김새에 관심이 생겨서 유달리 세심하게 관찰했을 것이다.

씹는 맛이 좋은 쫄깃한 문어지만 수산물 강국인 유럽 여러 나라의 경우 문어가 많이 나옴에도 썩 즐겨 먹지 않는다. 종교적 이유, 외형에서 오는 거부감 등 전통적으로 문어를 먹어서는 안되는 수산물로 여기는 관습이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 일본 등 아시아국가에서는 예부터 즐겨온 수산물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동해를 끼고 지역에서는 관혼상제에 올라가는 수산물이다. 또한 다양한 요리법이 존재하는 고급 음식재료에 속하고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한 번쯤 맛봤을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서식하는 8~9종의 문어 중 우리네 식탁에 올라는 종은 ‘대문어’, ‘발문어’, ‘참문어’ 3가지 정도다. 매년 문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지만 2009년 1만 5000톤으로 가장 많은 어획량을 보인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참문어의 경우 지난해부터 5월부터 6월까지 금어기로 지정됐다. 또한 대문어는 어업인들이 자체적으로 금어기를 정해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있으며 금지체중을 기존 400g에서 600g으로 상향 조정했다.

대문어와 참문어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식감이 대문어가 부드럽고 참문어가 더 쫄깃하다고 하지만 삶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구별법은 아니다. 생물 상태에서 차이점은 대문어의 경우 몸통에 세로방향의 물결 무늬가 있고 참문어는 다각형의 무늬가 새겨져 있다. 

▲ 대문어
동해에서 주로 나오는 대문어는 ‘피문어’라고도 불리고 실제 대문어가 나오는 지역의 일부 수산시장에서는 피문어를 찾는다고 해야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 피문어라는 명칭은 대문어를 잡아서 말리거나 삶으면 그 껍질 빛깔이 붉게 변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숙한 문어의 껍질을 벗겨내면 하얀 속살이 나오는데 이로 인해 ‘백문어’라 부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 자란 성체는 50㎏까지 나가며 그 크기가 사람보다 큰 경우가 있어 해녀들이 대문어를 잡을 때는 신중을 기해 잡는다고 한다. 자칫 빨판이 얼굴에 달라 붙으면 숨을 쉴 수 없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주로 삶아서 숙회로 먹는데 오래 삶으면 질겨지는 특징이 있다. 이에 삶은 문어인 자숙문어를 구매하는 것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크기에 따라 삶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자칫 오래 삶아 질겨질 수도 있고 살아있는 대문어를 손질하는 자체가 일반 가정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

▲ 참문어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지만 남해에서 주로 어획되는 참문어는 전라남도 여수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대문어가 낚시나 통발을 통해 주로 어획되는 반면 참문어는 길쭉한 항아리 모양의 문어단지를 이용해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체가 돼도 3㎏ 정도를 넘지 않을 만큼 대문어에 비해 작은 편이다. ‘돌문어’, ‘왜문어’라고도 불리는데 2000년대 이전에는 ‘왜문어’가 정식명칭이었다가 이후에 참문어로 바뀌었다. 여수에서는 돌문어가 더 일반적인데 바닷속 돌 사이사이에서 서식하는 특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 발문어
문어임에도 문어 취급을 받지 못했던 발문어. 다른 문어들에 비해 다리의 길이가 길고 얇아 적인 생김새가 낙지와 흡사해 동해안에서는 낙지로 판매되기도 한다. 대문어, 참문어와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살아 있을 경우 피부에 흰점이 산재해 있어 이를 보고 구별하면 되지만 일반인들이 구별하기엔 무리가 있다. 

어획량이 많지 않아 생태 정보 등 연구 중에 있는 어종이다. 낙지의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으며 해물탕에서 마지막에 넣는 문어가 낙지처럼 생겼다면 발문어일 확률이 높다. 

※참고 : 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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