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이름 ‘골뱅이’ 우리가 먹는 것은 고둥 또는 우렁
존재하지 않는 이름 ‘골뱅이’ 우리가 먹는 것은 고둥 또는 우렁
  • 배석환
  • 승인 2022.10.12 17:58
  • 호수 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60년대 골뱅이 통조림 수출로 인기…전 세계 생산량 90% 한국서 소비
 

같은듯 다르고 요리해 놓으면 더 구분이 힘든 것이 수산물입니다. 또 시장이나 식당에서는 무슨 뜻인지 알다가도 모를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어업in수산이 소소한 수산 상식을 매주 알려드립니다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안주의 대명사 골뱅이. 허름한 골목길에 줄줄이 테이블이 늘어서 있는 곳이면 골뱅이를 시키는 이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수산물로 서민들의 대표 안주로 자리매김 했다. 

과거 골뱅이는 동해에서 주로 나왔기 때문에 동해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는 흔하게 먹어왔던 수산물이지만 저장시설이 마땅치 않았던 시절이기에 내륙지역은 구경하기 힘들었다. 이후 1960년대 골뱅이 통조림이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국내에도 확산됐으며 특히 노동자들이 많았던 서울 을지로 골목에 골뱅이 통조림으로 만든 골뱅이무침이 전파되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골뱅이는 그 맛도 좋지만 우리 몸에 필요한 타우린과 불포화지방산, 필수아미노산 등과 같은 영양성분이 골고루 갖춰져 있어 몸 안에서 에너지 생성과 기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타우린과 비타민 A는 망막형성과 시력회복에 중요한 영양소로 골뱅이를 자주 섭취하면 눈 건강을 지키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라 다이어트에 좋고 골뱅이에서 나오는 점액질에는 히스친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피부 탄력을 살려줘 노화 방지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골뱅이를 과거부터 먹어왔기 때문에 골뱅이에 대해 거부감이 없지만 세계적으로 골뱅이를 소비하는 국가는 우리와 일본 그리고 동남아 일부 국가뿐이다. 이중 우리나라가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찾는 수요가 많지만 생산량은 해마다 줄어들어 2000년대 들어서는 유럽 여러 국가에서 수입을 해 수요를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양식방법을 개발해 수요를 맞출수도 있지만 가장 많은 수요를 차지하는 골뱅이 종(큰구슬우렁이)의 경우 육식성으로 바지락과 동죽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잘못 양식하면 해적생물을 대량으로 키우는 것이 되기 때문에 양식을 지양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골뱅이란 명칭의 수산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연구기관에서도 골뱅이란 수산물 자료는 찾기 힘들다. 골뱅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나선형으로 골이져 돌돌 말리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부가적인 설명으로는 ‘다슬기’, ‘고둥’ 종류의 방언이라 적혀 있다. 즉 패각이 나선형 모양으로 골이져 있는 것들을 통칭해서 골뱅이라 불러온 것이다.

골뱅이란 명칭을 달고 판매되고 있는 종류를 살펴보면 우선 통조림에 들어가는 것을 일반적으로 골뱅이라 부른다. 그리고 수산시장이나 음식점에서 통조림이 아닌 패각이 있는 채로 삶아서 나온 것들을 ‘백골뱅이(참골뱅이)’, ’흑골뱅이(논골뱅이)‘ 등으로 부르며 판매하고 있다. 이중 백골뱅이가 가장 비싼 가격에 팔리며 흑골뱅이, 통조림 골뱅이 순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골뱅이 종류를 알고 먹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백골뱅이와 흑골뱅이를 한데 묶어 판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흑골뱅이를 비싼 가격에 구입하고 있다. 따라서 현명한 소비를 위해서는 골뱅이 종류를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신복족목 물레고둥과에 속하며 패각 모양은 높은 원추형을 이루고 있다. 다른 골뱅이보다 가격이 비싸고 그 맛이 가장 좋기 때문에 참골뱅이라고도 불리운다.
신복족목 물레고둥과에 속하며 패각 모양은 높은 원추형을 이루고 있다. 다른 골뱅이보다 가격이 비싸고 그 맛이 가장 좋기 때문에 참골뱅이라고도 불리운다.

▲ 물레고둥(백골뱅이) 
동해에서 주로 어획되는 백골뱅이는 분류학상 ’물레고둥‘이다. 신복족목 물레고둥과에 속하며 다른 골뱅이보다 가격이 비싸고 그 맛이 가장 좋기 때문에 참골뱅이라고도 불리운다. 껍질이 얇아서 깨지기 쉬우며 독이 없어서 삶아서 먹는 경우 내장까지 먹어도 된다. 패각 모양은 높은 원추형을 이루고 있어 소라가 길게 늘어져 있는 모양이라 생각하면 어느정도 생김새가 떠오를 것이다. 
’고운띠물레고둥‘도 백골뱅이로 판매되고 있다. 물레고둥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구분이 쉽지 않지만 비슷한 맛과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색이 더 진해서 황골뱅이로도 불린다. 껍질은 얇지만 단단한 편이며 황갈색 각피로 덮여 있다. 입구는 난형으로 내면은 흰색으로 광택이 있다. 

물레고둥과 같이 원추형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패각 색이 흑색을 띠고 있어 흑골뱅이로 불린다.
물레고둥과 같이 원추형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패각 색이 흑색을 띠고 있어 흑골뱅이로 불린다.

▲ 깊은골물레고둥(흑골뱅이)
백골뱅이라 불리는 물레고둥에 비해 패각 색이 흑색을 띠고 있다. 외관상 색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만 이를 전체적인 모양이 비슷해 일반인의 경우 같은 백골뱅이종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표준명은 깊은골물레고둥이며 동해에서 어획된다. 물레고둥에 비해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실제 맛은 비슷하고 수율 역시 좋다. 이 때문에 비싼 물레고둥을 찾는 대신 깊은골물레고둥을 일부러 찾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골뱅이 전문점에서 요리재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통조림 골뱅이 중 국내산 골뱅이를 사용해 고급 이미지를 강조한 제품의 경우에도 깊은골물레고둥을 사용하고 있다.

서해안 모래바닥에 서식하고 있으며 바지락과 같은 조개류를 잡아먹는 육식성이라 양식을 하기 어렵다.
서해안 모래바닥에 서식하고 있으며 바지락과 같은 조개류를 잡아먹는 육식성이라 양식을 하기 어렵다.

▲ 큰구슬우렁이(골뱅이)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골뱅이로 표준명 ’큰구슬우렁이‘다. 가장 많이 어획됐었고 가격이 저렴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통조림 골뱅이 대부분이 바로 큰구슬우렁이를 알맹이만 분리해 만들었다. 현재는 어획량이 부족해 통조림에 들어가는 골뱅이는 수입종으로 대체되고 있다. 
중복족목 구슬우렁이과에 속하며 생긴 모양은 해안에서 흔하게 보이는 고둥 모양을 하고 있다. 아마 일반인들의 경우 큰구슬우렁이 사진을 보고 골뱅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다. 
물레고둥이나 깊은골물레고둥이 동해에서 주로 어획되는 반면 큰구슬우렁이는 서해에서 주로 어획된다. 바지락과 같은 조개류를 잡아 먹는 육식성이라 양식을 하기 어렵다. 심지어 같은 종을 잡아 먹기도 한다. 조간대로부터 수심 50미터 사이 고운 모래 바닥에 서식하고 있어 물이 빠지는 시기 서해안 일대 해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독이 없어 삶아서 바로 섭취해도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