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참담치? 지중해담치? 우리가 먹는 홍합은 뭘까?
홍합? 참담치? 지중해담치? 우리가 먹는 홍합은 뭘까?
  • 배석환
  • 승인 2022.10.05 17:45
  • 호수 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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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판매 홍합류 90% 이상은 외래종 ‘지중해담치’
토착종 일컫는 ‘섭’, ‘담치’ 등은 표준명 ‘홍합’으로 불러야

같은듯 다르고 요리해 놓으면 더 구분이 힘든 것이 수산물입니다. 또 시장이나 식당에서는 무슨 뜻인지 알다가도 모를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어업in수산이 소소한 수산 상식을 매주 알려드립니다.

국물요리나 찜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인 홍합. 너무도 흔해서 보잘 것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광택이 흐르는 검은 패각을 반으로 쪼개 단단하게 붙어 있는 알맹이를 꺼내 먹기 위해 가진 노력을 다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굴이 자웅동체인 것과 달리 홍합은 자웅이체다. 때문에 식탁에서도 암수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데 암컷은 붉은색을 띠고 수컷은 유백색을 띠고 있다. 보통 암컷이 더 맛이 있다고 하지만 이는 개인 취향일 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친근한 수산물 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서유구가 지은 ‘난호어목지’에 따르면 홍합을 담채(淡菜)라 칭하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동해에서 난다. 해조류의 근처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고 맛이 달고 담백한 것이 나물과 같기 때문에 조개 종류이면서도 나물 이름이 붙은 것이다. 껍데기가 몸의 절반을 감싸고 있으므로 중국 절강성 사람들은 각채라고 부르고 살 색깔이 붉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홍합(紅蛤)이라고 부른다. 한쪽 끝에 털이 북실북실 났는데 여러 마리가 모여 털로 서로 줄로 엮은 듯이 연결돼 있다. 달고 따뜻하며 독이 없어 피로를 풀어주고 사람을 보호하는 효험이 있다. 특히 부인들의 산후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낫게 하는데 알맞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해삼과 효과가 같다고 한다.’

이와 같은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뤄보아 홍합은 과거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왔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과거 서유구가 봤던 홍합과 지금 우리네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홍합은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고 둘 다 홍합목 홍합과에 속하지만 엄연하게 다른 종이다.

▲ 지중해담치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홍합의 90% 이상은 ‘지중해담치’로 과거 우리나라 바다에 서식하고 있던 종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껍데기가 얇으며 매끈하고 윤이 난다. 한해성 패류로써 우리나라 동해안 북부연안에 많이 서식하고 있었으나 번식력이 강해 현재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볼 수 있다. 

정확하게 언제 우리나라 바다에 유입됐는지 알 수 없지만 외국을 오가는 무역선에 붙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이야 많은 사랑을 받는 수산물이지만 굴수하식 양식이 보급되기 시작한 뒤부터는 굴수하연에 부착해 굴의 생육을 망치는 해적생물로 취급된 적도 있다.

이후 강한 번식력을 활용해 양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버려지던 지중해담치는 내만이나 내해 뿐 아니라 간석지에서도 생산을 하기 시작했다.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식용으로 이용함과 동시에 수출도 시작돼 지금은 주요 양식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중해담치는 진주담치와 명칭이 혼용돼 사용되고 있다. 여러 연구 논문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홍합을 비교한 결과 같은 종으로 조사됐고 일본에서 진주담치로 명명한터라 우리나라 또한 진주담치로 불렀다. 

하지만 또 다른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진주담치가 아닌 지중해담치가 맞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진주담치를 지중해담치로 공식명칭을 수정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홍합을 대량으로 양식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진주담치로 부르고 있고 수산시장에서도 진주담치로 표기하는 곳이 적지 않다. 

▲ 홍합
우리나라 토종 홍합을 부르는 말은 여러 가지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섭’혹은 ‘섭조개’라 부르고 이외 여러 지역에서 ‘담치’, ‘참담치’, ‘홍합’을 혼용해 사용해 왔다. 담치라는 명칭은 ‘난호어목지’와 ‘자산어보’에 기록돼 있는 담채가 변형돼 담치로 자리잡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담치는 외래종인 진주담치와 지중해담치와 구별하기 위해 우리나라 토종인 진짜 담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표준명을 ‘홍합’으로 명기하고 있다. 즉 우리가 자주 접하는 외래종 홍합인 지중해담치를 홍합으로 표기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홍합은 패각이 대체로 오각형에 가깝고 각질은 지중해담치보다 두껍다. 표현은 흑색으로 광택이 있고 내면은 유백색 표면에 진주광택이 강하게 비친다. 중앙부를 중심으로 전반부는 둥글게 부풀고 후반부는 직선을 이루며 족사로 바위에 부착해 살아간다.

양식이 되지 않아 해녀들이 채취한 것이 대부분이다. 더불어 지중해담치에 서식지를 빼앗겨 점점 바다 깊은 곳으로 서식지를 옮겨야만 했다. 

따라서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비싸다. 자연산이 홍합이고 양식이 지중해담치로 봐도 무방하지만 지중해담치 중에도 바위에서 자란 것이 있기 때문에 꼭 맞는 것은 아니다. 

홍합과 지중해담치를 구분하는 방법은 우선 크기와 패각 상태다. 홍합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해 지중해담치와 쉽게 구분이 된다. 또한 양식으로 생산되는 지중해담치는 패각이 매끈한 반면 홍합은 따개비 등이 붙어 있고 매우 거칠다. 물론 지중해담치 중 바위에 붙어 자란 것들은 홍합과 비슷한 패각 상태를 보이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한다.

▲ 초록입홍합
패각이 녹색빛을 띠고 있어 그린홍합, 녹색홍합으로 불리는 초록입홍합은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종은 아니다. 대부분 뉴질랜드에서 수입을 통해 들어오는데 가격이 저렴하고 알맹이가 커서 자숙 냉동품으로 주로 소비되고 있다. 

이 때문에 뷔페식당에서 나오는 홍합 요리에 주로 사용된다.  파스타와 같은 서양식 요리에서는 초록입홍합을 일부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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