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든 ‘군산어업인’
위기를 기회로 만든 ‘군산어업인’
  • 배석환
  • 승인 2022.10.05 17:43
  • 호수 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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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재조명한다.
1978년 2월 발행된 새어민 통권 118호에 전국 단위 조합 최초로 위판고 100억 원을 돌파한 군산시수협에 관련된 내용이 실렸다
1978년 2월 발행된 새어민 통권 118호에 전국 단위 조합 최초로 위판고 100억 원을 돌파한 군산시수협에 관련된 내용이 실렸다
2010년 준공해 운영에 들어간 비응항위판장
2010년 준공해 운영에 들어간 비응항위판장
비응항위판장에서 진행된 물메기 경매 모습
비응항위판장에서 진행된 물메기 경매 모습
밤샘 조업으로 어획한 수산물을 분리하고 있는 어업인들
밤샘 조업으로 어획한 수산물을 분리하고 있는 어업인들
어선에 실린 물김을 선착장으로 옮기고 있는 모습
어선에 실린 물김을 선착장으로 옮기고 있는 모습
비응항 전경
비응항 전경

서해의 중심에 위치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군산시수협은 군옥어업조합 설립(1933년)이 그 시초다. 이후 김제와 익산어업조합을 병합해 수협법에 의해 군산어업협동조합으로 새로이 발족해 사업을 추진하다 1977년 군산시수산업협동조합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 상호금융지점 9개, 위판장 3개소, 군납사업팀, 제빙사업팀, 냉장·냉동사업 1개소와 6개의 급유소를 운용하고 있다. 

서해의 칠산어장과 염섬어장을 끼고 멀리는 72년도부터 동지나해 황금어장의 출어로 군산시수협은 1970년대 획기적인 어획량의 증가를 보였다. 안으로는 수십 년 동안 고질적인 객주가 성행하고 사매매가 이뤄지던 옥구의 하제에 패류위판장을, 중동출장소에 건어물 위판장을 77년 중반에 신설해 어업인 조업환경을 개선했다.

특히 폐업위기에 있던 조기 유망어업을 복어 연승어업으로 전환해 성공을 거뒀으며 대형안강어선의 다량건조와 안강어업의 호황으로 전국 70개 지구별 수협 중 단일 수협으로서는 최초로 100억 원의 위판실적을 거양했다.

이와 같은 실적에 대해 1978년 2월 발행된 ‘새어민’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돼 있다. ‘100억 원을 돌파한 것이 77년 11월 23일로 12월 31일 현재 총 위판고는 112억 7671만 원을 헤아리고 있다. 새로운 이정표를 그것도 가장 먼저 세웠다는 자신감으로 100억 원을 돌파를 넘어 앞으로 장비, 어구 기관 선체의 개량에 더욱 힘쓰면 위판고는 해마다 30%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높은 위판고를 바탕으로 1980년대에는 김가공공장을 매입해 경제사업에 집중하는 것과 동시에 상호금융업무 확대를 위해 문화동지점, 금암동지점 등 지점개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후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인해 어업구역축소와 수산 자원 고갈이라는 위기에 봉착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

하지만 위판과 관계된 시설을 현대화하고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해 타지역 근해유자망, 대형기선저인망, 대형트롤 등의 어선들이 군산시수협에서 위판을 할 수 있도록 적극나서 위기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구심점에는 비응항위판장의 역할이 컸다.

▲ 군산 수산업을 책임지는 비응항위판장

본래 비응항은 섬이었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비응도가 지금의 비응항이 돼버린 것이다. 위판장도 간척사업으로 2010년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규모가 상당한 항구다. 어선들이 정박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빼곡하게 다닥다닥 선박들이 붙어있다. 

아침 8시면 비응항 문지기인 등대 사이로 전날 조업에 나선 어선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위판장에는 아침 일찍 조업을 끝내고 온 어선들이 결과물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겨울에는 날씨 때문에 경매에 나온 어종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경매시간이 오전 10시로 늦춰진다. 본래 조업이 활발한 계절에는 새벽 4시에 시작을 한다. 

시계 바늘이 10시에 가까워 오자 중매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경매사의 신호와 함께 10시 정각 경매가 시작됐다. 수신호로 진행되는 경매는 어종은 다양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일정한 판매량이 있지만 물건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활어와 선어 경매가 동시에 진행되는데 선어는 대부분 물메기다. 동해안에서는 물메기와 비슷하게 생긴 생선을 곰치라 부른다.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점을 보이는 두 어종은 모두 꼼치과로 이웃사촌인 셈이다. 물메기는 남해안의 통영과 여수 앞바다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서해안에서도 물메기가 나오나 싶었지만 이들 못지않게 많은 어획량을 보이는 곳이 서해안의 서천과 군산 어장이라고 한다. 

위판장 바닥에 깔려 있는 물메기 경매가 끝나고 주꾸미 경매가 시작됐다. 아직 제철은 아니지만 주꾸미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주꾸미는 신선한 상태로 살아있는 것이 값어치가 높기 때문에 위판장 한곳에 바둑판 형태로 만들어진 수조에 이미 무게를 측정한 후 보관중이었다. 

더 이상 경매가 없을 오후인데 경매사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김 경매가 있다는 것이다. 오후 3시부터 신시도 초입의 신시도방파제에서 이뤄지는 경매다. 김 경매를 위해 시설을 따로 만들어뒀다. 물론 경매를 진행하는 것은 비응항 위판장 경매사들이 직접 진행한다. 

두 대의 크레인차량이 자리를 잡고 들어오는 선박에 따라 물김이 한 가득 담겨 있는 자루를 연신 실어 나르고 있다. 크레인으로 옮기는 한 개 망의 무게는 105kg 정도다. 전라남도 지역의 김 생산지 한 망의 무게가 보통 120kg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적은 무게다. 그 이유는 무게가 덜 나가지만 실제 가공되는 양의 차이가 없기 때문으로 그만큼 질이 좋다는 뜻이다. 

경매시간이 가까워지자 대기 선박들이 한데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군산에서 물김이 채취된다는 것도 생소한데 선박들의 숫자나 채취량 규모에 깜짝 놀랐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는 고군산도의 선유도 부근 바다에 넓게 김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군산 물김의 품질은 전국에서 손꼽힌다. 타지역 경매 가격보다 높은 거래가 형성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기사참조 : 새어민 통권 118호(1978년 2월 발행)
※ 기사참조 : 우리바다 제542호(2018년 3~4월 발행)

▲ 2022년 군산시수협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온 군산시수협 어촌계는 총 21개가 있으며 어촌계원  2396명이 바다를 터전으로 조업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의 노고로 달성한 위판고는 지난 2020년 974억 1200만 원 가량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866억 원 가량을 달성하며 하락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수산물 소비가 위축됐음을 감안하면 결코 낮은 위판고는 아니다. 또한 상호금융사업과 공제사업의 성장으로 인해 지난해 전체 사업규모는 1026억 원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과거 주요 어종으로는 박대, 꽃게, 주꾸미, 갑오징어 등이 높은 위판고를 올렸지만 최근 몇 년간 홍어와 물오징어의 위판고가 급등했다. 비응항위판장의 경우 지난해 471억 원의 위판고 가운데 물오징어가 110억 원을 차지했다. 또한 해망위판장은 최근 3년간 홍어가 가장 많은 위판량을 보였으며 지난해의 경우 신안 흑산도홍어 위판량을 넘어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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