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외모만큼 알찬 속살이 일품 가리비
화려한 외모만큼 알찬 속살이 일품 가리비
  • 배석환
  • 승인 2022.09.28 18:33
  • 호수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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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여종 서식, 1970년대 양식 성공으로 대중화

같은듯 다르고 요리해 놓으면 더 구분이 힘든 것이 수산물입니다. 또 시장이나 식당에서는 무슨 뜻인지 알다가도 모를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어업in수산이 소소한 수산 상식을 매주 알려드립니다.

쌀쌀함에 옷깃을 여미는 계절이 오면 맛이 올라오는 해산물 가리비. 흔하게 볼 수 있는 조개류보다 크고 그 생김새가 부채를 펼친 모양을 닮아 부채조개라 부르기도 하고 울긋불긋한 화려한 패각의 색채 때문에 단풍조개라 부르기도 한다. 구이, 찜, 탕으로 만들어 먹는데 보통의 조개류가 조연의 역할을 하는 반면 가리비는 주연으로 가장 먼저 손이 갈 만큼 모두가 좋아한다. 

비교적 맑은 물의 모래나 고운 자갈에서 발견되며 작은 동식물을 먹고 살고 섬모와 점액은 먹이를 모아 입으로 이동시키는데 사용된다. 수영 동작은 특이한데 손뼉을 치듯이 패각을 서로 마주치는 운동을 통해 물을 제트엔진처럼 분사해 앞으로 나갈 추진력을 얻는다. 이 때문에 ‘헤엄치는 조개’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이동방식은 천적을 만났을 때 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가리비에 눈이 있기 때문이다. 가리비 패각이 열리면 외투막 가장자리를 따라 작은 점이 여러 개 달려 있다. 이물질처럼 보이지만 사실 눈이다. 명암을 구분하는 정도로 반사망원경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가리비는 쇠고기에도 없는 아연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계란의 2배 가까운 양이다. 또한 나이신, 아르기닌 등 필수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어린아이 성장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낮은 지방과 높은 단백질을 포함한 수산물로 알려져 있어 다이어트에 좋은 수산물이다.

지금은 양식 기술이 발달해 가리비를 사시사철 구할 수 있지만 과거 가리비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조개가 아니었다. 채취가 힘들고 그 양도 많지 않아 옛 문헌에 다른 조개류들은 자주 언급되는 반면 가리비에 관련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1970년대 종묘생산을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1979년부터 수하식 양식을 시작하게 됐고 현재는 일부 수입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한 가리비가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이러한 가리비는 한 가지 종만 있는 것 같지만 국내에서 10여 종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양식을 통해 혹은 자연산으로 우리네 식탁에 올라오는 가리비는 대표적으로 큰가리비, 해만가리비, 홍가리비, 비단가리비 정도다. 크기가 큰 큰가리비와 비단가리비는 구이에 적합하고 해만가리와 홍가리비는 찜이나 탕 요리에 넣으면 좋다.

가리비는 종에 따라 가격차이가 나는데 큰가리비, 비단가리비가 가격이 비싼편에 속하고 해만가리비, 홍가리비 순으로 ㎏당 가격차이가 난다. 각 종마다 특징이 뚜렷해 혼용될 확률이 적지만 일부 판매점에서 큰가리비와 해만가리비를 혼용해서 판매하거나 해만가리비와 홍가리비를 혼용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 큰가리비
강원도에서 주로 양식되고 있는 종으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가리비 중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하며 ‘참가리비’라 불리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최대크기가 20㎝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산란기인 이른 봄에 수정하고 냉수성 패류로 수심 10m 이상의 깊은 곳에서 산다. 

맛이 좋아 찾는 이가 많지만 양식어가가 많지 않아 나오는 양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일본산 큰가리비가 대량으로 수입돼 원산지가 일본산이라 적혀 있는 가리비는 대부분 큰가리비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간혹 수산시장에서 일본산과 국내 양식산을 혼용해서 판매되기도 하기 때문에 국내산과 일본산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유용할 것이다. 국내산은 일본산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이며 가장 큰 차이점은 빗살 모양의 골의 윤곽이 국내산은 앝은 반면 일본산은 깊게 패여 참꼬막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 해만가리비
우리나라 토종 가리비가 아닌 미국에서 수입된 종을 개량해 대량 양식에 성공한 종이다. 성장기간이 짧아서 양식에 적합하며 맛도 좋아 경남 통영과 고성에서 생산하고 있다. 큰가리비와 비교해 절반 정도의 크기로 크지 않은 편이며 패각은 원형으로 좌·우가 비슷하게 부풀어 있다. 부챗살 모양의 방사륵이 18~19줄 정도 나타나며 표면은 색체 변이가 있는데 적갈색 바탕에 흰색 무늬가 있는 것과 백색 바탕에 적갈색 방사륵을 띠는 것이 있다.

▲ 홍가리비
가을철 단풍잎처럼 고운 빛깔을 내는 홍가리비는 가장 작은 가리비에 해당된다. 패각의 색채 때문에 단풍가리비로 판매되고 있지만 정식 명칭은 홍가리비다. 크기가 작아 알맹이도 작지만 단맛이 많이 나서 찜으로 먹으면 제격이다. 해만가리비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수입된 종을 개량해 우리나라 바다에 적합한 양식종으로 만들었다. 

▲ 비단가리비
우리나라 토종가리비로 알려져 있다. 가리비중에 가장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나오는 양이 적어 비싼편에 속한다. 다른 가리비들이 가을부터 맛이 올라오는 반면에 비단가리비는 봄에 맛이 더 좋다고 한다. 

서남해 해안에서 주로 채취가 되는데 과거에는 양식이 되지 않았지만 2017년 양식에 성공해 차츰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홍가리비보다 더 크지만 비슷한 색채를 띠고 있어 간혹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홍가리비는 빗살무늬가 매끈하지만 비단가리비는 빗살무늬에 가시처럼 돌기가 솟아 올라있기 때문에 이점을 주의깊게 살피면 된다.

이밖에도 고랑가리비, 흔한가리비도 소량이지만 찾아볼 수 있다. 고랑가리비는 동해안 일대에서 양식과 자연산 둘다 생산된다. 특히 자연산의 경우 주문진 앞바다에서 주로 생산돼 ‘주문진가리비’라는 명칭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흔한가리비는 2019년 양식에 성공한 종으로 패각이 노란 황금색을 띠는 것이 특징인데 실제 황금가리비로 판매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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