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신나는 것이 우리 인생”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신나는 것이 우리 인생”
  • 배석환
  • 승인 2022.09.28 18:29
  • 호수 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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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바지락까기… 8남매 키워낸 조점금 달인

오랜 세월 한 가지 분야에 종사하며 특별한 기술을 습득한 사람을 우리는 달인이라 부른다. 수산업에서도 이러한 달인들이 존재한다. 수협방송 ‘특별한 수산인’은 어업인 중 남다른 재능을 가진 달인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수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소개된 특별한 수산인은 충청남도 서천에서 바지락까지 달인이라 불리고 있는 조점금 어업인(74세)이다.

바지락은 갯벌이 있는 우리나라 해안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서해안 갯벌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쫄깃한 식감에 국물 요리에 들어가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 우리나라 국민들이 무척 사랑하는 수산물 중 하나다. 

갯벌에서 자란 바지락은 요리를 위해 해감이 필수다. 해감을 끝낸 뒤 껍질 상태로 판매하거나 껍질을 까서 알맹이만 따로 판매한다. 바지락까기는 쉬워 보이지만 힘들기도 하고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명 ‘깐바지락’은 그냥 바지락에 비해 더 바싼 가격에 팔린다. 

달인은 이러한 깐바지락을 판매하고 있다. 시집을 와서 바지락을 까기 시작했고 그 세월만 55년이 흘렀다. 정확한 손놀림으로 바지락 껍질에서 알맹이를 분리하는데 3초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얼핏 3초라는 시간동안 바지락까는 것이 별다른 노하우 없이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인은 벌어진 틈을 찾는 것도 힘들 수 있다. 실제 제작진이 직접 칼을 들고 바지락까기에 도전해 봤지만 칼을 바지락 패각 틈으로 집어 넣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또한 다른 수산인들과의 대결도 펼쳐졌다. 비슷한 경력을 가진 상인들이지만 같은 시간에 깐 바지락 양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방송에서는 조점금 달인의 바지락까기 팁을 소개했다. 먼저 바지락을 까는데 필요한 칼을 놓치지 않게 짧게 잡는 것이 포인트다. 이렇게 잡아야 바지락의 벌어진 틈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지락을 움켜쥐는 방식도 나름의 규칙이 있다. 바지락 둘레가 움푹 들어간 곳을 위로 향하게 바지락을 잡은 뒤 칼을 집어 넣어야 바지락 알맹이에 상처가 나지 않고 분리된다.

달인은 성실하고 묵묵하게 직접 채취한 바지락을 까서 판매해 8남매를 키웠다. 세월의 무게만큼 허리가 굽어 바지락 채취가 힘들법도 한데 조점금 달인은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신나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며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또한 “벌어서 자식들 나눠주고 건강하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살아는 것이 최고”라는 달인의 말에서 소박하지만 강인한 여성 어업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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