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수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감포항
경주 수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감포항
  • 배석환
  • 승인 2022.09.21 17:36
  • 호수 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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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경주 수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감포항 전경
경주 수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감포항 전경
오징어를 비롯해 다양한 어종이 담겨져 있는 정치망 그물
오징어를 비롯해 다양한 어종이 담겨져 있는 정치망 그물
정치망 어선은 선상에서 경매가 진행된다
정치망 어선은 선상에서 경매가 진행된다
새벽에 입항한 오징어 채낚기 어선
새벽에 입항한 오징어 채낚기 어선

1999년

경주시의 대표적인 어항이라고 할 수 있는 감포항. 이 강포항은 일제암흑기에 바닷일에 능숙한 왜인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인근에서는 내로라 할 어항으로 개발됐다. 그 시절 경주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길을 이 나라 젊은 남정네들이 애를 써가며 닦아 놓았으나 사람이 다니기에는 언감생심이었고 고작해야 목탄차나 겨우 넘어다녔을 뿐이었다고 한다. 

그 시절만 해도 자칫하다가는 길 양쪽의 울창한 숲속을 배회하던 호랑이 때문에 호환을 입기 십상이었고 그런 까닭에 지금도 감포읍을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에서 별신풍어굿판이 열릴 때면 ‘범굿’이나 ‘호탈굿’거리가 중요한 제차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쨋거나 당시의 이 길은 1980년대 초에 확장 됐고 감포항으로 들어오는 수산물을 내륙지로 옮겨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도맡게 된다.

감포어업협동조합을 거쳐 월성군수협, 경주군수협, 경주시수협으로 차례차례 이름이 바뀌었던 경주시수협도 이 감포항에 위치해 있다. 이 수협 관내 어업인들은 23척의 근해오징어 채낚기 어선과 197척의 유장망 어선을 포함해 모두 366척의 크고 작은 어선을 타고 나가 한해 1만 5000톤 안팎의 수산물을 건져 뭍으로 낸다.

이중 동해 남부의 어느 해역이나 마찬가지로 감포의 수산 경제를 좌우하는 어업은 연근해 오징어 채낚기다. 그러나 올해는 오징어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어가도 예년만 못해 새벽 위판을 위해 입항을 하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에서 내리는 어업인들의 표정은 오로지 피곤한 기색 일색이다.

경주시수협의 올해 오징어 위판 목표는 6000톤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100억 원 가량이다. 그러나 12월 20일 현재 4287톤을 잡아 올렸고 68억 9400만 원 정도의 실적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와 오징어 위판액을 견줘 보면 약 6억 4000만 원 정도 줄어든 결과다. 이런 사정은 감포의 정치망 어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한·일 새 어업협정’으로 인해 조업의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감포 어업인들은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받을 타격에 걱정이 앞선다. 특히 대게나 가오리·고등어·명태의 경우는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서 어획이 불가능해지니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오징어와 기타 어류 역시 한·일 양측의 어획량이 같도록 연차적으로 조정되면 이 또한 상당한 어업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이들은 또 감포는 물로 동해안 주요 어장의 약 55%가 일본측 배타적 경수역 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45%가 중간수역에 포함되는 등 한·일 새어업 협정에 따른 직 간접 피해가 정부에서 예측한 것 이상일 것이라 입을 모았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69호(1999년 1월 발행)

감포항에 정박 중인 채낚기 어선
감포항에 정박 중인 채낚기 어선
어선에서 청어를 담아 옮기고 있다
어선에서 청어를 담아 옮기고 있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청어
끝도 없이 쏟아지는 청어
멸치는 박스단위로 경매가 진행된다
멸치는 박스단위로 경매가 진행된다

2018년

송대말 등대가 바다를 비추는 새벽. 아직 해가 뜨려면 두어 시간 정도 남았다. 경매는 새벽 6시에 시작되는데 벌써 환하게 불을 밝힌 배들이 조업의 성과를 위판장에 쏟아 붓고 있다. 어찌나 양이 많은지 물을 뽑아낼 때 쓰이는 펌프가 동원된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은빛으로 미루어 멸치라고 생각됐지만 그 주인공은 ‘청어’였다.

위판장 여기저기에 어젯밤에 미리 쌓아두었던 수산물들이 부직포재질의 덮개를 벗어던지고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배에서 내리고 있는 양도 많은데 그보다 서너 배는 훌쩍 넘는 양이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활어는 없고 대부분 선어다. 그 이유는 육지와 가까운 곳에서 어업활동을 하는 연안어업을하는 배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부분 근해어업을 하는 어선들인데 근해어업의 경우 어획량이 적으면 바다에서 몇일이고 머무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활어의 경매가 힘든 것이다. 물론 정치망이 어선들이 있기 때문에 활어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양이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겨울에는 그 양이 많이 줄어든다고 한다.

6시, 경매사가 흔드는 종소리가 겨울 아침을 깨운다. 그 소리에 흩어져 있던 중도매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다른 위판장은 검은색이나 붉은색 모자를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감포항은 모두 파란색의 모자를 쓰고 있다. 서로 새해 덕담을 건네고 인사를 주고받으며 이 과장의 손짓을 기다린다.

가자미부터 경매가 시작된다. 겨울에 제맛인 곰치는 경쟁이 치열하다. 그것도 귀하다는 흑곰치다. 많이 잡히지 않는 어종이라고 한다. 못생긴 어종의 국가대표인 아귀부터 골뱅이까지 다양한 경매 물건들이 순식간에 주인을 찾아간다. 

실제로 겨울에 동해를 책임지는 어종은 대게와 오징어다. 대게는 어획량이 줄기는 했어도 꾸준히 어획이 되는데 오징어는 몇 해 전부터 동해가 아니라 서해쪽에서 잡히기 시작하더니 2017년부터 올해까지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줄어 ‘금징어’로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경매가 시작 된지 한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 여전히 청어는 쌓여가기만 하고 경매가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물어 보았더니 이미 경매가 끝났다 한다. 물량이 많기 때문에 소수의 중도매인들만 참여하고 마릿수로 경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바구니 수로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청어 경매가 끝나니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청어를 실어 나르기 위한 트럭들만이 분주히 움직인다. 청어는 뜻하지 않은 풍년이라고 한다. 명태와 더불어 흔하게 잡히는 생선이었는데 어느 순간 어획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본래 과메기의 주인공이 청어였는데 꽁치로 바뀌게 된 것이었다. 그러한 청어가 다시 돌아 온 것이다. 진짜배기 과메기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아침을 밝히는 해가 떠올랐다. 다시 경매가 시작된다. 이번엔 펄떡이는 활어다. 정치망 어선이 들어왔다. 겨울이 제철인 방어가 주인공이다. 선상에서 바로 경매가 진행된다. 상태를 살펴볼 수 있게 방어 한마리를 들어 보인다. 거세게 저항하는 몸짓 때문에 물방울이 사방으로 튄다. 감포항이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41호(2018년 1~2월 발행)

2022년
감포항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일찍부터 현대화된 곳이다. 일본인들의 출입이 잦아 지면서 일본인들을 위한 각종 휴양시설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예나 지금이나 경주 수산업을 대표하는 항구이며 현재 경주시수협 소속으로 감포항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 어선은 164척(근해채낚기 18척, 정치망 3척, 연안자망 130척, 동해구저인망 13척, 동해구트롤 3척) 가량으로 이들 어선이 지난해 말 감포항에 위판한 양은 1만 1660톤, 금액으로는 362억 원의 위판고를 올렸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122억 원의 위판고를 기록하고 있다. 

위판되는 어종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기름가자미다. 기름가자미는 동해 바닷바람을 맞고 꾸덕꾸덕 말리면 구이로 먹어도 좋고 탕에 넣고 끓여도 좋아 밥반찬으로 자주 찾는 어종이다. 두 번째로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청어다. 최근 몇 년 사이 어획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과메기의 재료로 쓰인다. 이밖에도 삼치, 선동오징어, 새우 등의 순으로 위판량이 많다. 

90년대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오징어다. 당시 어업인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오징어는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감포항에 위판된 오징어는 활오징어 127톤, 박스오징어(20미) 371톤, 선동오징어 845톤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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