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의 굴레를 넘어서
공적자금의 굴레를 넘어서
  • 홍보실
  • 승인 2022.09.07 21:35
  • 호수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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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옥 수협 감사위원장
김규옥 수협 감사위원장

지난 6월 8일 정부와 수협은 2001년에 지원받은 공적자금 중 아직 갚지 않은 7574억 원을 올해 말까지 국채로 조기상환 하는 협약서에 서명하였다. 
현재까지 전체 국채의 80% 정도를 매입하여 약 830억 원의 원금 할인효과를 실현하였으며, 최종적으로는 1000억 원 이상의 원금 할인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는 조기상환으로 얼마나 실제적 이익이 발생하는지 숫자상으로 분석해 보고, 앞으로의 과제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조기상환 효과 계량분석
우선, 두 가지 방안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향후 6년간 은행의 자산 성장률, ROA 등 재무추정 주요 전제와 예상 배당금은 예금보험공사에 공식적으로 제출한 2021년 공적자금 상환스케줄 상의 내용을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수협중앙회의 공적자금 상환 TF팀에서 분석한 최종 결과, 조기상환을 하면 현행 방식으로 분할상환 할 때보다 822억 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현재가치 기준으로는 670억 원) 여기에는 조기상환을 위해 발행하는 수산금융채권과 그 이자, 내부자금 활용과 그에 따른 기회비용을 반영하였고, 조기상환으로 얻게 되는 은행배당금과 운용수입 및 법인세 감면효과를 산출하여 손익을 계산하였다.
현행처럼 분할상환 시에는 2028년까지 은행배당금(4247억 원 예상)으로 상환하다가, 그때까지 갚지 못한 잔액(3327억 원 예상)은 연체이자가 발생하므로 수금채를 발행하여 상환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중앙회는 은행배당금을 받아 전액 예금보험공사에 지급하므로 수입과 지출이 같고, 2028년에 발행하는 수금채(3327억 원)가 중앙회의 최종 부담으로 남는다.
한편, 국채를 이용한 조기상환 시에는 수금채 발행(3900억 원)과 2028년까지 6년간 이자비용(777억 원), 내부자금 감소(2600억 원)와 그에 따른 기회비용(515억 원)이 발생한다. 여기서 분할상환과 같은 조건으로 비교하기 위해 수금채 원금 일부(573억 원)를 상환하는 것으로 가정하면 총비용은 4465억원과 수금채 발행잔액 3327억 원이 된다. 
그 대신 중앙회에는 은행으로부터 분할상환 시와 동일한 배당금 4247억 원과 이를 운용한 수입(324억 원), 그리고 조특법 개정에 따른 법인세 경감효과(716억 원)를 더하면 5287억 원의 총수입이 발생한다. 
따라서 조기상환은 822억 원(= 총수입 5287 – 총비용 4465)의 순이득과 함께 분할상환 때와 동일한 수금채 발행잔액이 남게 된다.  

조기상환의 비용·수익
위의 계산을 달리 표현해보면, 새로운 빚(수금채)과 내부자금을 활용해서 과거의 빚(공적자금)을 먼저 갚으면, 그 대신 들어오는 은행배당금으로 내부자금을 충당하고 수금채 이자를 갚아도 이익이 남는다는 뜻이다. 두 방안이 모두 2028년에 동일한 수금채 발행 잔액이 남게 되므로 순이익이 남는 조기상환 방안이 더 유리하게 된다. 이 분석에는 국채 할인효과 1074억 원이 녹아 있다. 국채 할인액만큼 상환 원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내부자금을 덜 사용하게 된다. 국채 할인효과는 시장 금리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나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공적자금 조기상환의 또 다른 경제적 이익은 중앙회의 주된 수익창출 수단인 은행에 자율적으로 증자를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분석에 따르면 중앙회가 은행에 1000억 원을 출자하면 약 1조 4000억 원의 대출 증대로 5년간 약 1079억 원의 이익이 전망된다. 3000억 원을 증자하면 앞서 본 822억 원을 포함하여 최대 4059억 원의 추가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공적자금 상환으로 예보와의 경영협약서상 경영제약 요소가 대폭 축소되었기 때문에 수협중앙회와 은행이 자율적으로 증자를 통해 대출과 배당금을 증대시킬 수도 있고, 건전성 제고를 위해 자기자본을 확충할 수도 있다. 은행 출자를 위해 수금채를 발행하면 중앙회의 부채는 늘어나겠지만, 경영진의 판단 하에 비용과 수익에 대한 최적의 선택을 하면 된다.(은행 증자를 위한 수금채 이자는 은행 부담) 공적자금 조기상환의 가장 큰 이익은 은행 경영과 투자의 자율성을 회복하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음에 있다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조기상환은 수금채 발행에 따른 이자와 내부자금 감소 및 그에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은행배당금의 현금 흐름과 법인세 효과를 감안하면 절대 손해가 아니다. 아울러 원활한 은행 출자로 추가적인 이익이 기대되기 때문에 조기상환이 훨씬 유리하다고 하겠다. 
이렇게 설명해도 ‘2028년까지 계획대로 은행에서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지, 조특법은 나중에 또 개정하면 되지 않는지’등의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배당금이 줄어들 위험은 분할상환 시에도 동일하고, 그렇게 되면 미상환액이 늘어나서 2028년에 발행할 수금채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국채를 통한 할인 혜택도 불가능하다. 재무 추정과 분석으로 미래 수익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이런 분석이 없는, 또는 이것과 상충되는 의사결정은 불합리하다는 점은 명백하다.

물통이냐 수로냐 
공적자금 조기상환 이후의 상황과 관련하여 비유될 수 있는 우화를 하나 들어보자. 옛날 어느 마을에 광어와 도다리라는 두 젊은이가 살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을 마을 반대편 호수에서 길어다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광어 군은 성실하게 물통의 크기를 늘려가며 점점 더 많은 일을 하였다. 하지만 도다리 군의 생각은 달랐다. 온종일 물통을 나르느라 손에 물집이 잡히고 온몸이 쑤셨으며, 결정적으로는 나이가 들어서 더는 이 일을 할 수 없는 날이 오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광어 군에게 직접 몸으로 물을 나르지 말고 수로(물길)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광어 군은 “물통을 나르면 당장 돈이 되는데 그걸 언제 하고 있냐? 난 이 방식이 좋아”라고 거절했다. 할 수 없이 도다리 군은 혼자 수로 만드는 일을 묵묵히 실행에 옮겼다. 결국, 수로를 완성했고, 더 이상 물통을 나르지 않고도 돈을 버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반면, 현실에 만족하고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광어 군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당장은 힘들더라도 도다리 군처럼 미래를 위한 자기 혁신과 투자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중앙회와 은행도 경영을 혁신하여 경쟁력을 제고 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 상환은 수협의 미래 구축의 시발점
지금 은행산업은 디지털의 물결 속에 가장 큰 변화를 겪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단순 입출금 거래는 앱을 활용한 비대면 거래로 가능해진지 오래이고, 창구 방문고객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과거 은행의 경쟁력 원천이던 점포 숫자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지난 10년간 은행과 비은행권의 자산 성장률 및 자기자본 이익률(ROE)을 비교해 보면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은행보다는 비은행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이야기다.
모든 경쟁은행들은 농협처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지 오래다. 은행 하나만 의지하지 않고 증권, 캐피탈, 자산운용사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그동안 수협은 공적자금을 다 상환할 때까지 예보와 맺은 협정서에 묶여 자율적 경영이나 몸집을 키울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인수·합병이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수도 없었다.
우리가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하는 더 큰 목적은 자율적 경영을 통한 경쟁력 강화 뿐만 아니라, 은행보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섹터에 진출하는‘사업 다각화 및 지주사 전환’이라는 기회를 잡는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어업인 지원기능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인수·합병과 지주사 전환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시장 진입의 장벽을 넘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제부터는 공적자금의 굴레를 넘어서 미래의 수로를 구축하기 위한 조직 역량을 결집하는데 서둘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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