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전어’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전어’
  • 배석환
  • 승인 2022.08.31 21:59
  • 호수 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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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떡전어·대전어 모두 같은 종 크기 차이일 뿐
가을 전어라 하지만 횟감은 여름 전어가 더 적합

‘입하전후에 매년 와서 풀이 있는 물가에서 진흙을 먹을 때 어부들이 그물을 쳐서 잡는다. 살에 잔가시가 많지만 부드러워 목에 걸리지 않으며 씹으면 기름지고 맛이 좋다.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 서울에다 파는데 귀천을 가릴 것 없이 모두 진귀하게 여긴다. 그 맛이 좋아서 사는 사람들이 가격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한다.’ 1820년경 서유구가 저술한 ‘난호어목지’에서 전어를 설명한 구절이다. 
가을이면 떠오르는 생선인 전어는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 뼈째 썰어 먹어도 맛있고 구워 먹어도 맛있다. 냉장 시설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회로 먹는 것 보다 구워 먹는 것을 선호했고 전어를 굽는 냄새가 얼마나 일품인지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며 강원도에서는 새갈치, 전라도는 되미라 부르고 경상도는 전애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크기에 따라 큰 것은 대전어, 중간 크기의 것은 엿사리, 작은 것은 전어사리라 불러왔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워낙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어 전어가 가을에만 나오는 수산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전어는 겨울과 여름에도 어획된다. 다만 가을에 크기가 가장 커지고 지방함량도 높아져 가장 고소한 맛이 나오는 시기다. 
겨울에는 가까운 연안이 아닌 근해에서 잡힌다. 겨울에 근해에서 잡히는 전어 어획량이 많으면 그해 가을에는 전어 어획량이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전라남도 광양, 경상남도 하동·남해·사천 앞바다에서는 7월부터 전어를 어획하기 시작하고 이때 나온 전어를 최고로 쳐준다. 가을에 나오는 전어보다 크기가 작음에도 더 맛있다고 하는 이유는 지방함량의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뼈째 썰어 먹을 때 뼈가 연해 먹기 좋아서인데 전어회를 선호하는 지역적 특색 때문이다. 이는 전어구이도 마찬가지다. 뼈를 발라내지 않아도 머리부터 꼬리까지 씹어 먹을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전어 생산지역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남해안 일대에서만 나오는 어종으로 알려져 있던 전어가 2000년대 들어 서해에도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동해에서도 나온다. 이제 전어를 맛보러 특정 지역을 찾아가지 않아도 전국에서 전어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남해안 일대에서 나오는 전어가 유명한 이유는 서식환경 때문일 것이다. 전어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유기물을 섭취하는데 주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풍부하다. 섬진강과 만나는 광양, 하동은 물론 마산 진동만·진해만 등이 대표적인데 모두 강을 끼고 있다.
이러한 전어는 9월부터 수산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수산물이다. 수조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활 전어부터 생물 전어, 냉동 전어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전어를 부르는 명칭의 차이 때문에 오해를 불러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마산을 비롯해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전어와 떡전어 2가지 명칭으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얼핏 전어의 종류가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같은 전어이며 크기의 차이다. 떡전어는 경상도 지역 어업인들이 전어 중 몸집이 크고 탄탄한 것들을 부르는 일종의 지역 방언이다. 대전어 역시 떡전어와 마찬가지로 크기가 큰 전어를 부르는 말이며 다른 종이 아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판매되고 있는 전어는 대부분 자연산으로 양식 전어가 자연산으로 둔갑하는 경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양식 전어의 출하량이 많았던 시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늘어나 2006년 정점을 찍고 그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현재는 전어양식을 하는 곳이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더불어 전어와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는 어종인 밴댕이, 청어 등과 같은 어종과 혼동할 수 있는 경우도 드물다. 맛도 차이가 날뿐더러 나오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전어로 둔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획량이 많은 시기에는 서민 생선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간 전어는 귀한 몸값을 자랑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전어를 맛보려면 전어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수조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전어는 가장 싱싱하기 때문에 횟감용으로 적합하다. 하지만 가격이 가장 비싼 단점이 있다. 이때는 신선한 생물 전어가 대안일 수 있다. 생물 전어 역시 횟감으로 먹어도 큰 무리가 없지만 죽은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기에 망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횟감용 생물 전어로 좋은 것은 눈동자가 핏기가 없고 선명하며 비늘이 온전한 전어가 좋다. 눈동자에 붉은색 핏기가 돈다면 죽은지 오래된 전어다.
구이를 좋아한다면 활 전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이보다는 몸집이 큰 전어를 고르는 것이좋으며 수산시장에서 판매하는 싱싱한 생물 떡전어가 구이로 제격이다. 냉동 전어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싱싱한 전어를 급냉해 보관하기 때문에 가장 저렴하게 전어구이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듯 다르고 요리해 놓으면 더 구분이 힘든 것이 수산물입니다. 또 시장이나 식당에서는 무슨 뜻인지 알다가도 모를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어업in수산이 소소한 수산 상식을 매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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