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불청객 ‘쏙·쏙붙이·갯가재’
갯벌의 불청객 ‘쏙·쏙붙이·갯가재’
  • 배석환
  • 승인 2022.08.03 19:42
  • 호수 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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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양식장 황폐화…일부 지자체 지역특산물로 육성
남해 문항어촌체험마을에서 쏙 잡이 체험 모습
남해 문항어촌체험마을에서 쏙 잡이 체험 모습

물이 빠지면 광활하게 펼쳐지는 갯벌. 이러한 갯벌은 바다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어촌체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갯벌 안에서 이뤄지는 어촌체험 중 널리 알려지고 많이 하는 것은 바지락캐기체험, 개막이체험, 독살체험 등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바지락캐기와 더불어 가느다란 뻥대(붓)를 사용하는 쏙잡기체험도 각광을 받고 있다. 쏙이 서식하고 있을 만한 갯벌 구멍에 뻥대를 집어넣고 기다라면 뭔가 건드리는 느낌이 나는데 이때 천천히 뻥대를 들어올리면 집게발로 뻥대를 잡고있는 쏙을 만날 수 있다. 외관상으로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쏙의 갑각은 삶아 놓으면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튀김으로 먹어도 이물감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쏙이라고 알고 있는 종이 사실은 ‘갯가재’ 혹은 ‘쏙붙이’ 일수도 있다. 세 종 모두 외관이 흡사하고 쏙과 갯가재는 그 맛까지 비슷해 같은 종이라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세 종 모두 갯벌이 있는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에서 주로 잡힌다. 서식밀도가 높은 갯벌의 경우 마치 벌집을 펼쳐놓을 것처럼 구멍이 빼곡하게 나있는데 이는 갯벌에 깊게 구멍을 파고 먹이를 섭취하는 습성 때문이다.
갯가재의 경우 쏙과 쏙붙이 보다 다소 비싸다. 실제 맛도 바닷가재와 새우의 중간정도라 보면 될 것이다. 단단한 껍질을 자르면 나오는 하얀 속살은 작은 바닷가재와 매우 비슷하다. 갯벌에서도 잡히지만 낚시로도 잡을 수 있고 일본에서는 초밥의 재료로 쓰인다. 쏙과 비슷하기 때문에 간혹 쏙을 갯가재로 판매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쏙은 여러 요리에 들어가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쏙 된장국’, ‘쏙 튀김’, ‘쏙 찜’ 등이 있다.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간장에 조려 먹기도 하는데 칠게조림처럼 특별한 별미다. 쏙붙이는 쏙과 갯가재에 비해 덜 알려진 종이다. 아직 여러 연구가 진행중이며 맛은 쏙보다 못하다고 한다.
한편 쏙, 쏙붙이, 갯가재의 먹이 포획 습성으로 인해 갯벌에서 먹이를 먹으며 살아가는 바지락의 생활 터전을 뺏는 결과를 가져왔다.
바지락은 갯벌 깊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손으로 갯벌을 파헤칠 수 있는 정도의 깊이에서 산다. 그런데 쏙이 파놓은 구멍은 그보다 훨씬 깊어 어린 바지락들이 그 구멍 줄기에 빠져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면 폐사하고 만다. 이 때문에 바지락 양식장에서 껍질만 있는 바지락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 피해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많게는 수백억 원에 이르고 있어 어업인들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퇴치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속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쏙이나 갯가재를 지역특산물로 육성하고 있다. ‘쏙 축제’를 개최하는가 하면 갯가재의 경우 수산물 시장에서 인기리에 판매를 하고 있다. 쏙과 갯가재, 쏙붙이가 바지락양식장을 파괴하는 갯벌의 무법자가 아닌 어촌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산물로 인식전환을 하고 있다.

▲ 쏙
십각목 쏙과에 포함되는 쏙은 새우와 게처럼 다리가 10개라서 십각류다. 갯가재와 모양새가 비슷해 같은 종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갯자재는 구각목에 속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종이다. 
쏙의 갑각은 석회질 함유량이 낮아 갯가재와 비교하면 물렁물렁한 편이다. 몸은 회갈색 또는 황갈색 바탕에 옅은 반점이 흩어져 있다. 몸길이는 암수 모두 10㎝ 정도이고 다 자라도 갯가재 보다 작다. 
이마 윗면에 사마귀 모양의 돌기가 많고 돌기 위에는 털이 다발로 나있으며 갑각 윗면에도 연한 털이 촘촘히 있다. 배의 양쪽 옆면에는 연한 털이 빽빽이 나있고 암컷의 배다리는 5쌍이지만 수컷은 제1배다리 없이 4쌍밖에 없다.
성체가 된 쏙이 파고 들어가 살고있는 굴의 깊이는 최대 2m 정도로 쏙을 잡기 위해 삽으로 갯벌을 파는 것은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 굴의 형태는 ‘U’ 모양과 ‘Y’ 모양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갯벌에서 쏙이 판 구멍을 발견하고 발로 밟으면 다른 쪽 구멍에서 물이 솟아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 쏙붙이
쏙과 비슷한 생태를 가지고 있다. 가는 모래질이 많은 갯벌 양식장이나 해수욕장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지만 쏙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실제 쏙과 같이 취급을 받기 때문에 자세한 연구가 진행된 것이 드물기도 하다. 
서해안 여러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쏙붙이는 갯벌 속에서 여러 땅굴을 만듦으로써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여러 생물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문제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어업인들의 경우 갯벌에서 잡을 수 있었던 여러 조개류 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평소 깊게 빠지지 않았던 갯벌 길이 갑작스레 무릎까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쏙붙이는 시베리아 남동 연안, 한국, 중국의 동북 연안, 일본 등에 서식한다. 몸체의 좌우가 비대칭인 점이 특이하며 꼬리에서 머리 방향으로 바라볼 때 왼쪽 집게발이 오른쪽 집게발에 비해 월등히 크고 넓적하면 수컷이고 오른쪽 집게발과 왼쪽 집게발의 모양이 비슷하며 약 2배 정도 차이가 있으면 암컷이다. 

▲ 갯가재
갯가재는 구각목 갯가잿과에 속하고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서식하고 있다. 쏙, 쏙붙이와 마찬가지로 모래진흙 바닥에 구멍을 파고 살아간다. 구각류란 입에 다리가 달려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 입가에 사마귀의 커다란 앞발과 닮은 가슴다리를 가지고 있다. 이 가슴다리를 사용해 적을 공격하거나 먹잇감을 잡는다.
몸길이는 최대 12㎝ 정도며 수명은 4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몸 빛깔은 담갈색으로 회백색의 점이 흩어져 있다. 등에 4개의 세로줄이 있고 꼬 부분의 색이 노랗고 화려하다. 갯가재의 눈은 양쪽 눈을 따로 움직이기도 하고 눈알을 비스듬히 기울이거나 굴리기도 한다. 
접었다 폈다 하는 스프링 근육의 속도가 빠른 덕에 서식구멍 입구에서 먹이를 기다리다 먹이가 지나가면 빠른 속도로 도약해 포획한다. 게, 새우, 어류 등 가리지 않고 사냥을 하기 때문에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참고 : 국립수산과학원,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황선도 지음)>
※사진제공 : 여상경

같은듯 다르고 요리해 놓으면 더 구분이 힘든 것이 수산물입니다. 또 시장이나 식당에서는 무슨 뜻인지 알다가도 모를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어업in수산이 소소한 수산 상식을 매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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