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어업협정이 몰고 온 부산공동어시장의 변화
한·일 어업협정이 몰고 온 부산공동어시장의 변화
  • 배석환
  • 승인 2022.07.27 18:20
  • 호수 6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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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어업협정이 몰고 온 부산공동어시장의 변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나무 어상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나무 어상자
선상 시위에 나선 쌍끌이 어선들
선상 시위에 나선 쌍끌이 어선들
위판물량이 없어 쉬고 있는 어시장 직원들과 수레
위판물량이 없어 쉬고 있는 어시장 직원들과 수레
현수막도 내걸었지만 현실은 요지부동
현수막도 내걸었지만 현실은 요지부동

1999년
마침내 협상이 끝났다. 협상에 재협상, 처음 시작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더니 한·일 어업협정은 결국 요령부득한 모양새로 끝을 맺고야 말았다. 모진 수모를 당해가면서 대체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고등어값이 쇠고기값보다 비싸졌으니 이제 어업인들도 살 만한 세상을 만난 것일까?
이제 국민들은 밥상머리에 가만히 앉아서 세계 각지의 맛난 수산물을 맛볼 수 있게 됐지만 쌍끌이어선 어업인들은 화내기도 지칠만큼 기가 차서 말도 안나온다. 기선저인망 업종 중에서도 어획량이 가장 많은 쌍끌이가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데 재협상까지 해서 얻어낸 결과 80척만 입어를 허용한다니 나머지 140여 척은 어디다 그물을 드리운단 말인가.
실제로 부산공동어시장 위판량은 협상이 타결되기 전보다 반 가까이 줄었다. 생선값이 치솟는 바람에 금액면에서 보면 40% 정도가 줄었지만 물량으로 따지면 반도 더 줄었다는 게 어시장측의 설명이다. 배라는 것이 한 번 움직이면 그게 다 돈이기 때문에 고기도 못잡을 바엔 차라리 경비나 줄이자면서 아예 출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기선저인망수협의 전체 조합원이 동시에 폐업신청을 해가며 결사반대의 뜻을 표명했지만 그것도 역부족이었다. 배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해상 시위도 해봤고 서울로 몰려가기도 해봤지만 현실은 요지부동. 이젠 누가 물어보는 것도 귀찮다는 투다.
배들이 출어를 안 하다 보니 부산 남항은 난데없는 주선난까지 겪게 됐다. 넓은 바다를 주름잡으며 한창 그물질에 열중해야 할 배들이 500여 척 가까이 발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어선들 뿐 아니라 배에 기름을 채워주던 유조 펌프도, 고기상자를 실어올리던 컨베이어도 당분간은 휴업이다.
공동어시장 종사들은 물론 공동어시장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수산업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파편에 맞아 신음하고 있다. 어선을 수리하는 중소 조선소, 부산 지역에 집중돼 있는 어망제조업체, 냉동업자들과 수산물 가공업자들이 하나같이 죽을 상이다.
출어를 안 하니 배를 손볼 일도 없고 어망을 구입하는 사람도 없다. 냉동창고는 비어가는데 새로 입고 되는 물량이 없어 어묵공장도 일손을 놓아야 할 판이다. 이미 만들어 놓은 어상자 판매가 되지 않아 남항 방파제 바깥쪽 공터에는 어상자들이 말그대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불과 두어 달 전만해도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1999년 오늘 부산공동어시장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72호(1999년 4월 발행)

경매가 끝난 고등어를 크기별로 선별해 어상자에 담고 있는 모습
경매가 끝난 고등어를 크기별로 선별해 어상자에 담고 있는 모습
새벽 6시, 첫 경매가 시작됐다.
새벽 6시, 첫 경매가 시작됐다.
갈치를 실어나르고 있는 부산공동어시장 사람들
갈치를 실어나르고 있는 부산공동어시장 사람들
경매가 끝나고 한적해진 부산공동어시장 선착장
경매가 끝나고 한적해진 부산공동어시장 선착장

2018년
깊은 새벽이지만 세상 모든 불빛을 모아 비추는 것처럼 환하게 선착장을 밝히고 있는 곳이 있으니 ‘부산공동어시장’이다. 수산물을 실은 냉동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경매가 진행될 위판장 바닥에는 선도 좋은 선어들이 투명한 은빛을 발산하고 있다. 
그 규모가 우리나라 최대이기에 어시장 끝에서 끝까지 가는 데만 몇 분이 걸린다. 절반 정도는 이미 정리가 끝났다. 경매가 시작되는 시간은 6시. 한 시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수산물을 크기별로 정리하는 인부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반듯하게 만들어진 다른 위판장들과 달리 부산공동어시장은 ‘ㅛ’자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구획이 다소 복잡하게 나눠져 있다. 크게 7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수산물의 종류에 따라 구획이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어선별로 구역이 나눠져 있다.
실제 경매가 시작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동선이 복잡했다. 차례대로 가면서 경매가 진행되지 않았다. 맨 처음인 1-1 구역에서 시작된 경매가 끝나고 바로 옆 구역에 경매를 기다리는 수산물이 있음에도 한 참을 걸어야 하는 거리에 있는 수산물구역이 끝나고서 다시 돌아와 경매가 진행된다. 처음 어시장을 찾는 이라면 다소 어리둥절하기에 충분했다.
주 어종은 고등어였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고등어가 이곳을 거쳐 간다. 그 밖에 갈치와 방어 등 여러 어종이 있지만 80% 정도가 고등어였다. 6명의 경매사가 돌아가면서 구역별로 경매를 진행한다. 중도매인수는 86명으로 모든 이들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절반만 참여해도 다른 위판장의 2배 정도 되는 규모다. 더욱이 수지식 경매라 동시에 손으로 가격을 표시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어떻게 기억을 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경매사와 중도매인들의 숫자도 다른 곳에 비해 많지만 경매에 나온 수산물을 정리하는 부녀반 인원들까지 합치면 물량이 적은 날은 200여 명 정도가 작업장에서 움직이고 배가 많이 들어오는 날은 최대 2000여 명이 작업에 참여한다. 상당한 인원이 부산공동어시장을 기반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다. 
경매가 끝나자 쏟아져 들어오는 인원의 숫자가 대규모 자동차 공장의 직원들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가장 먼저 일산분란하게 구역별로 자리를 잡고 수산물을 담아두었던 나무 상자로 칸막이를 만든다. 경매물건이 서로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곧바로 포장에 들어간다. 고등어의 경우 천일염으로 바로 염장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끝이 보이지 않게 줄지어 늘어서 있던 수산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닥을 청소하는 인원들과 나무상자를 정리하는 인원들만이 눈에 들어온다. 금세라도 다시 쏟아질 것 같았지만 갈매기 울음소리만 울려퍼진다. 
부산공동어시장은 1963년 11월 ‘부산종합어시장’이라는 명칭으로 개장을 했다. 당시 위치는 지금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현재 국제여객터미널 부두였다고 한다. 1973년 지금의 위치로 옮겨 왔다. 소규모 경매 보다는 대형선망, 쌍끌이, 외끌이, 트롤 등과 같이 선단을 이루며 조업을 하는 어선들이 주로 경매에 참여한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43호(2018년 5~6월 발행)
2022년
부산공동어시장은 공동사업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부산시 수산업협동조합, 경상남도정치망수협협동조합, 대형선망수산업협동조합, 대형기선저인망수산업협동조합, 서남구기선저인망수산업협동조합 등 부산관내 5개 수협을 구성회원으로 하고있다.
수산물위탁판매사업 및 이용가공사업을 시행하고 있어 총 부지 6만 4247㎡, 건축면적 6만 6195㎡로 150톤급 근해어선 23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1016m의 접안장과 1일 최대 16만 상자의 위판능력을 가진 4만 3134㎡의 위판장, 130톤 규모의 활어보관수조, 6629㎡ 규모의 냉동공장을 운영중에 있다.
고등어, 삼치, 오징어, 갈치, 눈볼대 등 약 60여 종의 어획물이 상장되고 고등어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약 90% 정도가 부산공동어시장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또한 전국 선어위판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위판량은 3만 5089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 9198톤보다 10.5% 감소했다. 위판액도 946억 9880만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056억 5860만 원보다 10.4% 줄었다. 이는 위판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등어 위판액이 23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8%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갈치는 위판액 26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단가가 55% 높게 형성돼 전체 위판액의 29%를 자치하며 높은 위판고를 달성했다.


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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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범 2022-07-29 07:01:15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