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대멸? 아무렴 어때 고소함에 반했는데~
정어리? 대멸? 아무렴 어때 고소함에 반했는데~
  • 배석환
  • 승인 2022.07.20 18:53
  • 호수 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멸치 산지 정어리·대멸 동일시…‘정어리 쌈밥’에 대멸 사용
▲ 전남 여수 근해 유자망 멸치 조업 현장
▲ 전남 여수 근해 유자망 멸치 조업 현장

된장과 고추장을 적절하게 섞어 양념장을 만들고 삶은 고사리와 정어리를 넣고 자작자작하게 졸여지면 싱싱한 상추 위에 따끈한 밥과 정어리를 올려 먹는 ‘정어리 쌈밥’. 비릿한 냄새는 사라지고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지니 정어리가 나오는 계절이면 이 맛을 잊지 못해 정어리가 많이 나오는 전남과 경남 등 남해안 일대를 찾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정어리 쌈밥’으로 알고 먹는 음식에 들어가는 정어리 중 일부는 정어리가 아닌 멸치(대멸)로 정어리를 대신해 음식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자칫 문제의 소지가 될 수도 있지만 정작 ‘정어리 쌈밥’을 판매하는 지역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는 정어리와 대멸을 동일시 하는 지역 특유의 음식문화와 정어리 어획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자구책으로 대멸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
멸치와 정어리는 같은 청어목에 속하고 멸치는 멸치과, 정어리는 청어과로 분류되는 이웃사촌지간이다. 생김새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정어리가 성체가 되면 훨씬 크기 때문에 외형상 구분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멸치가 많이 나오는 지역에서는 대멸과 정어리를 같은 어종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특히 정어리 중 크기가 작은 개체는 때에 따라 멸치라 부를 때도 있고 정어리라 부를 때도 있다.
멸치는 크기에 따라 세멸, 소멸, 중멸, 대멸로 나뉘는 것이 일반적인데 세멸은 가장 작은 멸치로 볶음용으로 사용된다. 소멸 역시 볶음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중멸은 볶음부터 국물용으로 다양하게 활용돼 가장 인기가 높다. 중멸까지는 사용하는 용도와 크기로 인해 정어리와 확연히 구분된다. 
그런데 대멸은 회나 무침으로 먹고 말려서 국물을 내는데 쓰거나 쌈밥의 재료가 되는데 정어리 역시 같은 용도로 쓰인다. 특히 10㎝ 이상의 대멸과 작은 크기의 정어리는 매우 흡사하게 생겼고 맛도 비슷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멸치 쌈밥’과 ‘정어리 쌈밥’의 맛은 대동소이하다. 오히려 어머니가 해주시던 옛맛을 찾는 이들은 ‘정어리 쌈밥’을 추천하는데 아마도 그 당시 정어리와 대멸의 구분이 모호했고 정어리 어획량이 많아 가격이 대멸에 비해 저렴해 정어리가 자주 식탁에 올라왔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남과 경남 일부 지역에서는 대멸을 정어리 혹은 증어리라 부르기도 한다. 옛 문헌에서도 멸치와 정어리는 서로 빗대어 가면서 소개가 되고 있는데 조선시대 만들어진 ‘자산어보’의 경우 작은 멸치를 멸치, 큰 멸치의 속명을 정어리로 적었다. 
※참고 : 국립수산과학원

▲ 멸치
멸치는 턱은 위턱이 길고 아래턱이 짧은데 이러한 주둥이의 생김새로 멸치와 비슷한 형태를 가진 청멸, 밴댕이 등과 구별할 수 있다. 양턱에는 작은 이빨이 한 줄로 줄지어 있고 혀 위의 중축부에는 유치 융기선이 있다. 비늘은 탈락하기 쉬우며 청어, 준치나 전어 등의 배가장자리에서 볼 수 있는 날카로운 모비늘은 없다.
지금의 멸치 생김새는 상고대에 지구에 나타난 고대어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한다. 몸은 길고 원통형이며 13㎝ 크기까지 자라난다. 몸빛깔은 등쪽이 암청색이고 배쪽은 은백색을 띠고 있으며 옆구리에는 은백색의 세로줄이 있다. 
멸치라는 이름은 물 밖으로 나오면 금방 죽어버린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멸치 무리는 태평양을 비롯한 전세계의 난류 수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대양을 회유하며 돌아다니는 원양성인 동시에 난류성 어종이다. 또한 멸치는 연안성인 동시에 표층성이며 주광성이기 때문에 백광등으로 유인하면 잘 잡힌다.
지역 마다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차이를 보였는데 제주도에서는 ‘행어’, ‘멜’ 등으로 불렀으며 경상도에서는 ‘말자어’, ‘멸아’라고 칭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멸치를 ‘몸이 매우 작고 큰 놈도 서너치에 불과하다. 또 성질도 매우 급해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고 만다’라고 기록됐으며 국이나 젓갈을 만들며 말려서 포로 만들어 먹었다고 소개했다.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어류로 멸치과에는 멸치 외에도 멸치와 그 형태나 크기가 비슷한 종류가 많이 포함돼 있으며 반지, 풀반지, 곤어리, 청멸, 북멸 등으로 세계적으로 멸치과에 속하는 어류는 20속 110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지만 특히 통영, 추자도 연안에 많고 서해는 평안북도, 동해는 강원도 통천까지 서식한다. 대표적인 연안 회유어로서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식으로하며 성장은 부화 후 1개월에 3㎝, 6개월 8.3㎝, 1년이면 10~12㎝로 자라서 성어가 된다. 최대 체장은 13㎝다.

▲ 정어리
정어리는 멸치와 같은 청어목 어류 중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어류다. 멸치보다 큰 중형 물고기로 성어는 25㎝에 달한다. 몸 등쪽은 짙은 청색이고 옆구리 및 배쪽은 은백색으로 바다에 떠서 사는 전형적인 어류의 색을 띤다. 옆구리에는 한줄로 7개 내외의 검은 점이 있고 때로는 그 위로 여러 개의 작은 점들이 있다.
연안의 외해 쪽에 떼를 지어 다니며 물에 떠서 살기 위해 근육에 많은 지방을 저장하고 있어 국을 끓이면 비린내가 많이 난다. 정어리 기름은 각종 공업용 원료에도 이용되고 나머지는 사료와 비료로 이용되며 소금에 절여 저장하면 맛있는 젓갈이 된다. 실제 2차 대전으로 군수용 기름이 부족했을 때 일본 해군은 우리나라 정어리를 이용해 기름을 충당할 계획을 세웠을 정도다.
우리나라 정어리 어획량은 시기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 1920년대는 25만 톤, 1930년대 말에는 100만 톤 이상이 잡혔다가 1940년대 들어 급격히 감소한다. 이후 어획량이 미미해 정어리는 수산자원으로써 잊혀졌다가 1980년대 400만 톤 까지 어획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같은듯 다르고 요리해 놓으면 더 구분이 힘든 것이 수산물입니다. 또 시장이나 식당에서는 무슨 뜻인지 알다가도 모를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어업in수산이 소소한 수산 상식을 매주 알려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