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안좋아도 맛은 일품 ‘밴댕이’
평판 안좋아도 맛은 일품 ‘밴댕이’
  • 배석환
  • 승인 2022.06.22 20:26
  • 호수 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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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장망을 이용해 밴댕이를 잡기 때문에 새우,게 등이 혼획돼 이를 분리해야 한다.
낭장망을 이용해 밴댕이를 잡기 때문에 새우,게 등이 혼획돼 이를 분리해야 한다.

1997년

맛이나 모양에 관계없이 속담에 생선 이름이 들어가면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생선이 밴댕이다. ‘밴댕이 속알딱지 같다’는 말은 화 잘내는 사람이나 성질이 고약한 사람을 빗대 하는 말이니 밴댕이라는 생선이 얼마나 못된 생선이길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다른 속담에 등장하는 생선과 마찬가지로 밴댕이 역시 아무 죄가 없다. 밴댕이는 그저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는 경골어류일 뿐이다. 물론 밴댕이의 내장은 그다지 큰 편은 아니지만 성어의 몸 길이가 기껏해야 15㎝ 안팎이고 그나마 무언가에 눌린 듯이 납작한 체형이니 큰 내장이 자리잡을 틈이 없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이유에서 밴댕이는 속 좁은 사람들의 대명사가 됐을까? 밴댕이의 고장인 강화도에서는 밴댕이가 널리 알려지기 이전부터 밴댕이를 잡아왔고 그 밴댕이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먹어왔으니 강화도 어업인들이라면 그 이유를 알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수십년 바다에 나와서 많은 어종을 잡았지만 살아있는 밴댕이는 구경을 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얼마나 성질이 급한지 그물에 걸렸다하면 바로 죽거나 살아있는 것들도 몇 번 펄떡이다 곧바로 즉사하니 밴댕이 속알딱지 같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정답은 아니다. 
 밴댕이는 아주 섬세한 어종으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금방 죽어버리는 약한 생선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살아있는 밴댕이를 볼 수 없으니 사람들이 성질이 급하다느니 속이좁다느니 하면서 오명을 뒤집어 씌운 것이다.
강화도에서는 밴댕이를 회로 먹기도 한다. 밴댕이가 동중국해를 떠나 서해를 두루 회유하다가 강화도 근해에 이르는 때는 5~6월 사이로 이때 잡힌 밴댕이는 씨알은 작지만 육질이 매우 부드러워서 회로 먹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주로 낭장망을 이용해 밴댕이를 잡는데 밴댕이라 해서 다같은 밴댕이가 아니다. 깊은데 사는 놈은 크기가 크지만 살이 물러서 주로 젓갈을 담그는데 사용되고 얕은 데 사는 놈은 크기가 작은 대신 맛도 좋고 선도가 오래가기 때문에 주로 횟감으로 이용된다.
강화도 안에서도 화도면 내리 선수항을 중심으로 어획과 판매가 이뤄지는데 주어장은 선수항에서 세시간 넘게 걸리는 만도리 어장이다. 어로한계선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어 조업이 수월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나는 밴댕이라야 진짜 밴댕이라고 한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50호(1997년 6월 발행)

해선망은 그물코가 낭장망보다 크기 때문에 새우와 같은 작은 어종은 혼획되지 않지만 특히 병어가 많이 혼획된다.
해선망은 그물코가 낭장망보다 크기 때문에 새우와 같은 작은 어종은 혼획되지 않지만 특히 병어가 많이 혼획된다.

2017년
강화도는 몇 가지 수산물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그 중 새우젓이 으뜸이다. 외포리선착장은 그러한 새우젓을 판매하는 젓갈단지가 위치해 있다. 그렇지만 초여름이면 강화도 전역에서 가장 핫한 수산물은 단연 밴댕이다. 
밴댕이는 동해바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로 우리나라 서남해안 일대에서 어획된다. 특히 강화도 인근 바다에서 나는 것을 최고로 쳐준다. 그리고 강화도에서도 석모도 부근에서밴댕이가 가장 많이 어획된다. 
저 멀리 고요한 바다를 가르며 빠른 속도로 어선 한 척이 다가온다. 현덕호라 쓰여져 있다. 밴댕이가 그리 크지 않은 어종이지만 조업을 나서기엔 살짝 작은 느낌이다. 현덕호 뱃머리에는 천으로 덮어 놓은 바구니가 가득하다. 필시 생선이 한 가득 담긴 바구일 것이다. 천을 걷어내자 은빛 향연이 펼쳐진다. 밴댕이다. 멸치보다 더 반짝이고 자세히 보면 투명한 것도 같다. 오늘 새벽에 잡은 것이라 한다. 싱싱하다. 재빨리 트럭에 옮겨 실어 진다. 횟감으로 혹은 젓갈로 사용될 것이다.
다시금 바다로 떠나는 현덕호를 얻어 타고 30여 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바다 한가운데 정박해 있는 어선이다. 현덕호가 자선이라면 모선이라 생각될 만큼의 크기다. ‘제2유신호’라 쓰여 있는 것을 보니 선단을 이루고 조업을 하나보다. 
오후 1시 30분. 바다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자 유신호의 엔진이 작동이 시작되었다. 선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와이어 줄이 감기기 시작하고 바닷속에 잠겨 있던 커다란 금속 기둥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갈매기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그물 끝에 한 가득 담긴 밴댕이가 은빛 자태를 뽐내며 올라온다. 
밴댕이 조업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일정한 위치에 그물을 고정해 놓는 방식과 유신호처럼  배를 타고 이동하며 어획하는 해선망 어업방식이다. 조류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지만 해선망 어업은 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에 고정형보다는 어획량이 많은 편이다.
해선망 어업은 날개그물이 없는 긴 자루그물을 수해와 암해로 고정시켜 입구를 만들어 그 안으로 밴댕이가 들어가게 하는 방식이다. 들어간 밴댕이는 자루그물 끝부분인 끝자루 속에 갇혀 빠져 나가지 못하게 된다. 수해와 암해는 20미터 정도 길이의 금속 기둥이다. 대나무 보다 두꺼운 기둥으로 어선의 후미의 권양기를 따라 이어진 금속 와이어로 고정돼 있다. 수해는 입구의 위쪽에서 부력을 갖는 역할을 하고 암해는 아래쪽에서 물속에 잠길 때 필요한 침강력을 담당한다. 
물살의 흐름이 느려질 때 자루그물을 먼저 바다에 투망한다. 그물이 뭉치지 않고 잘 펼쳐진 것을 확인한 후 권양기에 연결된 와이어를 풀어 먼저 암해를 바닥에 닿지 않게 바닷속 일정한 높이에 위치하게 만든다. 뒤이어 수해도 같은 방법으로 천천히 와이어를 풀어 자루그물 입구가 단단히 고정시키면 투망이 완료된다. 
이렇게 한 참을 기다리다 조류의 방향이 바뀌는 시간이 되면 양망이 시작된다. 권양기로 수해를 올려 단단히 후미에 고정시킨 후 암해를 끌어 올린다. 그리고 자루그물과 연결된 돋음줄을 사이드 드럼에 감아 천천히 끌어 그물을 끌어 올린다. 자루그물을 끌어올리는 것은 기계의 힘과 더불어 선원들이 총 동원돼야 한다. 중간에 엉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끝자루까지 선상에 올라오면 감겨 있던 줄을 풀어 내용물을 쏟아낸다. 
조류를 따라 이동하는 어종들이 혼획된다. 꽃게에 버금가는 맛을 자랑하는 황게부터 개구리 울음소리를 내는 그물무늬금게와 새우, 그리고 귀한 병어까지 다양하다. 곧바로 분류 작업이 시작되어야 한다. 밴댕이는 배에 올라오면 금방 죽어버린다. 부패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차가운 얼음에 재빨리 넣어 두어야 한다. 갑판 위에 한 가득이던 생선들이 분류되고 나니 막상 밴댕이는 양이 얼마 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기가 한 가득이다.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어 밴댕이가 비싼 어종이 아님에도 찾는 수요에 비해 어획량이 적으니 밴댕이회를 맛보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39호(2017년 9~10월호)

2022년
강화도에서 어획되는 밴댕이는 강화군수협에서 위판을 하지 않고 대부분 자체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어획량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밴댕이 어획량은 극히 소량만이 나와 대부분의 밴댕이조업 어선들이 조업을 포기했었다. 여러가지 환경적 요인이 있을 거라는 추측이 있을 뿐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 올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더욱이 일찍 찾아온 장마의 영향으로 민물이 바다에 흘러들어오면 밴댕이 조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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