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21년만에 되찾은 정체성…어업인 조직으로 거듭난다
수협 21년만에 되찾은 정체성…어업인 조직으로 거듭난다
  • 김병곤
  • 승인 2022.06.15 20:48
  • 호수 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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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한국경제 강타한 IMF 외환 위기에서 출발
공적자금 투입으로 수협 협동조직으로서 기능 상실
2016년 보통주 100% 출자 은행 독립법인으로 출범
공적자금 상환으로 수협 본래의 설립 목적 달성

 

수협중앙회가 21년만에 공적자금을 완전 해소하고 어업인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수협은 지난 8일 임시총회를 열고 국채 매입을 통해 올해 안으로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키로 의결했다. 이어 이날 예금보험공사와 공적자금 국채 상환을 골자로 하는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수협의 공적자금 투입은 지난 1997년 한국경제를 강타한 IMF 외환 위기에서 출발했다. 당시 수협 신용사업부문은 97년과 98년 미처리 결손금이 각각 397억 원과 3283억 원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수협은 정부에 우선 출자의 형태로 57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산업구조조정에 관한 법(금산법) 및 국유재산의 현물출자에 관한 법등의 시행령에 따라 수협신용사업에 공적자금 투입은 어려웠다. 이후 여러 차례 건의를 통해 2000년 12월 30일 수협법이 개정되면서 2001년 3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수협에 1조 1581억 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의결했다.
그러나 공적자금 투입으로 수협은 협동조직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수협이 예보와 맺은 당시 ‘공적자금 상환 합의서’에 따라 수협은행의 배당금은 원칙적으로 공적자금 상환에만 사용해야 하고 중앙회 자본으로 산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협은행의 수익금은 어업인 지원에 일체 투입할 수 없었다. 지도경제신용사업의 회계가 철저히 분리돼 상호 인사교류 조차 할 수 없었다. 
공적자금 해소는 투입이후 취임한 중앙회장들의 첫 일성이 됐다. 하지만 역대 회장들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좌절을 겪었다. 다행히도 2016년 12월 1일 수협은행을 자회사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이 담긴 수협법이 개정되며 조기상환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법개정에 따라 공적자금은 수협중앙회가 받은 것으로 하고 수협중앙회에서 분리돼 자회사가 된 수협은행이 필요한 자본 2조 원 가량을 중앙회가 공적자금과 추가자본을 마련해 보통주 형태로 100% 출자하면서 수협은행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이후 2019년 3월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취임하면서 공적자금 조기상환이 본격화됐다. 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임기 내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완료하겠다” 입장을 전면에 내걸었다. 곧바로 공적자금 조기상환을 위한 ‘공적자금 상환 추진단’을 구성하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하는 정부입법(안)을 끌어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을 조기에 일시 상환할 경우에도 고유목적사업비 한도 초과분에 대한 추가 법인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된 것이다. 
마침내 지난 8일 수협은 총회의결을 거쳐 예금보험공사와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합의서’를 개정했다. 합의서에는 현재까지 수협에서 상환을 완료하지 않은 잔여 공적자금 7574억 원을 국채로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합의서 개정을 통해 수협은 공적자금(1조 1581억 원) 가운데 상환이 완료된 4007억 원을 제외한 잔여분을 올해 중 국채(액면가 총액 7574억 원)를 매입해 일시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액을 갚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합의서 개정이 이뤄짐에 따라 수협에 투입된 공적자금 전액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오는 2027년까지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수협은 그동안 수협은행의 배당 가능 재원을 모두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해 왔다. 이 때문에 수협은행의 배당금을 어업인 지원과 수산업 발전에 활용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공적자금이 상환되면 경영 자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어업인을 돕는다는 수협 본래의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8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정부가 공적자금 일시상환을 위한 방안을 승인해 줌으로써 공적자금 조기상환의 길을 열어줬다”면서 “지난 21년간 이어져 온 공적자금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어업인과 회원조합을 위한 조직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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