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 공적자금을 왜 빨리 갚나
수협은 공적자금을 왜 빨리 갚나
  • 조현미
  • 승인 2022.06.08 20:09
  • 호수 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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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옥 수협 감사위원장
김규옥 수협 감사위원장

지난 6월 8일은 60년 수협 역사상 아주 감개무량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이날 정부와 수협은 2001년에 지원받았던 1조 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21년만에 조기 상환하는 협약서에 서명하였다. IMF 사태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은 많았지만, 이렇게 자발적으로 당초 계획보다 빨리 상환하는 경우는 수협이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이다. 

공적자금 상환의 족쇄

지난 이십여 년간 수협은 공적자금에 얽매여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중앙회의 주된 수입원인 은행의 배당금이 전액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됨으로써 어업인과 회원조합 지원에 막대한 지장을 받아왔었다. 또한, 중앙회가 은행으로부터 받는 명칭사용료도 배당금(상환금)을 늘리기 위해 법정 한도 이하로 수취하여 중앙회 재정에 불이익을 주어 왔다.

은행은 예금보험공사의 감독하에 영업활동을 위한 경비지출이나 이익 재투자 등에 통제를 받아 시중은행 최하위 수준의 지위를 면치 못해 왔다. 농협을 포함한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갖추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때에도 금융 자회사 하나 없는 취약한 구조로 오직 수협은행만으로 고군분투 해왔다. 단적인 예로,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중앙회가 출자를 하려고 해도 예금보험공사와의 매번 사전협의를 거치고, 상환합의서를 개정 해야 하는 등의 제약으로 2016년 12월 수협은행 출범 이후 단 2회밖에 증자를 하지 못해 업계 최소의 자본금으로 경쟁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회도 은행의 명칭사용료(어업 지원금)와 상호금융, 공제사업 이외에는 마땅한 수익사업이 없어 유통·판매 등 경제사업의 원가 절감, 사업 효율화에 매진하느라 협동조합 본연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조기상환의 인센티브와 편익 분석

혹자는 무이자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데, 작년부터 조기상환 조건을 정부와 교섭하면서 전례없는 혜택을 부여받아 조기상환에 따른 불이익이 전혀 없게 되었다. 

수협의 자발적 조기상환은 중앙회와 은행이 공적자금 지원의 결과로 경영이 정상 궤도로 정착되었을 뿐만 아니라, 청사 매각대금 등 자구 노력을 통해 공적자금을 상환함으로써 정부 지원의 성공적 모범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제공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였다.

정부 당국의 입장에서도 불안정한 배당금(2017년 127억원, 2019년 1,320억원 등 연평균 667억원)으로 회수하기 보다는 매년 800억원의 확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당초 2028년까지 상환하는 일정을 1년 단축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약 7,574억원의 상환금을 현금이 아닌 국채로 상환하는 수협 제시안을 수용해 주었다. 이에 따라 수협중앙회는 채권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약 940억원의 원금 할인 혜택을 얻게 되었다. 이는 국채 매입을 위해 발행하는 수금채 이자 보다 약 90억원이 더 큰 금액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도 일시 상환에 따른 세금 불이익을 없애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여 금년에 상환하는 공적자금에 대하여 발생할 수 있는 최대 1,600억원 상당의 세제상 불이익을 해소해주었다.

경제적 비용 편익분석을 해본다면, 향후 은행 배당금과 증자로 발생하는 추가 배당금 및 활용 이익을 합산한 후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채권 및 이자와 자체 자금의 기회비용을 빼더라도 오히려 1천 억원 이상의 순이득을 얻는다고 예상된다. 

지금 당장은 중앙회 여유자금과 채권발행 자금을 사용해야 하지만, 향후 6년간 최대 6,600억원의 은행배당금과 추가 명칭사용료 약 700억원으로 어업인 지원은 물론, 은행의 자본 충실화, 수금채 원리금 상환, 중앙회 사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조기상환이 없었으면 발생하지 않거나 모두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될 재원이었다. 

경영의 자율성 회복

수협은행의 입장에서는 9개에 달하던 예금보험공사의 MOU 목표가 건전성 지표 2개로 대폭 축소되어 경영의 자율성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1인당 영업이익, 판매관리비 준수 목표 등이 없어지고, 공적자금 지원 은행이라는 멍에를 벗어남으로써 은행 신용도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증권, 자산운용, 캐피탈, 신용정보회사 등 은행보다 수익성이 높은 금융업에 진출함으로써 농협을 비롯한 대형 시중은행과 같은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점검하기 위해 2027년까지는 은행의 이사회에 정부 추천 사외이사를 유지키로 하였는데, 아쉬운 점도 있지만 공적자금 현금 납입이 완료되는 과도기까지 안정 경영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하겠다. 중앙회와 체결한 협약서는 사실상 해지되는 수준으로 변경되어 예보의 중앙회와 은행 임원 징계 요구권 등 경영 관여 조항이 사라지게 되었다. 

새로운 미래 청사진 기대

무엇보다도 그동안 공적자금 지원기관이라는 불명예를 떼고 수협인의 자긍심을 회복하며, 어업인 지원이라는 중앙회 본연의 기능을 회복한 수협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창립 60주년이 되는 해에 지난 20여 년간 숙원과제였던 공적자금을 조기에 상환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에 머무르지 말고 금융지주 설립, 경제사업 활성화 등 지속발전의 로드맵을 착실히 추진하여 중앙회·은행·회원조합·수산인 모두가 상상해오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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