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 밀러나간다’ 투명함 속에 감춰진 감칠맛 ‘자하젓’
‘잣 밀러나간다’ 투명함 속에 감춰진 감칠맛 ‘자하젓’
  • 배석환
  • 승인 2022.06.02 19:15
  • 호수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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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어체로 부패 빨라 당일 잡은 싱싱한 것만 사용

생김새는 분명 새우와 비슷하지만 몸통이 투명하고 표피가 부드럽고 연약해 조금만 힘을 주어도 어체가 상하는 자하. 이러한 자하를 가지고 만든 젓을 자하젓이라 하는데 옛 문헌에는 감동(甘冬)젓이라고 쓰여져 있으며 충남 서천지방의 특산물이기도 하다.

자하에 대한 기록은 아직 통일되지 않았고 연구자료 또한 부족해 분명한 정의를 내리기 힘들다. 갑각류인 곤쟁이가 자하라는 자료가 다수지만 자하가 많이 나오는 시기는 4~5월인데 반해 곤쟁이가 생산되는 시기는 8~10월까지로 어획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자하와 곤쟁이가 다른 종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어린새우를 자하로 부르는 것 역시 새우의 경우 아가미가 없는데 자하는 가슴부분에 아가미가 노출돼 있어 형태학적으로 다르다.

보통 젓새우는 수심이 깊은 곳에 주로 서식하지만 자하는 수심 1m 내외 연안에서 주로 어획된다. 서천에서는 자하를 쪽대로 잡는다. 미세한 그물이 달린 쪽대를 들고 사람이 직접 바다에 들어가 밀고 다니면서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잡는다. 어체가 약하고 부드러워 쪽대를 이용한 재래식이 아니면 어체의 품질이 좋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서천 해안 지방에서는 자하를 잡으로 갈 때 ‘잣 밀러나간다’고 한다.

부패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살아있는 상태에서 천일염으로 염도 20~30%가 되게 염장한다. 어체가 워낙 부드럽기 때문에 소금을 골고구 섞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한군데로 뭉치면 죽과 같은 연육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염장한 자하는 23~28℃ 정도의 상온에서 5~7일간 그대로 둔다. 염분이 녹아 어체에 고루 퍼지게 하기 위함이다. 이후 10~12℃ 정도의 토굴이나 저온 저장시설로 옮겨 최소 6개월 이상을 숙성시키고 감칠맛이 풍부한 자하젓을 맛보려면 1년 정도가 지나야 한다. 자하는 몸통이 투명하지만 젓갈로 담으면 분홍색으로 변한다. 이때 선도가 좋지 못한 자하의 경우 검붉은 색으로 변해버려 상품가치가 떨어진다고 한다.

자하젓은 일반 새우젓보다 글루타민산 함량이 3~5배 높아 감칠맛이 더 좋다. 또한 표피가 부드러워 입안에 넣었을 때 이물감이 새우젓에 비해 덜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새우젓보다 적게 넣어도 맛있는 김치를 만들 수 있다.

입맛이 없을 땐 따끈한 쌀밥 위에 한 점 올려 진 젓갈이 생각나고는 합니다. 어업in수산에서는 우리 전통 식품인 밥도둑 젓갈을 매주 재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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