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산·호수가 어우러진 항구 ‘속초 동명항’
바다·산·호수가 어우러진 항구 ‘속초 동명항’
  • 배석환
  • 승인 2022.05.11 19:02
  • 호수 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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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바다

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 1997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 중 하나라는 7번 국도. ‘신라의 푸른길’로 불리는 7번 국도의 여러 항구 중 속초 동명항은 검푸른 바다 빛깔과 우거진 송림의 아름다움이 일품이다.


동명항은 북쪽 끝 영금정과 서쪽으로 이어진 청초호까지 둥그스름하게 휘어진 포구다. 영금정은 누대나 정자가 아니라 일종의 돌도 된 산으로 신비로운 음곡이 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신동국여지승랑’에는 ‘돌봉우리가 가파르게 빼어났고 위에 노송 두어 그루가 있어 바라보면 그림같다’며 이곳을 비선대라고 칭하고 있다. 지금은 이 영금정 위에 노송대신 군부대 초소가 자리를 하고 있어 분단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속초하면 오징어, 명태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매년 7월 초에서 이듬해 2월 말까지 약 8개월간 조업하는 오징어잡이도 예전같지 않다. 어업여건이 악화되면서 전해에 비해 어획고가 30~40%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8㎏ 한 상자에 2만 원씩 거래되던 오징어가 작년에 물가가 치솟자 정부의 가격규제 등으로 한 상자에 1만 3000원이었다고 한다. 

초여름에 시작되는 오징어철에는 배들이 대진까지 왔다가 남하해서 대마도 해역까지 가서 오징어를 잡아오는데 이런 고생에 비하면 값이 형편없으니 나가봐야 적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20년 동안 속초 바닷바람을 쐬며 살았다는 김영호씨는 어업행정이 어업인들의 현실을 좀더 잘알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저인망 같은 배들은 주의보가 내리면 조업을 안나가지만 트롤선은 밤이고 낮이고 나가서 바다 밑을 다 끌어버리니 어장이 황폐화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도내 자망허가 어업허가 건수인 1819건 중 1100여 건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 된 3중망 조업은 단속을 하면서 트롤 단속은 소홀하고 있으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봄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횟감을 파는 난전골목은 북적거린다. 손님을 맞는 아주머니들의 카랑카랑한 사투리는 조금도 사그러들지 않는다. 

잠수복을 입은 채 갓 잡은 성게를 파는 해녀, 청어나 조개, 가자미 등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싱싱한 활어회를 앞에 두고 천막 속에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니 동명항이 속초 관광의 메카인지 실감이 난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49호(1997년 5월 발행)

■ 2019년 

강원도를 대표하는 미항 중 한 곳이 속초의 동명항이다. 바로 인접한 곳에 속초 등대를 비롯해 영금정 등 볼거리가 풍부하고 속초수협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동명항 활어센터는 대부분의 수산물이 양식이 아닌 자연산으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동명항 수산시장 바로 앞에서 수산물 경매가 진행돼 경매가 끝난 수산물을 곧바로 수조에 넣을 수 있고 자연산만 판매하자는 시장 상인들의 암묵적 약속이 지켜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절별로 나오는 싱싱한 활어들이 곧바로 수산시장 상인들에게 인계가 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수조안에 있었던 수산물보다 그 품질이 뛰어나다. 

또한 주말이면 해녀들이 물질로 직접 채취한 해삼, 멍게 등도 맛볼 수 있다. 

동명항 위판장에서 진행되는 경매는 새벽 6시 30분 동명항 활어센터 앞에서 진행된다. 3~4명 남짓의 어업인이 탄 소형 조업선들이 분주히 드나든다. 황금어장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형성돼 있어 수시로 위판장에 들러 어획된 수산물을 옮기고 금방 빠져나간다.

겨울에는 특별한 수산물이 인기를 끄는데 도치다. 2월까지 많이 나는 도치의 끝물이 다가오고 있어 양은 다소 줄었지만 조업선이 워낙 많아 하루 도치 생산량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만큼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도치는 못생긴 수산물의 대표주자다. 심술 맞고 심통난 듯 생겨 심통어 혹은 심퉁이라고 불린다. 올챙이와 비슷한 볼록한 몸통에 기다란 꼬리를 가졌다. 매끈하고 미끄덩한 몸통에는 잔가시가 많고 배 아래쪽엔 둥글고 커다란 빨판이 있어 바위에 붙어 있기도 한다.

못난 생김새와는 달리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맛이 난다. 몸통은 부들부들 쫄깃한 편이고 뱃속에 가득찬 알은 톡톡 터지는 식감과 함께 단맛을 낸다. 추운 겨울에 나는 수산물이다 보니 뜨끈한 탕으로 먹는 것이 제격이다. 도치알탕이 가장 인기 메뉴다. 묵은지에 도치를 얹어 먹는 두루치기도 마찬가지다. 속초에서는 도치알로 다양한 요리를 하는데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혀 숙회로 먹거나 알을 소금에 재웠다 알찜으로 즐긴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48호(2019년 3~4월호)

■ 2022년

동명항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그 이전에는 긴 포구를 따라 길게 늘어선 좌판이 수산시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속초국제여객터미널이 제 역할을 했던 시기 금강산 관광과 중국, 러시아 등을 연결하는 항로로 인해 동명항을 찾는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활어센터와 인접한 관광지를 연결하는 기반시설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동명활어유통센터는 2007년 05월 문을 열었다. 2층 건물로 1층에는 수산물판매장 28개 들어서 있다. 2층은 식당으로 388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 어업인을 위한 시설인 동명어촌계어구보수장은 활어유통센터 맞은편에 2009년 완공됐다. 25개 동에 동명어촌계 소속인 어선 28척이 사용중에 있다. 

동명항 위판장은 활어 위주의 위판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위판규모는 482톤으로 금액으로는 54억 9700만 원이다. 

봄에는 광어, 도다리, 가자미류가 주 어종이며 여름에는 꽃새우, 가을은 까치복, 광어 그리고 겨울에는 도치, 방어, 밀복 등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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