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명태 아가미를 먹는다
버려지던 명태 아가미를 먹는다
  • 배석환
  • 승인 2022.04.27 21:41
  • 호수 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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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한 깍두기와 어우러져 짜지않고 깔끔

연안 바다에서 명태가 흔하게 나왔던 시절 명태는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었기에 서민들이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흔한 수산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냉장고가 보급되기 전까지 명태를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에 말려서 북어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였고 이 과정에서 북어의 내장은 내장대로 버리지 않고 명란이나 창란젓을 담는 등 생으로 먹기 보다는 말려서 북어를 만들어 오래 두고 먹었다.

서거리 젓은 북어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인 명태 아가미로 담근 젓갈이다. 젓갈을 담는 재료에 깍두기가 다량 들어가기 때문에 ‘서거리 깍두기’라 부르기도 한다. 서거리 젓을 많이 담그는 지역은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명주군 연곡면, 양양군 현남면과 경북 영덕 등 과거 명태 생산이 많았던 지역이다.

최근에는 서거리 젓을 보기 힘들어졌다. 연안산 명태가 많이 어획될 때는 열흘정도 반복적으로 담궈서 먹을 정도였는데 2000년대 들어 연안산 명태가 사라지면서 서거리 젓을 만들 수 있는 명태 아가미를 구할 수 없어서다. 냉동산 원양 명태가 있긴 하지만 아가미의 선도가 좋지 않고 아가미를 떼어내면 북어 모양이 나지 않아 아가미를 그대로 놔두기 때문에 아가미 구하기가 더 힘들다.

서거리 젓을 담그는 시기는 주로 알밴 명태가 가장 많이 어획됐던 음력 정월 이전이다. 이 때 잡은 싱싱한 명태를 할복해 아가미만을 따로 골라 깨끗한 물로 끈적거리는 진액을 완전히 씻어 낸 다음 아가미를 적당한 크기로 찍어 고운 소금으로 간을 해둔다. 

하루쯤 두어 간이 밴 아가미에 깍뚝썰기 해 고춧물이 들게 한 무, 다진 마늘, 생강, 통깨 등을 함께 넣어 버무린다. 이때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파, 또는 조미료를 넣기도 하며 엿기름을 넣기도 하는데 엿기름을 넣으면 숙성되면서 아가미뼈가 연해진다. 버무린 젓갈은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고 뚜껑을 덮어 상온에서 7~10일 정도 숙성시키면 먹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고춧가루량을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점이다. 고춧가루를 혼합하는 이유는 맛을 내는 것도 있지만 발효를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양 조절에 실패하면 비린내가 나고 뼈가 씹혀 먹지 못한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서거리 젓은 무와 명태 고유의 신선하고 담백한 맛과 아가미의 씹히는 맛이 어우러져 깔끔하게 입맛을 돋궈 주는 고단백 영양식이다. 특히 짜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특유의 젓갈 맛을 내는 독특한 발효식품이기도 하다. 무가 가지고 있는 비타민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어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이상적인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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