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의 고향 안면도 백사장 포구
대하의 고향 안면도 백사장 포구
  • 배석환
  • 승인 2022.04.27 21:39
  • 호수 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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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시나브로 차오르던 바닷물. 어느새 이만치 다가와 있었고 선착장 계단이 바닷물에 잠기는 숫자만큼 떠났던 배들도 한 척 두 척 귀향하고 있다. 이 배들을 시작으로 기지개를 켠 백사장 포구는 쏟아지듯 밀려드는 승용차의 행렬들로 완전히 활기는 찾는다.

배가 닻을 내리고 뱃전에 작은 다리를 걸치자 배마다 군중이 몰렸다. 노란 플라스틱 사각바구니로 철철 넘치도록 담아낸 생선은 대하와 물메기다. 

족히 어른의 손뼘보다 더 길어보이는 대하야 원래부터 이곳 백사장의 명물이니 새삼스러운 것이 못된다 해도 물메기는 생김새만 보면 생선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선착장변과 평행하게 늘어선 스무 개 남짓되는 좌판대열, 또 이들과 마주 보고 골목을 형성한 십여 개의 횟집들은 모두 호객행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차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일정한 크기의 똑같은 간격으로 위치한 색동천막 좌판가게로 우선 시선을 준다. 

그리고는 좌판마다 비슷하게 놓은 대하나 다른 수산물을 보며 요모조모 재기에 정신없는데 느닷없이 등뒤의 횟집에서도 강하게 잡아끄니 잠시 혼란이 오는 모양이다. 

결국 관광객들은 잠시 눈짓으로 의견을 묻는가 하더니 양쪽 모두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몇 년 전만 해도 횟집에서는 대하소금구이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달라 보인다. 

좌판에서 산 대하를 가지고 가면 5000원에 소금깔린 불판과 기본양념을 제공하면서 술과 찌개 등 다른 부수입으로 매상을 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요즘에는 아예 횟집에서도 같은 값에 대하를 팔고 있다. 

대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보다 엄청나게 커지면서 과거 식도락가 사이에서나 알려진 백사장포구가 차량증가로 주차할 곳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포구 골목의 막다른 지점인 수협 위판장까지 훑어본 관광객들은 다시금 발길을 돌리고 결국 처음 왔던 곳으로 길을 되짚어 나간다. 그리고 스티로폼 상자에 얼음을 채우고 밀폐 포장을 한 대하상자를 들고 사리진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58호(1998년 2월 발행)

2018년

태안군에서도 백사장항은 아름다운 노을과 해변, 그리고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연결해 주는 해상 인도교 ‘대하랑 꽃게랑’이 선사하는 자연경관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여기에 벡사장항 수협위판장에서 나오는 싱싱한 해산물이 보태지면 한 번만 오고 다시 발걸음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생각이 날 것이다.

다른 항구에 비해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래서 수산시장도 작은 편인데 최근 어촌계원들이 합심해 수산시장을 증축해 곧 많은 사람들에게 더 품질 높은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위판장 안에 마련된 열 곳 남짓의 수산물 판매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꽃게와 대하다. 

“다른 항구에 있는 수산시장은 양식장에서 사온 것들을 같이 판매 하지만 우리 백사장항 수산시장은 절대 양식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양식 흰다리새우가 아닌 오로지 자연산 대하만을 판매합니다.” 해운수산 상인이 자신 있게 자연산 대하를 들어 올리며 한 말이다.

실제로 자연산 왕 대하를 보니 수족관에서 살아 움직이는 흰다리새우와는 그 크기가 달랐다. 전어와 마찬가지로 대하 역시 그 인기에 비해 어획되는 양이 많지 않다. 

또한 자망으로 잡히는 특성상 살아 있는 것들을 만나기는 힘들고 대부분 죽은 것들이다. 그렇다고 상한 것은 아니다. 

수족관에서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들은 대부분 양식 흰다리새우라 할 수 있다.

어디선가 시끄러운 종소리가 울린다. 위판장을 진동시키는 소리에 어디선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경매가 시작된 것이다. 오후 3시에 경매라니 한 참 늦은 시간이다. 

“시작은 아침 9시에 첫 경매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꽃게의 경우 배가 수시로 들어오기 때문에 경매가 갑작스레 진행되기도 합니다” 김기석 경매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분명 꽃게 경매인 것 같은데 꽃게가 보이지 않는다. 중도매인들이 손가락으로 가격을 표시하더니 금새 경매가 마무리 된다. 

그리곤 위판장에 위치한 수조를 유심히 살펴본다. 낙찰받은 꽃게가 담겨져 있는 수조의 번호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하, 전어와는 달리 꽃게는 살아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무게별로 분리해 박스 단위로 수조에 넣어둔다고 한다. 간혹 박스채로 수조가 아닌 경매사가 직접 물건을 들고 오는 물건도 있는데 이것을 이곳에서는 ‘물랭이’라고 부른다. 

속이 꽉차지 못하고 물렁물렁한 꽃게를 의미한다. 허물을 벗는 꽃게의 특성상 허물을 벗고 얼마 지나지 않는 것들은 껍질이 단단하지 못하다. 

“지난해 보다 절반이상 어획량이 떨어졌습니다. 올여름 폭염으로 인해 꽃게들의 서식장소가 바뀐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약 추석까지 이와 같다면 대부분의 꽃게 배들이 조업을 포기하고 대하를 잡기에 나설 것 같습니다” 김기석 경매사의 말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생을 바다를 누비며 살고있는 어업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자산은 경험이다. 

시기별로 수산물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산들이 최근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그 이유조차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45호(2018년 9~10월호)

2022년

태안 안면도 백사장항은 보령해저터널이 안면도와 이어지면서 안면도를 대표하는 관광어촌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특히 가을에는 대하축제를 개최하고 있어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물론 싱싱하고 맛있는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기에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백사장항의 위상은 백사장 어촌계가 중심에 있다. 척박했던 시절 싱싱한 수산물을 공급함으로써 백사장항의 명성을 이어왔다. 현재 백사장 어촌계 인원은 86명이며 봄에는 도다리, 꽃게, 주꾸미 어업을 하고 여름에는 소라를 주로 어획하고 있다. 가을에는 백사장항을 상징하는 대하와 가을 꽃게 조업에 나선다. 겨울은 물메기와 낙지가 주요 어획 어종이다.

백사장항을 기반으로 조업에 참여하고 있는 어선은 150여 척 정도며 이 어선들이 지난해 안면도수협 백사장 위판장을 통해 위판한 규모는 총 1095톤 가량으로 금액으로는 176억 원 정도다. 가장 많은 위판고를 올린 수산물은 꽃게로 519톤이 경매를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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