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내려오는 저염도 숙성 ‘멸치액젓’
4대째 내려오는 저염도 숙성 ‘멸치액젓’
  • 배석환
  • 승인 2022.04.20 19:36
  • 호수 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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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 멸치액젓 분말화 도전 김헌목 수산식품명인

글 싣는 순서 

① 김광자(숭어 어란)
② 이영자(제주 옥돔)
③ 정락현(죽염)
④ 김윤세(죽염)
⑤ 김정배(새우젓)
⑥ 유명근(어리굴젓)
⑦ 김혜숙(참게장)
⑧ 이금선(가자미식해)
⑨ 김천일(마른김)
⑩ 김헌목(멸치액젓)

식품명인 지정 제도는 우수한 우리 식품의 계승, 발전을 위해 식품 제조·가공·조리 등 각 분야의 명인을 지정해 육성하는 제도다. 1993년 9월에 처음 시행됐으며 그 중 수산전통식품 분야에 해당되는 수산식품명인은 1999년 11월 김광자 씨(숭어 어란)가 처음 지정된 이래 현재까지 10명이 지정됐다. 

어업in수산은 다양한 수산식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식품시장에서 국산 수산물을 주원료 사용해 예부터 전승되는 우리 고유의 맛을 지켜나가고 있는 수산식품명인들을 조명함으로써 우리 수산물의 우수함을 알리고자 수신식품명인을 소개한다.

멸치젓은 멸치를 소금에 절여 상온에서 일정기간 보관해 자가소화분해효소와 미생물에 의한 발효작용으로 생긴 유리아미노산과 핵산 분해산물로 인해 특유한 감칠맛이 나는 가공식품이다. 

여수, 제주, 기장군, 남해군 등 대부분 남해에서 멸치가 나오기 때문에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멸치젓이 발달해 있다. 멸치가 주로 봄에 어획되기 때문에 이 시기 멸치젓을 담그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동남해 부근에는 가을에도 멸치가 나와 가을에도 멸치젓을 제조한다.

김장을 할 때 많이 쓰이기 때문에 새우젓과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젓갈이다. 그럼에도 정확히 언제부터 멸치젓을 만들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고 멸치가 조선중기부터 많이 나기 시작했다는 기록으로 미뤄보아 조선중기부터 제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멸치젓을 일정 기간 숙성시킨 후 표면에 기름을 걷어내고 채에 걸러 액체만 담아낸 것이 멸치액젓이다. 멸치액젓을 첨가하는 음식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김치를 꼽을 수 있다. 어떤 멸치액젓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감칠맛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재료 중 하나다.

▲ 저온에서 36개월 숙성…짜지않고 부드러운 단맛 일품

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10번째 주인공인 김헌목 명인은 우리나라 고유의 염해법을 통해 감칠맛이 좋은 멸치액젓을 만들고 있다. 유명 백화점은 물론 김치제조업체에 납품될 만큼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염해법은 신선한 생선과 소금을 번갈아 넣어 절이면서 담근 후 수일간 최소 하루 한 번 소금이 고르게 스며들게 섞어 밀봉하고 시원한 곳에서 최소 12개월 이상 숙성시켜 액젓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특히 명인의 경우 15±1%의 저염도로 10℃ 내외의 시원한 곳에서 36개월 이상 숙성시켜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숙성방법으로 만들어진 멸치액젓은 단백질, 아미노산, 핵산 등의 유기물질이 다량 함유돼 짜지 않고 부드러운 단맛을 가진다. 

다만 이러한 저염도 숙성 멸치액젓은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난다. 과거에는 김장 시 이러한 냄새가 나는 것을 문제 삼지 않았지만 현대에 들어 사람들 입맛이 변하면서 최대한 냄새가 덜나는 멸치액젓을 선호하기 시작해 명인의 멸치액젓을 찾는 이가 줄어들 때도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냄새를 잡기 위해서는 소금 농도(20% 이상)를 높여야 가능하다는 것. 냄새는 덜 나지만 고염으로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김헌목 명인은 쿰쿰한 냄새는 나지만 저염으로 감칠맛을 배가시킨 전통방식을 고수했고 지금은 그 맛을 알고 찾는 이가 더 많아졌다.

명인의 제조 방법은 증조부부터 4대째 계승되고 있다. 증조부께서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운영하던 멸치어장을 해방 후 인수해 마른 멸치를 생산해 판매했고 날이 좋지 않은 시기 젓갈을 담궈 판매했던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조모와 부친께서 젓갈 사업을 이어받아 경주 감포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 시켰고 현재 명인이 가업을 승계했다.

멸치액젓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가지고 있는 김헌목 명인은 우리고유의 젓갈 제조법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에 멈추지 않고 액젓형태의 젓갈류를 분말화 해 보다 편리하게 멸치액젓을 사용할 수 있는 상품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과 함께 젓갈을 만들 수 있는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어촌의 새로운 소득사업으로 발전시켜 주민들과 상생하는 사업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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