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 아래서의 멸치잡이 ‘사량도’
옥녀봉 아래서의 멸치잡이 ‘사량도’
  • 배석환
  • 승인 2022.04.06 21:34
  • 호수 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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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1998년
 

한려수도 쪽빛 바다에서 출렁이는 파도를 일직선으로 헤쳐온 여객선이 동강으로 들어선다. 동강은 윗섬과 아랫섬 곧 사량도를 이루는 두 섬 사이의 바다를 말하는데 워낙 호수처럼 잔잔하다보니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포구에 다다를 즈음이면 우뚝 선 산봉우리가 한 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그득하게 다가선다. 사량도 최고봉인 옥녀봉이다. 그 높이가 400여 미터라지만 바다에 곧추 솟아오른 산이니만큼 등산길이 만만치 않다.

사량도 그 주변 바닷속은 온갖 어자원이 넉넉한 말 그대로의 황금어장이다. 경남저자에 풀리는 거개의 낙자가 사량도 산이요, 그 날씬한 학공치며 굴·피조개·우렁쉥이가 그 주역들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어종 중에서도 단연 첫손에 꼽히는 게 바로 멸치인데 섬 주변 바다에 멸치가 많음은 곧 그 멸치를 먹이로 하는 보다 큰 어종들도 많음을 뜻한다.

이런 덕에 사량도 사람들은 거개가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삼고 섬마을일지언정 뭍사람 부럽지 않은 실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어선어업이 활발한데 양조망·석조망 어업이며 연승과 낙지 채낚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런 어선어업 중 사량도 어민들이 멸치잡이에 즐겨하는 것은 바로 양조망 어업이다.

양조망이란 석조망과 함께 두리어구류에 속하며 본선과 부속선을 이용해 표층 혹은 중층에서 유영하는 어군을 수선 모양새의 그물로 둘러싸듯이 해 점차 그물폭을 좁혀가며 잡아내는 방법을 이른다. 양조망은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주로 연안에 몰려드는 멸치를 잡아내는데 유효하며 한가위 이전 약 삼개월 쯤 조업을 하는 분기어업에 든다.

특히 한 선단에 20여 명의 일손으로 협업을 해야 하는 만큼 섬의 노령인구와 농한기의 유휴 일손 부업효과 등 고용효과도 만만치 않은 어업이라 하겠다. 사량도 어민들은 연안에 몰려드는 곡멸을 보고 이 양조망 어업을 시작했는데 80년대가 끝나갈 무렵부터 어쩐일인지 사량도 앞바다에서 곡멸 구경이 힘들어졌다는 것. 이들은 결국 멸치잡이로 전환을 했고 그 이후 한시절은 이 양조망으로 멸치를 잡아내기도 했단다. 

이런 사량도 어업인들에게 지난 95년 5월에 황당한 일이 하나 생겼으니 ‘양조망 조업시 부속선을 두는 것은 부정어업’이라는 행정기관의 공문 한 장이었다. 이에 박갑철 사량법인어촌계장은 서울까지 올라다니며 그 부당성에 대해 목이 쉬도록 설명을 했고 결국 1년만인 지지난해 연말에 1톤 미만의 부속선 두 척을 둘 수 있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이 역시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었다. 실제 양조망 조업시에는 5톤쯤 되는 부속선이 두 척은 있어야 멸치잡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척 중 한 척은 가공선이고 나머지는 망선으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량도 어업인들은 요즘 이 양조망을 이용해 학공치 조업에 들어갔으나 그 양이 예전만은 못하다며 한숨을 쉰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58호(1998년 2월 발행)

■ 2016년 

사량도는 지리적 위치의 특성 때문에 딱히 어느 지역에 속한 섬이라 부르기도 애매하다. 행정구역상 통영시 사량면에 속하지만 남해군과 사천시 그리고 고성군까지 반원을 그리며 둘러싸여 있다. 

사량도는 상도와 하도로 나뉜다. 사량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배를 통해 왕래를 해야 했지만 현재는 연륙교를 통해 걸어서 또는 차량을 이용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섬의 크기가제법크다. 걸어서 섬을 둘러본다는 것은 상당한 체력을 요한다. 

상춘객들의 목표는 한적한 바다의 선착장이 아니다. 상도의 중간에 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잘 알고 있는 지리산이 아닌 사량도의 지리산은 병풍처럼 길게 바위산이 늘어져 있다. 마치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서기 위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산 정상에 올라서 이동하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다. 문제는 지리산의 촛대바위를 지나 불모산의 달바위까지 구간과 달바위에서 옥녀봉 구간의 산세가 마치 백두대간을 옮겨 놓은 듯 기암절벽의 난코스다.

정상에 오르니 멀게만 느껴졌던 사량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흐려 바닷속이 훤히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경건하게 쌓아 올려진 돌탑은 어느새 돌무덤처럼 뾰족이 솟아 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그대로 눌러앉아 돌로 변해버렸다.

이른 아침 조업을 나갔던 어선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특별하게 잡히는 어종이 없다. 어선에서 내리는 어업인들 손에 들린 바구니에는 잡어들만 한 가득이다. 사량도의 어업을 책임지고 있는 사량수협은 위판사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획된 수산물은 직접 판매를 하거나 근처 가까운 위판장에서 경매를 끝낸 후 섬으로 돌아온다.  

발길을 하도로 돌렸다. 하도는 상도에 비해 크기도 작고 마을 규모도 작다. 그래서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 가는 사람들보다 농업을 더욱 많이 한다고 한다. 그래도 선착장이 있는 마을마다 어선들이 있는 것을 보니 바다가 주는 풍요로움을 버리지는 못했나 보다. 

조업을 떠난 어선이 없는 대신 선착장에 모두들 모여 무언가를 정리하고 있다. 대나무 통발이다. 물메기를 잡기 위한 도구다. 사량도가 포함된 해역은 물메기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해역이다. 겨울철이면 물메기를 말리기 위해 섬 여기저기 덕장이 되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물메기 때문에 도시생활을 접고 귀어를 한 어가도 있다고 할 정도다. 다른 어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물메기는 옛날 방식 그대로 대나무 통발로 잡기 때문에 손쉬운 편이다. 하지만 올해는 물메기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보다 더 빨리 조업을 끝내고 내년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어구를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통발 안에 주황색 누룽지처럼 생긴 것이 물메기 알이다. 제거하지 않으면 썩기 때문에 모두 제거해야 한다. 사방이 바다인 섬이라 고기가 안나와도 바다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물메기가 없다 하니 다른 어종으로 눈길을 돌린다. 그도 그럴 것이 사량도는 바다의 목장이라 불리는 해역에 위치한 탓에 싱싱한 굴과 전복, 그리고 홍합을 얻을 수 있다. 하도 주위로 펼쳐진 홍합양식장은 온 바다를 하얀 점박이 무늬로 만들어 버릴 만큼 광활하게 펼쳐져있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30호(2016년 3~4월호)

■ 2022년

사량도는 높이 솟은 옥녀봉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내려오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밭농사는 가능하지만 논농사는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의 섬 주민들은 어업에 종사하거나 섬을 찾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어업의 근간인 어촌계는 14개 어촌계가 조직돼 있고 어촌계원 수는 456명 정도다. 어선수는 178척으로 5톤 미만의 작은 어선들이 164척, 10톤 미만 10척, 10톤 이상은 4척이 활동하고 있다. 주로 어획되는 어종은 문어, 물메기, 도다리, 낙지 등이다. 

어업인은 어획한 수산물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 그래서 각 회원조합들은 위판사업을 통해 어가소득을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량도의 경우 사량수협이 있음에도 위판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 위판을 통해 사들인 수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판로가 있어야 하는데 육지까지 운반비가 많이 들어 가격경쟁력이 없어 경매를 통해 수산물을 구입하는 중도매인 형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사량수협은 여객사업, 바다마트, 잠수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여객사업은 1996년부터 시작했고 2018년 2월 500톤급 신규 카페리호를 취항했다. 사량도 주민은 물론 관광객에게 편의 제공하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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