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와 해변의 이중주 ‘무창포’
항구와 해변의 이중주 ‘무창포’
  • 배석환
  • 승인 2022.03.10 16:47
  • 호수 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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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바다 – 무창포

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 1997년 

동해가 아버지의 고함과 기백을 닮았다면 서해는 밋밋하지만 아늑하고 따뜻하기만 한 어머니의 가슴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 서해안에 닥지닥지, 올망졸망 붙어있고 모여있는 항포구 중에서 무창포는 꽤나 독특한 맛을 풍기고 있다.

항구는 항구대로 해변은 해변대로 찾는 이들의 발길을 붙드는 무창포는 등대에 기대어 바다를 등지고 내항 쪽을 바라보면 그 안에는 작은 둥지처럼 살포시 안기듯 선착장과 닻을 내린 배들이 있다.

만선을 알리는 깃발을 아직 뱃전에 매단 체 그물을 털며 생선으로 고르고 담고 옮기는 광경을 뒤로하고 다듬어지지 않고 낙후됐던 시설이 전부였던 해수욕장은 이제 깨끗하게 다듬어 놓은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포장되지 않은 황톳길과 낡은 옛집의 풍경을 기대했지만 바둑판처럼 잘 정리된 구획마다 민박지구, 야영지구, 취사지구, 공원지구 등 용도가 지정돼 있다.
바닷가에 왔으니 철을 가리지 않고 난다는 자연산 도다리, 광어, 숭어를 기대했지만 어찌된 일지인지 꼭꼭 숨어버렸다. 지난 한 해 동안 잡아 올린 양만 해도 도다리, 광어, 숭어 등으로 70여 톤, 주꾸미가 150톤, 대하가 45톤으로 이것만으로 가구당 소득이 3500만 원에 달하는 고소득을 올려 절로 흥이 났다고 한다.

특히 대하는 이곳과 이웃한 태안 백사장 포구에 가야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무창포 해변 앞에 자리잡은 석대도 주변에서 잡아올려 더 싱싱한 것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터라 나름 기대를 했것만 지금은 위판장 냉장고에서만 만날 수 있다.

실망감을 조금 뒤로 미루고 민박지구 뒤편 마을로 들어가니 검은 블록을 쌓아 놓은 것 같은 김발을 내걸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숙련된 손길로 작은 종지 한번으로 김 한 장을 김발에 부어 만드는 모습이 무창포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가 싶을 때 눈앞에 모세의 기적을 담는다.

전문가 입장에서야 바닷길이 열리는 모습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만들어낸 별거 아닌 현상이지만 이러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무창포해변 백사장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석대도까지 매달 그믐과 보름, 그리고 정월 보름과 음력 7월 백중 때 볼 수 있는 바닷길은 무창포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이다.

천혜의 관광자원과 더해 국립보령 수산종묘배양장까지 들어서면서 7~8년 전까지 구경도 못했던 대하의 주생산지가 된 무창포. 1972년 어촌계가 조직된 이래 8대 어촌계장이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지금도 석대도 넘어 바다로 뱃머리를 향하고 있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48호(1997년 4월 발행)

■ 2018년 

무창포항 주꾸미잡이 어선들은 대부분 2명이서 작업을 하는 소형 어선이다. 따라서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심하게 요동을 치기 마련이라 실제 조업일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주꾸미 어장은 항구에서 5분 거리 정도다. 부표를 건져 올리고 뱃머리에 설치한 사이드 드럼을 따라 올라온 밧줄을 감으니 얼마 후 소라껍데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왔다. 그 안에 주꾸미가 숨어 있는 것이다.

주꾸미는 수심 10m 정도의 연안에 서식한다. 주로 밤에 활동하고 5월부터 본격적인 산란에 들어간다. 따라서 알을 부화할 최적의 장소를 찾기 시작하는 때가 3~4월이다. 이 시기에 빈 소라껍데기를 설치해 두면 산란을 위해 주꾸미가 그 안에 들어가니 미끼가 따로 필요 없는 수월한 어획방법이다. 

한 마리에 얼마 혹은 1㎏에 얼마라고 정해져 있는 가격이 없다. 잡아 온 양에 따라 그날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꾸미와 같은 어종으로 조리를 하는 음식점의 메뉴판에서 ‘싯가’라는 가격표시를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3월에는 1kg에 2만 5000원 정도에 판매됐으며 가장 인기가 있는 4월에는 4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올해도 3월에는 지난해와 같은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해마다 어획량이 줄고 있다. 산란기에도 무분별하게 어획을 하기 때문이다. 낚시로 잡는 양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낚시 인구가 늘어나면서 봄·가을이 되면 주꾸미를 잡기 위해 수많은 낚싯배들이 무창포항을 비롯해 서해안에 즐비하다.

주꾸미가 무창포를 대표하는 봄 수산물이라면 가을에는 대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주꾸미가 나오는 곳에 자망을 설치하면 튼실한 대하가 그물코에 걸려 그물과 함께 뱃머리로 올라온다. 그대로 무창포항으로 돌아와 선착장에 그물을 펼치면 대기하고 있던 여성어업인들이 각자 맡은 그물에서 대하를 분리한다. 

대하 역시 그 어획량이 급속하게 줄어 들고 있다. 몇 년 안에 그 모습이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까지 돌고 있다. 이는 바닷속 생태계가 변한 것도 원인이지만 낚시로 인한 바다환경 파괴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고 있다. 

수산물 어획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은 여전히 아름답다. 무창포 해변 중간에서부터 맞은편 섬인 석대도까지 한 달에 사나흘 정도 물이 빠지면 길이 생긴다. 신비의 바닷길이라 불리는 이 길이 열리면 사람들은 인어의 노랫소리를 듣고 유혹에 빠진 선원들처럼 이 길을 걷는다. 물론 그 안에 잠들어 있는 여러 수산물들이 목적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 쪽 손에는 호미를 들고 천천히 바다 위를 걷는다. 혹시나 먹을 것이 자기 쪽으로 던져지길 기대하는 갈매기들도 대열에 동참한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45호(2018년 9~10월호)

■ 2022년

충남 보령 무창포항은 수도권에서 2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항구다. 특히 봄부터 가을은 주꾸미, 대하 등 다양한 수산물을 무창포수산시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고 어촌계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러한 무창포 바다를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는 무창포어촌계원들은 수산물 어획은 물론 제철마다 다양한 축제를 열어 서해의 작은 항구에 불과했던 무창포를 서해를 대표하는 관광어촌으로 탈바꿈 시켰다.

현재 230여 명 정도의 어촌계원이 조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주꾸미, 대하, 광어, 도미를 잡는 자망 어선이 40척으로 가장 많다. 보령수협에 속해 있지만 수협을 통한 위판을 하지 않기에 정확한 수량은 알 수 없지만 대략 지난해 어획량은 광어와 도미 200톤, 주꾸미 20톤 등이며 대하는 그 양이 미미해 집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무창포 어촌계원에 따르면 주꾸미낚시에 이용되는 인공미끼인 루어가 바다 밑바닥에 쌓이면서 모래나 펄에서 서식하는 어종들이 루어에 걸려 폐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대하 또한 같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어촌계체험마을이 어획량 감소로 인한 손해를 일부 만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용자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바닷길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아와 무창포의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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