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본고장, 고성 거진 성진회관의 생태맑은탕
명태 본고장, 고성 거진 성진회관의 생태맑은탕
  • 김상수
  • 승인 2011.03.03 10:52
  • 호수 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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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맛 일품인 거진 성진회관의 생태맑은탕

▲ 손맛의 주인공 황경남 씨
명태의 본고장 고성군 거진 항에서까지 북한 혹은 일본·러시아 어업인 잡은 생태나 냉동명태를 먹어야 한다니 격세지감이랄까.

이런 중에도 고성군에서는 해양심층수로 말린 ‘명품 명태’를, 동해시에선 덕장과 ‘건조 명태’를 관광 자원화하기로 했다. 이른바 ‘명태 산업’의 새로운 도약이지만, 원료어인 명태는 지방태가 아니다. 죄다 수입산인 것이다.

“고성 어업인들이 잡아낸 지방태가 아니다 뿐이지 맛은 변함없다고들 합디다. 양념이랄 것도 없고, 들어가는 야채도 무와 마늘 파 정도요, 고명 삼아 두부 몇 조각을 넣는 정도죠.”

거진읍에서 20여 년 가깝게 생태탕을 간판메뉴로 손맛을 내온 황경남 씨의 말이다. 황씨는 고성 토박이, 어릴 때부터 먹어오고 어머니 어깨 너머로 ‘생태맑은탕’ 끓이는 모습을 보고 배웠다던가. 결국 어머니 손맛을 이어 손님상에 올리고 있다.

여러 언론매체에 두루 소개된 집이라 외지사람들도 드물지 않게 찾아오지만, 변함없는 단골 손님은 죄다 고성 토박이들이다. 그네들 역시 어릴 때부터 먹어 온 생태맑은탕 맛과 똑같기 때문일 터.

성진회관의 생태탕은 대도시의 난다긴다하는 생태전문점들과는 시원한 맛에서 차이가 난다는 게 손님들의 평이란다. 대개의 생태탕은 양념장이며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얼큰하게 끓여내는 게 예사나, 이 집의 생태맑은탕은 한소끔 끓여내도 그저 뽀얀 국물이다.

▲ 고춧가루를 넣으면 싱싱한 내장까지 그대로인 생태매운탕이 된다
▲ 원래 고성 연안명태를 썼으나 요즘은 구하기 힘들단다

▲ 손맛의 주인공 황경남 씨
내장과 알까지 챙겨 넣었어도 맛은 깔끔 시원하다. 고성군 명태잡이 어선 어업인들이 맛을 인정, ‘달 계산 외상장부’를 달아놓고 드나들 정도로 이 지방 특유의 맑은탕 맛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이다. 얼큰한 맛 좋아하는 손님은 알아서 고춧가루를 넣으면 생태매운탕이 된다.

“간혹 잡힌다는 우리 지방태를 예전처럼 넉넉히 넣고 끓여내 손님상에 올려봤음 정말 좋겠어요. 간혹 ‘가격 걱정 말고 지방태로 끓여달라’는 도시 손님들이 계시죠. 금테 두른 ‘금태’라도 있으면야 끓여 올리겠지만 당최 없는 걸요 뭐. 저도 아쉬워요.” 황 씨의 말인데, 이제는 ‘고성에서 먹으면 고성 명태요 지방태’라 해야한다던가. 손님입장에서는 단지 그 손맛만 변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한편, 성진회관의 밑반찬 중 인기를 끄는 것은 ‘서거리(명태 아가미)깍두기’다. 생태맑은탕에 아가미를 넣으면 국물이 탁해지고 맛도 떨어지나, 서거리깍두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 고성 거진읍 소재 생태전문점 성진회관
추려낸 아가미와 깍둑썰기 한 무를 적당히 맞추고, 여기에 고춧가루 아낌없이 쏟아 부은 뒤 소금으로 간을 하면 끝.

남은 것은 곰삭을 정도의 시간만 보내면 되는 것이다. 부드러운 생태 살 발라먹은 뒤 남은 국물에 밥을 말고 서거리깍두기와 함께 먹다보면 겨울 추위쯤은 저 멀리 사라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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