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제주군의 중심 ‘서귀포’
남제주군의 중심 ‘서귀포’
  • 배석환
  • 승인 2022.02.23 17:31
  • 호수 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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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바다 – 서귀포

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 1997년 

제주도의 남쪽 끝. 특히 해안가에 형성돼 있는 서귀포 칠십리 ‘알뜨리(아랫들녘)’ 지역 사람들은 큰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지역적 특성에 맞춰 바닷일에 열심이었다. 이는 어선 어업을 하는 남정네들이나 아낙네들이 중심이 된 잠수들이나 매한가지 였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런 서귀포의 대표적인 어업은 연·근해 연승어업과 자리잡이 들망·채낚기 어업, 그리고 잠수라 하겠다.

서귀포 앞바다에서의 옥돔잡이는 먼저 주낙에 사용할 미끼 준비가 우선이다. 이 일은 거개가 출어전에 아낙네들이 도맡아 하지만 철에 따라서는 초저녁에 서귀포와 보목동 포구 등을 떠나 어두워질 무렵에 집어등을 켜고 오징어를 잡아 미끼로 쓸 때도 있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냉동오징어나 냉동꽁치를 잘게 썰어 싣고 나가는 일도 잦다.

당일발이 옥돔은 나라 안팎에서 귀하게 여겨 값이 좋은데 눈 주위에 옥색빛이 은은하고 꼬리 부분에 분홍빛과 노란색이 내비치는 서귀포 당일발이 옥돔의 요즘 위판가격은 킬로그램당 2만 2000원~2만 3000원 정도다. 

연안 옥돔잡이가 한라산만이 벗해주는 외로운 조업이라면 자리돔 잡이는 여전히 잔칫집을 연상케 할 정도로 시끌벅적하다. 자리돔을 뜨기 위해 보목동 어업인들이 포구를 떠나는 시간은 보통 새벽 5시경. 제주에서 ‘자리밭’으로 소문난 지귀도 어장에 도착을 하면 조류의 방향과 자리돔떼의 예민하기만 한 행동에 맞춰 모선의 위치를 확인한다. 

이윽고 어탐기에 자리돔떼가 나타나면 선장의 입에서 ‘그물들라’는 외침이 터져 나오고 모선의 어업인들과 자선에 승선하고 있는 어업인들은 일사분란하게 그물을 올린다. 킬로그램당 8000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자리물회나 자리젓을 담궈 먹는다.

서귀포 수산업에서 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어선 어업인에 뒤지지 않는다. 이제는 거개가 깊은 바닷속을 넘나드는 중·상군들만 행세를 하고 있고 뒤를 이어줄 젊은 하군은 구경할 수 없다. 

그래도 이들이 지난해 생산해낸 수산물 중 서귀포수협을 통해 위판되는 소라의 경우 460톤을 캐내어 21억 원을 벌여 들였다. 

특히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되는 전복이라던가 보말고둥 등 패류와 온갖 해조류를 합하면 웬만한 어선 한 척 벌이와 맞먹을 정도라 한다. 하지만 잠수일이 어디 돈으로 따질 일인가. 
머지않아 이 잠수들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서귀포수협 관내 열아홉 개 어촌계에 흩어져 물질을 하는 잠수는 모두해서 1493명, 전체 어촌계원이 2132명이니 70%쯤을 잠수들이 차지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서귀포는 물론 제주 전체의 수산업 발전에 초석 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잠수들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49호(1997년 5월 발행)

■ 2016년 

자연이 주는 휴식 같은 시간들이 서귀포항의 밤을 물들이다 물러나는 새벽 6시 30분. 고요한 바다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밤새 조업을 끝내고 경매를 위해 돌아오는 어선들 때문이다.

가장 먼저 선어 경매가 이뤄진다. 제주의 특산물인 옥돔을 비롯해 오징어, 장어까지 수많은 어종이 위판장에 펼쳐진다. 

한성철 경매사의 손짓으로 가격 경쟁에 들어가는 중간도매인들의 눈치작전이 다른 위판장의 풍경과 다르지 않다. 

선어 경매가 대부분 마무리 될 무렵 선착장에 제법 큰 톤수의 배들이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전부 갈치 잡이 어선들이다. 

이곳 서귀포항 수협위판장의 위판순서는 가장 먼저 선어경매가 이뤄지고 그 다음이 유자망 어선, 그리고 마지막으로 갈치 경매가 이루어진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유자망 어선들이 어획한 수산물의 경매는 금방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갈치는 언제나 경매의 주인공이다.

어선에서 냉동상태로 이미 포장된 갈치부터 어획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싱싱한 은갈치까지 다양하게 경매가 이뤄진다. 

갈치는 제주뿐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어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선어 경매때와는 다른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가격이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양이 나오질 않기 때문이다.

경매에 참여하는 인원이 상상 이상이다. 그런데 절반은 중간도매인들, 나머지는 그 옆에서 무언가 바쁘게 적고 있는 인원들이 뒤섞여 있다.

“워낙 빨리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에 중간도매인들과 같이 일하는 조수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2인 1조로 경매를 하는 셈이죠. 중간도매인들이 표찰에 가격을 적어 내고 갈치가 낙찰되면 재빨리 가격과 양을 적는 겁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가격이 틀릴 경우 증빙자료로 남기 때문에 원활한 경매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갈치 경매를 담당하고 있는 박민철 경매사의 설명이다.

갈치 경매가 끝나면 대부분의 경매가 끝난다. 그런데 위판장은 다시금 부산해진다. 주인이 정해진 갈치는 그 자리에서 포장이 이루어진다. 전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선도가 생명인 것이다. 

곧바로 얼음과 함께 맛있는 저녁 밥상의 주인공으로 재탄생 하는 것이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서귀포항은 다시금 그 고요함을 찾는다. 발걸음도 자연스레 한발 한발 간격이 좁아지고 목적지 없이 걷는데도 걱정이 없다. 서귀포항을 뒤로하고 비탈진 고갯길을 걸어 올라간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30호(2016년 3~4월호)

■ 2022년 

서귀포가 읍에서 시로 승격을 한 것은 지난 1981년 중문면을 흡수하면서다. 남제주의 중심 도시가 됐고 제주를 대표하는 휴양도시로써 많은 이들이 서귀포를 찾아 휴식을 만끽한다. 

더불어 남쪽 제주바다의 한 가운데 위치한 서귀포는 수산업의 중심지다. 근해 연승 83척, 연안복합 어선 262척이 지난해 서귀포수협을 통해 위판한 규모는 1만 309톤이며 금액으로는 1219억 6000만 원이다. 그 중심에는 갈치가 있다. 지난해 대풍을 맞은 갈치는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여전히 서귀포 수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어종이다. 이밖에도 제주 특산물인 옥돔의 지난해 위판량은 283톤, 거래금액은 73억 6000만 원을 기록했다. 

현재 서귀포수협에 소속된 어촌계수는 19개이며 이 어촌계를 기반으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어촌계원 수는 1037명이다. 1997년에 비해 1000여 명 가량이 줄어들었다. 해녀들 역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해녀들을 통해 위판된 규모는 460톤, 금액으로는 13억 9800만 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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