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이 닳아 없어진 끈기와 정성 ‘숭어 어란’
지문이 닳아 없어진 끈기와 정성 ‘숭어 어란’
  • 배석환
  • 승인 2022.02.09 18:48
  • 호수 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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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어란 전통방식 고수 수산식품명인 1호 ‘김광자 명인’

글 싣는 순서 

① 김광자(숭어 어란)
② 이영자(제주옥돔)
③ 정락현(죽염)
④ 김윤세(죽염)
⑤ 김정배(새우젓)
⑥ 유명근(어리굴젓)
⑦ 김혜숙(참게장)
⑧ 이금선(가자미식혜)
⑨ 김천일(마른김)
⑩ 김헌목(멸치액젓)

식품명인 지정 제도는 우수한 우리 식품의 계승, 발전을 위해 식품 제조·가공·조리 등 각 분야의 명인을 지정해 육성하는 제도다. 1993년 9월에 처음 시행됐으며 그 중 수산전통식품 분야에 해당되는 수산식품명인은 1999년 11월 김광자 씨(숭어 어란)가 처음 지정된 이래 현재까지 10명이 지정됐다. 

어업in수산은 다양한 수산식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식품시장에서 국산 수산물을 주원료 사용해 예부터 전승되는 우리 고유의 맛을 지켜나가고 있는 수산식품명인들을 조명함으로써 우리 수산물의 우수함을 알리고자 수신식품명인을 소개한다.

어란은 숭어나 민어 등 생선의 알을 소금에 절여 햇볕에 말린 식품을 말한다. 조선시대 숭어 어란이 진상 목록에 올랐다고 전해질 만큼 진귀한 먹거리지만 정확한 문헌의 기록은 찾기 힘들다. 

지금도 고급 선물군에 속해 특별한 날에 접할 수 있는 어란은 주 재료인 숭어나 민어 등이 전라남도 남서쪽 지방에서 많이 어획됐기 때문에 예부터 영암, 진도, 해남 등에서 어란을 만들어 왔다.

특히 영산강과 바다가 만나는 영암 지역에서 잡히는 숭어는 살이 기름지고 고소하며 알이 차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로 음력 3월경 강물을 거슬러 올라오는 숭어를 최고로 쳐준다. 이러한 숭어의 알로 만든 어란은 ‘영암어란’이라 불리며 조선시대 남도를 대표하는 진상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 제1호인 김광자 명인 역시 영암에서 75년 가까이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숭어 어란을 만들어 오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어란을 만들던 장인 집안에 시집와 지금까지 어란을 만들어온 김광자 명인은 알배기 숭어를 사는 일부터 완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손수 했다. 알 하나에 200~500번의 손길을 거쳐햐 하는 건조과정 동안 참기름을 입히고 모양을 잡아가다 보니 지문마저 다 닳아 없어졌다.

김광자 명인이 숭어를 고르는 기준은 무척이나 까다롭다. 눈 테두리에 황금빛이 돌고 알이 통통하게 배 몸 전체가 담황색을 띤 암컷 숭어의 큼지막한 숭어 알을 사용한다. 

암숭어는 체중의 5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난소가 큰데 그 속에 200~700만 개가 넘는 알을 지니고 있어 유독 찰지고 향미와 맛이 좋다. 숭어 고르기가 끝나면 숭어 알집의 핏물을 제거하는 것부터 어란 만들기가 시작된다. 여기에 조선간장과 2년 묵힌 천일염을 섞어 만든 간수에 숭어 알을 담궈 염장을 하고 그늘과 햇볕을 오가는 건조과정을 거쳐야 한다. 너무 건조되지 않은 반건조 상태 어란의 모양을 잡고 말리는데 최소 한 달간의 끈기와 정성이 들어간다.

워낙 귀한 먹거리로 통했기 때문에 살 사람이 있을까 생각되지만 만들기만 하면 당시 ‘산다’하는 집안에서 앞다퉈 들여가 판로 걱정을 해본적이 없는 김광자 명인의 어란은 지금도 찾는 이가 적지 않다. 퇴직한 아들에게 어란 손질법을 알려주고 있지만 여전히 어란 모양내는 섬세한 과정은 도맡아 한다는 김 명인. 그 열정과 정성까지 고스란히 전수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자료제공 : 한국수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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