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최대 오징어 집산지 ‘동해시’
동해안 최대 오징어 집산지 ‘동해시’
  • 배석환
  • 승인 2022.02.09 18:19
  • 호수 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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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바다 – 동해시

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 1997년 

동해시의 모습을 보자면 묵호지역은 어업과 상업지역으로, 북평은 삼화지역과 함께 공업도시이자 농업·항만도시로, 천곡지역은 이 시의 주거 중심지로 제각각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는 중이다.

묵호지역을 대표하는 묵호항은 언제나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면서도 차분한 사람 사는 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또한 묵호항을 중심으로 양쪽에 흩어져 있는 어달·대진·천곡 등 여러 어촌들은 예로부터 눈만 뜨면 기대어 살아야 했던 바다를 코앞에 두고 그 오랜 세월 동안 해안가를 삶의 터전으로 닦아온 덕에 이제 차분한 모습을 갖춰 놓을 수 있었다.

특히 어촌계원수 111명, 동력·무동력선을 합한 어선세력이 여든 다섯 척으로 묵호에 이어 두 번째로 수산업세가 큰 대진동이나 어달동 같은 해안마을은 동해안에서 어선을 이용해 잡는 흔한 어종들 말고도 가리비같은 새로운 양식에 몰두하기도 하고 주변 풍광들이 그럴싸한 덕에 관광어촌으로 한몫을 해내고 있기도 하다.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은 본래 어항이었던 것은 아니다. 왜인들이 태백산맥에서 캐낸 이 나라의 질 좋은 석탄 따위를 제 나라에 쉽게 실어갈 요량으로 1941년 무역항으로 개항을 했던 것이다. 

지금도 묵호항은 주로 연근해 채낚기 어선들이 들고나는 어항이면서도 다른 한켠에는 광공업 생산품을 실은 무역선들이 들고나는 통로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출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리 하루를 시작하는 묵호항. 그 곳엔 부지런한 어업인들의 기운찬 몸짓이며 입항하는 어선마다 제각각 쏟아놓은 싱싱한 어획물들로 날이면 날마다 동해시의 새아침을 맞이한다. 더욱이 오징어 대풍으로 인해 요즘 묵호는 활기가 그득하다.

예년의 경우라면 오징어 어군이 이미 11월초께에 어기가 끝나고 경북쪽 바다로 옮겨가야 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병자년이 다가오도록 계속 오징어 풍어를 기록하는 이즈음 어업인들의 얼굴엔 넉넉한 웃음기가 그저 한결같다. 

동해시의 어선은 모두 해서 491척, 이 중 오징어 채낚기 어선은 114척이며 101척이 10톤 규모가 넘는 어선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배들이 지난해 12월 10일까지 잡아낸 오징어와 기타어류는 1만 5956톤, 돈으로 따지자면 위판액 274억 원 가량이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45호(1997년 1월 발행)

■ 2019년 

묵호항 수산물 경매가 시작되는 시간은 아침 6시 30분. 아직 한 시간 남짓 남은 새벽인데도 분주하다. 어둠을 물리고 항구로 들어오는 어선들의 불빛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곧바로 선착장으로 돌진해 경매에 참가할 수산물을 내려놓고 금새 사라져 버린다. 멀리 가지는 않았다. 몇 미터 떨어져 있지 않은 곳으로 옮겨 그물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비가 오는 터라 시야도 흐려지고 작업 속도도 느려진다. 

경매가 임박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한다. 추위를 피해 건물안에 대기하고 있던 중도매인들이 위판장으로 모여든다. 경매사의 힘찬 구호와 함께 경매가 시작됐다. 싱싱하게 살아있는 광어와 도다리가 인기다. 쥐치와 오징어도 인기대열에 가세한다. 하지만 경매에 나온 양이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자망어선들이라 큰 어선이 아니긴 하지만 생각보다 양이 적다.

보통은 경매 시간이 되면 어선들이 줄지어 대기하기 마련인데 갑작스레 정적이 찾아왔다. 비가 오는 날씨 탓에 아침이 됐는데도 어둠이 물러가지 않는다. 제법 큰 엔진소리가 들려온다. 들리지 않던 갈매기 울음소리가 시끄럽다. 정치망 어선이 오는 것을 보자 위판장이 분주해진다. 

묵호항에서 조업을 하는 정치망 어선은 다섯 척이다. 자망 어선들은 활어와 선어 모두 참가하기 때문에 활어의 양이 적었지만 정치망 어선은 대부분 활어다. 그리고 그 양도 상당하고 특히 살아 있는 싱싱한 활오징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중도매인들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정치망 어선안에 설치된 수조안에 무엇인가 가득 들어있다. 길다란 손잡이의 그물망으로 떠 올리니 쥐치가 한 가득이다. 양이 많기 때문에 경매는 마릿수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게로 진행이 된다. 다른 정치망 어선들도 항구로 들어왔다. 적막이 흘렀던 위판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도 분주하다. 그리고 오징어가 보이자 그 분주함은 극에 달한다. 살아 있는 오징어가 내뿜는 먹물과 바닷물이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그래도 즐겁기만 한지 누구하나 짜증내는 이들이 없다. 최근 금오징어라 불릴 만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오징어의 위상이 실감이 난다.

정치망 경매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무렵 경매장 바닥에 선어들이 줄지어 늘어서기 시작했다. 주 어종은 꼼치다. 곰치국의 재료다.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이 차이가 있어 물메기, 물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꼼치와 물메기는 같은 꼼치과에 속한다고 돼있다. 결국 생김새와 크기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같은 어종이라 해도 무방하다.

선어 경매가 끝나고 다시 고요해진 위판장. 하지만 경매사들과 중도매인들은 자리를 뜨지 못한다. 마지막 정치망 어선이 들어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어선들이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에 식사를 하다가도 경매 진행을 위해 뛰어나가야 한다. 우리들이 맛있게 즐기는 수산물들은 이러한 누군가의 노력이 함께 깃들여져 있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47호(2019년 1~2월호)

■ 2022년 

동해시 바다를 가득 메웠던 명태가 사라지고 뒤이어 오징어마저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묵호항, 대진항 등 동해시수협에 속해있는 여러 항구들의 위세는 예전만 못하다. 현재 동해시수협에 소속된 총 어선수는 260척으로 이중 오징어 채낚기 어선 수는 22척이다. 과거 100여 척이 넘었던 오징어잡이 어선의 상당수가 다른 어종으로 전환했거나 사라졌다. 

그럼에도 오징어는 여전히 동해시 어업인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동해수협에 위판규모를 살펴보면 오징어가 1300톤으로 가장 많은 위판량을 보였다. 다음으로 가자미류가 804톤, 문어 143톤 순이다. 

지속적인 어족자원감소로 인해 위판량이 줄어들고 이는 자연스레 어촌계원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묵호, 어달, 대진 등 6개 어촌계원수는 253명으로 가장 큰 어촌계인 묵호어촌계원수는 108명이다. 1997년 대진어촌계원수가 110여 명 이상이었는데 이보다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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