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빚어낸 별미 ‘과메기’
겨울이 빚어낸 별미 ‘과메기’
  • 배석환
  • 승인 2022.01.12 20:29
  • 호수 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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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바다 – 과메기

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 1997년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짚으로 엮어 그늘에서 말렸다가 그대로 술안주나 밥반찬으로 사용하는 지역 특산품이다. 

경북 포항과 구룡포를 중심으로 영덕, 감포 지역에서 주로 제조, 소비되고 있는 과메기는 원래 청어를 원료로 만들었다고 한다. 

과메기의 주산지가 포항, 구룡포 지역인 까닭도 과거 이곳에서 청어가 많이 생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청어가 생산되지 않으면서 청어 대신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해 지금은 과메기라 하면 꽁치과메기를 일컫는다.

과메기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11월 하순부터 시작해 이듬해 1월 중순 사이에 가장 많이 만드는데 내장이 들어있는 꽁치를 그대로 살짝 얼려서 짚으로 엮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건조 시킨다. 과거에는 꽁치를 눈 속에 묻었다가 건조하기도 했다.

영하의 기온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건조되는 동건품인 과메기는 가장 낮은 기온이 영하 10℃ 정도가 되고 건조 기간은 보름 정도가 돼야 적당하게 건조돼 아미노산이 풍부한 제맛을 내는 과메기가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조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내장을 제거하고 어체를 반으로 갈라 건조하기도 하는데 육질이 바로 노출이 돼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장의 맛이 베인 과메기 본연의 맛이 나지 않아 예전만 못하다는 소비자들의 성토도 만만치 않다.

예전에는 꽁치과메기의 생산량이 많지 않아 상품화되지 못하고 어업인들의 자가소비나 지역민들에게만 식용돼 왔으나 근래에 와서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전국적으로 많은 애호가들이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연간 유통물량이 100억 원대를 넘어섰을 것이라 추정되고 있어 우리 어업인들에게 또 하나의 큰 소득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메기를 맛있게 먹으려면 내장을 발라내고 껍질을 벗겨 낸 다음 양파와 마늘을 곁들여 초장에 찍어서 먹거나 생미역이나 김치를 곁들여 먹는 방법이 있다. 

과메기 재료인 꽁치의 특성상 비린내가 많이 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린내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 그리고 생각만큼 많이 비린 것도 아니다. 

이는 과메기의 독특한 특성 때문으로 익히지 않고 얼려서 말린 그대로 먹는 음식이라 처음에는 비위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고소한 맛과 쫄깃하게 씹히는 감촉, 담백한 뒷맛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45호(1997년 1월 발행)

■ 2015년 

층층이 쌓여 있는 상자들 안으로 하루 전에 손질해 둔 꽁치들이 가득하다. 상자안 과메기들을 깨끗이 흐르는 물에 담궈 세척작업을 하는 것으로 과메기 제조가 시작된다. 세척작업은 손질하는 과정에서 있을지 모를 이물질과 먼지를 제거하기 위함이며 이렇게 함으로써 비린내를 상당부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에 걸친 세척으로 산뜻한 색으로 변한 꽁치를 1미터는 족히 넘는 시누대에 걸쳐둔다. 

시누대에 어느 정도 꽁치가 걸쳐 지면 건조를 위해 바로 옆에 위치한 건조대로 이동한다. 시누대 크기에 맞춰 제작된 건조대에 차례대로 걸치고 적당한 간격으로 꽁치를 고정시킨다.

시누대 하나에 20마리의 꽁치가 올라간다. 보통 주문이 20마리 단위로 되기 때문에 작업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처음부터 20마리씩 말리는 것이다.  

붉은 속살과 은빛의 비늘이 아침햇살과 만나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해가 있는 양지가 아닌 그늘로 건조대를 집결시킨다. 푸른 겨울바다의 해풍을 맞으며 얼어야 하는 과메기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의 건조 환경이다.

과메기라 불리는 이유는 꿰어 말린다는 뜻의 구룡포 방언이 ‘메기’라고 발음됐기 때문에 과메기라는 명칭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구룡포의 해안도로에 과메기를 말리는 작업장들이 있었지만 먼지가 들러붙는다는 위생문제가 제기됐고 지금은 대부분 실내 건조장에서 말리고 있다. 맛의 차이가 거의 없고 말리는 기간 역시 큰 차이가 없으니 과메기의 품질을 일정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본래 과메기의 모습은 지금과는 다르다. 현재는 대부분의 과메기가 처음부터 배를 갈라 반으로 잘라 말린 형태지만 초기에는 통으로 말렸다고 한다. 그래서 ‘통메기’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그 양이 워낙 적기 때문에 인건비를 더 들여 따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고 포장지부터 포장박스까지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중으로 비용이 지출됐다. 특히 영광의 굴비처럼 한두릅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고 건조 기간이 2주는 넘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져 지금은 일부만 생산되고 있다. 

재료로 사용되는 어종도 청어가 1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 원양산 꽁치를 사용해 과메기를 만들고 있다. 바다 환경이 변해 청어의 어획량이 줄어든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값싼 원양산 꽁치가 대량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대만산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수산물 이력제 때문에 원양산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청어와 꽁치 맛의 차이가 있다는 평이 있는가 하면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진정한 마니아는 청어로 된 과메기를 먹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기는 하지만 비릿한 냄새가 덜한 꽁치가 오히려 더 맛있다는 이들도 있는 걸로 보아선 호불호가 갈리는 먹거리 임에는 틀림없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28호(2015년 11~12월호)

■ 2021년 

과메기는 특유의 독특한 풍미 때문에 대중적인 수산식품에 속하지는 않는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과메기 산지인 포항이나 구룡포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줄어 소비량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온라인 판매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매년 비슷한 수준의 출하량을 보이고 있다. 구룡포과메기영어조합법인에 따르면 지난해 과메기 생산품 중 청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20~30% 정도이며 해풍에 말리는 방식은 위생문제로 지양하고 있고 대부분 건조장에서 말린 과메기를 출하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수산식품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조리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는데 과메기 탕수육, 과메기 무침 등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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