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어업인 배제된 채 난립…질서 정립 ‘절실’
해상풍력, 어업인 배제된 채 난립…질서 정립 ‘절실’
  • 김병곤
  • 승인 2022.01.05 20:15
  • 호수 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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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자 주도 협력금 명목 금품제공 통한 사업추진 횡행 여전
공유수면 관리법 개정으로 어업인 의견수렴 명문화 다소 위안
"풍황계측기 우선권 부여로 난개발과 알박기 비극이 시작 됐다"
서재창  수협 해상풍력대책위 수석위원장(영광군수협조합장)
서재창 수협 해상풍력대책위 수석위원장(영광군수협조합장)

◆ 사업 추진 위한 풍황계측기 난립

전국 바다와 어촌사회가 해상풍력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전북과 전남 서부 등 서남해 해역에서 시작된 해상풍력사업들은 2019년 이후 경남 바다를 거쳐 여수·고흥·완도 등 전남 남해안까지 우후죽순으로 추진되더니 지난해에는 충남 보령·태안과 인천 해역까지 해상풍력 사업성 검토를 위한 풍황계측기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해상풍력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전기위원회)로부터 일종의 자격증명인 ‘발전사업허가’를 받는 것으로 인허가절차를 시작한다. 발전사업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산업부에서 고시한 행정규칙인 발전사업 세부허가 기준에 따라 1년 이상의 풍황계측이 필요하다. 산업부에서는 ‘부지중복에 대한 계측기의 우선권’을 부여해 소위 진성 사업자 여부와 상관없이 풍황계측기만 먼저 설치하면 일정 거리 내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했다. 해상풍력 난개발과 알박기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현재 전국에 해상풍력사업을 위해 설치된 풍황계측기의 개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어디에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할 것인가는 오롯이 발전사업자의 판단이며 어업활동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사업추진을 위해 발전사업자가 풍황계측기 관련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받은 것만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148개에 달하며 별도의 공유수면 점사용허가 없이 섬이나 해안 등 육지에 설치된 것도 100여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 바다가 사실상 해상풍력 사업 예정지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문제는 ‘풍황계측기’의 경우 해상풍력 본 사업과는 별개의 절차로서 설치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이유로 어업인 의견수렴 등 별다른 절차 없이 간이해역이용협의 등을 거쳐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가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발전사업허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태양광·육상풍력과 구분 없이 단순히 지자체가 제출하는 주민 수용성 의견서에 명시적인 불가 의견이 없으면 손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후 이루어지는 환경영향평가(발전용량 100MW 이상) 또한 사업자가 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설명회를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며 의견을 제출하더라도 사업에 반영할 의무는 없다. 사실상 해상풍력 인허가절차 어디에도 어업인 의견수렴과 동의 절차는 없다.

◆ 해상풍력 추진방식 전환 필요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서 지난 2020년 7월 ‘주민과 함께하고 수산업과 상생하는 해상풍력발전방안’을 통해 정부가 어업 영향이 적은 부지를 발굴하면 지자체가 계획 수립단계부터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어업인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절대다수 사업이 민간업자 주도로 민관협의회 등 어업인 의견수렴 없이 추진되고 있으며 각종 상생기금이나 협력금 명목의 금품제공을 통한 사업추진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러한 해상풍력업자들의 행태에도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안병길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공유수면관리청이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를 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어업인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도록 의무화했다. 조업구역 상실 등 해상풍력 사업의 영향을 크게 받을수 밖에 없는 어선어업의 피해 최소화와 권리보호 장치로서 역할 뿐 아니라 어업인 의견수렴이 법률에 명문화됐다는 큰 의미도 있다. 

◆ 정부주도 체계적 추진을

다만 궁극적으로는 현재 발전사업자가 입지를 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현재 해상풍력 추진방식 자체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무리 급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민간주도 일시·대규모 사업추진보다는 정부 주도의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추진이 바람직하며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이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제대로 검증됐다고 보기 힘든 만큼 정부가 어업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피해 어업인, 관련 업종 및 지역 수협 등에 대한 지원방안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수산업 보호와 해역관리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절실하다. 또한 민간업자 주도의 사업추진에 따른 금품 살포 등 어촌사회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산업부 등 관련 부처와 지자체의 개선 의지도 필요하다.

2022년 새해가 밝았으나 수산업계의 현실은 그리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연근해어업의 생산량은 2018년 이후 100만 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수 십년간 지속된 매립·간척과 바다모래 채취 등 대규모 개발행위로 수산업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급속히 추진되는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어업인들의 위기감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라는 굵직한 정치 일정들이 예정된 만큼 정치권뿐 아니라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서도 수산업계의 어려움을 충분히 헤아려 난 개발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해상풍력 사업의 질서 정립을 통해 어업피해가 최소화되고 수산업과 상생·공존할 수 있는 정책적 토대를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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