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으로 건지는 흑산도 보물 ‘홍어잡이’
주낙으로 건지는 흑산도 보물 ‘홍어잡이’
  • 배석환
  • 승인 2021.12.15 18:57
  • 호수 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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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어업유산

글 싣는 순서 

1. 제주 해녀어업
2, 보성 뻘배어업
3. 남해 죽방렴어업
4. 신안 천일염업
5. 완도 지주식 김 양식업
6.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7.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8.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채취어업
9. 울진·울릉 돌미역 떼배 채취어업
10. 부안 곰소 천일염업
11. 신안 흑산 홍어잡이 어업

어촌사회의 고령화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소중한 어업문화 중 상당부분이 젊은 계승자를 찾지 못해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따라서 사라져가는 어촌의 고유한 문화를 발굴·보존 함은 물론 이를 통해 어촌 방문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통해 어업문화 보전에 나서고 있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이라 함은 오래 기간 동안 형성·진화해 왔으며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어업활동 시스템으로 어촌 경관·문화 등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의미한다. 현재 제1호로 지정된 ‘제주 해녀어업’을 시작으로 11개 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어업in수산’은 이러한 국가중요어업유산을 조명함으로써 소외되고 있는 어업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자 한다.

독특한 풍미, 자주 접하기엔 부담스런 가격, 그럼에도 다시 찾게 되는 중독성 강한 생선 홍어. 전라도를 대표하는 수산물답게 홍어는 전라도 일반가정의 경조사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홍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신안 흑산도 부근이다. 현재 흑산도 홍어잡이 어선은 16척(근해 7척, 연안 9척)이 조업중에 있다. 2021년도 T.A.C 물량은 583톤이며 2020년도 홍어위판액은 56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어선척수 및 총허용어획량(T.A.C)의 물량부족으로 지속가능성이 불투명 했고 이러한 이유로 흑산 홍어잡이 어업은 지난 2019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신청 하였으나 최종심사에서 탈락했었다.

이후 신안군은 흑산 홍어잡이 어선 척수 증가 및 T.A.C 물량 추가 확보 등 끈질긴 노력 끝에 지난 7월 서류평가를 시작으로 9월 최종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이뤘다.
흑산 홍어잡이 어업은 ‘주낙’방식으로 흑산도 일대 연근해 어장에서 행해지는 전통어법이다. 1980년대부터 한 개의 고리(약 90미터)에 바늘 450개를 연결하고 미끼를 끼우지 않는 ‘걸낙’방식으로 변화됐으며 주낙을 이용하는 전통어법 방식은 그대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 모두가 즐겼던 홍어

홍어하면 떠올리는 곳은 당연히 흑산도다. 흑산도 근해에서 잡히는 홍어를 최고로 쳐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홍어잡이 배가 대부분 흑산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지방에서 홍어를 잡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상도 지리지’에는 울산군의 토산공물에 홍어가 실려 있다는 기록이 있고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에 홍어를 임금님께 올리던 진상품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실제로 부산에서도 홍어를 즐겨 먹었었다. 하지만 전라도처럼 삭힌 홍어가 아닌 말린 홍어를 주로 먹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홍어의 쓰임새에 대해 ‘호, 구이, 국, 포에 모두 적합하다. 나주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데 지방에 따라 기호가 다르다’고 적혀 있다. 이러한 기록으로 미뤄보아 홍어는 전라도에서만 즐겼던 생선이 아니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삭힌 홍어 또한 처음부터 즐겨 먹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지금의 전라남도 나주 영산포가 삭힌 홍어의 시발점이라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 미끼 없는 주낙

흑산도 홍어잡이 어업은 주낙을 사용한다. 주낙을 사용해서 잡는 어종은 다양한데 다른 주낙과 틀린점은 생미끼 혹은 인공미끼를 사용하지 않는다. 주낙 바늘만 바다에 뿌려 홍어가 걸리게 하는 방식이다. 

또한 주낙 바늘 모양새도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보통 주낙 바늘은 낚시 바늘과 마찬가지로 고기가 물었을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미늘 부분이 존재하는데 홍어잡이 주낙은 이러한 미늘이 없고 끝이 송곳처럼 날카로울 뿐이다.

홍어잡이 어선이 한번 출항하면 3~4일 정도를 바다에 머문다. 조업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있지만 무척이나 위험하면서 어렵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주낙 바늘에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어선에서 가장 경력이 많은 선원이 주로 홍어를 낚아채는 작업을 맡는다. 주낙에 걸려 올라오던 홍어가 몸부림치면서 놓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갈고리로 한 번에 낚아채야 하는데 쉬워보일 수 있지만 요령이 없으면 홍어를 놓치게 된다. 

한 마리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홍어를 놓치게 되는 것은 오징어 한 마리 놓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홍어잡이에 있어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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