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급식 경쟁조달은 어업인·어촌경제 막대한 손실
군 급식 경쟁조달은 어업인·어촌경제 막대한 손실
  • 김병곤
  • 승인 2021.11.24 19:45
  • 호수 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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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악한 저가 수입수산물 대체로 장병 건강도 위협
생산시설 피해 불가피 관련 종사자 실업자 전락 우려
사진은 수협의 군 조리교육 모습
사진은 수협의 군 조리교육 모습

<글 싣는 순서> 

① 50년 협정서 일방 파기
② 어업인과 단체 막심한 피해
③ 어업인 강력 투쟁 불사 

전국 어업인들은 국방부가 최근 내놓은 ‘군 급식 개편안’이 본질과는 크게 벗어나 있다는 여론이 드세다. 국방부가 그동안 농·축·수협과 수의계약을 통해 조달하던 군 식재료 공급체계를 바꿔 수의계약 물량을 연차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2025년에는 현행 수의계약을 전면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추진하는 군급식체계 개편이 수입 수산물 사용을 부추기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어업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군 부실급식의 원인이 예산과 전문성 부족, 내부의 관리 소홀 등이지만 국방부는 이를 식재료 공급체계 탓으로 돌려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970년 1월부터 국방부와 체결한 협정서에 따라 계획 생산을 해온 어업인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전망이다. 어업인들은 군 급식 수산물 공급 개편안이 대한민국 어촌과 어업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장병 영양 관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 급식체계의 현황과 문제점들을 도출하고 향후 대책을 모색한다.  

◆ 75% 이상 수입산 대체 실례(實例)

국방부의 ‘군 급식 개편안’은 102만 수산산업계와 전국 조합원 15만 5000명, 전국 91개 조합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어가 지지를 불가능하게 해 어업인과 지역경제에 막대한 손실 초래가 예상되고 있다. 군 요구 규격을 충족하기 위한 특화된 가공시설과 물류창고 구축 등 대규모 인적·물적 투자를 무용지물로 만들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군에 보급되는 수산물은 지난 2020년 기준 약 1만 6000톤에 약 2000억 원으로 기본 급식품목 급감에 따라 국내산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어업인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지역경제 황폐화 등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보다 안정적이고 위생적인 군 급식을 위해 어업인 단체들은 가공장, 물류센터, 냉동창고 가공 특화설비 등 군 급식 수산물 생산시설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지역 조합들의 경우 550억 원 이상이 투입돼 있고 수협중앙회는 6000억 원에 이르는 시설투자를 해왔다. 따라서 ‘군 급식 개편안’이 이대로 실행된다면 생산시설과 인력 유휴화 등 피해는 불가피하며 수 천 명에 이르는 관련 종사자들도 실업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경쟁입찰 조달방식과 민간위탁급식 시범 사업 과정에서 부실급식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 제시는 커녕 저가 수입산 수산물 사용 등 각종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국방부가 추진하는 조달체계 개선을 위한 시범 급식부대에서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을 통한 입찰 결과 수입산 또는 수입산 원재료로 가공된 수산물이 7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 모 보병사단은 8월 13일부터 19일까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에 대부분 수입산으로 이뤄진 수산물을 식재료 조달 공고(제E210813-000952-0호)에 올려 중소기업간 제한경쟁 입찰을 통해 유통전문업체가 낙찰됐다. 해당 공고는 9월 8일부터 10월 8일까지 1개월간 군급식용으로 사용할 수산물을 비롯한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을 납품할 업체를 공모했다. 납품대상은 꽃게, 낙지, 주꾸미, 대왕오징어 등 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477개 품목이며 이중 국내산은 120개 품목(25.2%), 수입산으로 명시된 품목이 111개 품목(23.3%)이고 원산지가 명시되지 않은 고등어구이, 통새우튀김 등 246개 가공품목은 유통업체의 수지타산을 고려 시 수입산으로 납품될 것으로 추정하면 수입산 비중은 75%를 상회했다.

특히 국방부의 급식정책 개선 방향에 맞춰 육·해·공군 총 4개의 대대급 부대가 경쟁입찰로 식재료를 조달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꽃게, 전복, 낙지, 바지락살, 새우살을 비롯한 상당수 수산물이 중국, 베트남, 페루 등에서 수입한 저가 수산물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국산 수산물 판로 막막

군 급식용 수산물의 경우 우리 어업인이 직접 어획 또는 양식하는 원물을 주 생산시기에 대량 수매함으로써 보다 싸고 안정적이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어업인들의 판로 확대와 가격지지는 물론 수산물 가공장의 원활한 운영을 통해 어업인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전국 91개 수협 중에서 57개 조합(64%)이 군급식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어업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수산물의 경쟁계약 방식 도입을 통한 저가 수입산 수산물이 군급식용으로 납품될 경우 장병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 어업인을 포함한 각 지역조합의 수산물 판로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는 지역 어촌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군납 어가들은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방부의 개편안대로 경쟁조달을 통한 군 급식품 공급과 민간업체 위탁급식이 확대되면 양질의 우수한 국산 수산물은 판로가 막혀버리고 그 자리는 품질이 조악한 저가 수입수산물이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어업인들의 피해와 함께 장병들의 균형된 식습관 형성과 영양 관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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