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입맛 사로잡은 견내량 돌미역
임금님 입맛 사로잡은 견내량 돌미역
  • 배석환
  • 승인 2021.11.24 19:31
  • 호수 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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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어업유산

글 싣는 순서 

1. 제주 해녀어업
2, 보성 뻘배어업
3. 남해 죽방렴어업
4. 신안 천일염업
5. 완도 지주식 김 양식업
6.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7.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8.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채취어업
9. 울진·울릉 돌곽 떼배 채취어업
10. 부안 곰소 천일염업
11. 신안 흑산 홍어잡이 어업

어촌사회의 고령화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소중한 어업문화 중 상당부분이 젊은 계승자를 찾지 못해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따라서 사라져가는 어촌의 고유한 문화를 발굴·보존 함은 물론 이를 통해 어촌 방문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통해 어업문화 보전에 나서고 있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이라 함은 오래 기간 동안 형성·진화해 왔으며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어업활동 시스템으로 어촌 경관·문화 등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의미한다. 현재 제1호로 지정된 ‘제주 해녀어업’을 시작으로 11개 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어업in수산’은 이러한 국가중요어업유산을 조명함으로써 소외되고 있는 어업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자 한다.

견내량해협은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 연기마을과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 광리마을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견내량은 고려 정중부의 난으로 폐위가 된 의종이 배를 타고 통영에서 거제로 건넜다해 붙여진 이름이다. 

임진왜란 때 한산도 두억포에 있는 통제영을 지키는 통성을 견내량의 덕호리에 쌓아 중요한 방어진지 역할을 한 곳으로 옥해전과 한산대첩의 배경이 됐던 해역이다. 

길이는 약 3km, 폭은 400m 정도로 폭이 좁고 작은 섬들이 산재해 물살이 거세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 바다 밑에 암초가 많아 예부터 해난사고가 잦았던 지역이다. 따라서 바닷일을 하기엔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역만큼은 예외였다. 

깨끗한 바다는 물론이거니와 빠른 유속 그리고 암초 돌미역이 자라기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견내량 돌미역이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대부분의 미역이 간조 때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에서부터 5~6m 정도의 수심 암반에 서식하지만 견내량 돌미역은 해수면에 노출되지 않는 평편한 70~80%의 천연암반과 자갈밭에서 군락지를 이루며 자라고 있다. 물살이 빠른 곳에서 자라는 서식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강한 섬유질을 만들고 모양도 가늘고 길면서 질긴 형태를 띤다. 이런 연유로 미역의 색이 생존여건에 따라 다르게 변하며 계절별로 다른 색채를 연출한다.

엽체가 길고 줄기가 긴 북방형에 속하고, 포자엽(미역귀)의 주름수가 많고 길다. 줄기 폭과 두께가 두텁고 엽이 넓으며 포자엽과 영양엽이 이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자연 일광과 해풍을 이용한 건조방법으로 품질이 좋아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도 기록이 나온다. ‘몸이 여전히 불편하다. 방답, 흥양, 조방장이 보러왔다. 견내량 미역 53동을 따가지고 왔다’라고 적은 글에서 당시에도 영양과 품질이 뛰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 틀잇대로 바다가 허락한 만큼 채취

견내량 돌미역은 견내량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통영·거제 어촌계에서만 채취할 수 있다. 대표적인 어촌계가 통영 연기어촌계와 거제 광리어촌계다. 연기어촌계의 경우 해마다 4월과 5월 수온과 볕이 좋은 날에 맞춰 채취한다. 바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 선착장 바로 앞에 돌미역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채취방법은 간단하다. 작업하기 좋은 물 때(물의 흐름이 없는 정체기)에 맞춰 틀잇대(털이대)라 부르는 긴 장대를 바다에 넣고 돌려 돌미역을 감아 올리면 된다. 틀잇대는 대나무와 단단한 재질의 나무를 이어붙여 탄력이 아주 뛰어나다. 과거부터 사용한 전통방식의 채취 도구로 그 역사만 500년에 이른다고 한다.

틀잇대의 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길이가 5~10m 정도에 이른다. 상단부는 대나무 재질이며 틀잇대를 돌리기 쉽게 하기 위해 지팡이 모양으로 구부려 손잡이를 만들었다. 하단부는 단단한 재질의 나무가 쓰이는데 끝부분에 2개의 구멍을 내어 그안으로 틀잇살을 박아 넣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틀잇살이 ‘X’자 모양으로 교차를 하게 돼 돌미역을 휘감기 좋다. 사람의 힘에 의해 채취하기 때문에 양승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즉 노를 젓는 무동력 어선도 채취가 가능하다. 지금도 몇몇 어가는 무동력 어선을 사용해 바다가 허락한 만큼만 채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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