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덕한 인심, 넉넉한 붉은대게 ‘후포항’
후덕한 인심, 넉넉한 붉은대게 ‘후포항’
  • 배석환
  • 승인 2021.11.24 19:12
  • 호수 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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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바다 – 후포항

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 1995년 후포항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읍은 울진군 수산업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곳으로 그 옛날 천연포구에서 후릿그물로 고기를 잡았다해 ‘후릿골’, ‘후릿개’로 불리다가 후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도 하고 고기가 어떻게나 많이 났던지 배가 입항하면 아무나 집어가도록 내버려 둘 만큼 마을 어민들의 인심이 후하다보니 후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도 전해진다.

이러한 후포읍 경제 중심에는 후포항이 있다. 후포항은 지난 1970년대까지 말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소문난 꽁치 어항이었다. 

후포의 꽁치잡이는 ‘봄발이’라 해서 정월부터 시작해 6월까지 이어지고 다시 11월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조업하는 ‘가을발이’로 나뉘어 지면서 때마다 질좋은 꽁치를 엄청나게 잡아내곤 했었다.

물 속을 휘젓고 다니는 물고기들이야 워낙 제멋대로이고 조류 또한 마찬가지여서 1980년대에 들면서는 그 많던 꽁치떼가 약속이나 한 듯 후포바다에서 일제히 자취를 감춰 버렸던 그 명성은 점차 사라졌다. 

다행히 그 서운함을 메꿔주려는 듯이 오징어가 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후포의 효자노릇을 도맡아하는 붉은대게가 넉넉히 생산되면서 후포항을 여전히 괜찮은 어항으로 살려놓고 있고 수백 척에 이르던 꽁치유자망 어선 대산 게통발 어선과 활어배·정치망 작업선들이 어촌다운 면모를 세워주고 있다.

지난 1960~1970년대 초에도 먼 바다에 나가면 일본 어업인들이 게딱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가끔씩 보고는 했다는 후포 어업인들은 그때는 그게 돈이 될 줄도 몰랐고 잡는 방법이나 생태에 대해서도 아는 이가 없었단다. 

물론 그 당시에도 죽변대게, 영덕대게 혹은 강구대게로 불리는 대게가 200~300m 정도의 수심에서 유자망으로 잡혀 올라와 고가로 팔리긴 했어도 색깔이 전혀 다른 이 붉은대게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붉은대게가 연간 후포에 풀어놓는 돈이 줄잡아 150억 원에 이르고 생산에서 가공·수출에 이르기까지 그 많은 일손이 쉬지않게 해주는 것이 그저 기특해 보일뿐이다.후포에서 이 붉은대게를 잡아내는 게통발 어선은 20여 척. 그 배마다 12~14명의 어업인이 승선해 조업을하고 현재 후포에서 가동중인 4개의 가공공장에서 한 곳에 150여 명씩 600여 명의 아낙네들이 취업해 가계를 돕고 있다. 

※기사발췌 : 새어민 제328호(1995년 8월 발행)

■ 2016년 후포항

새벽 5시. 확성기에서 나오는 사이렌 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김성인 경매사의 뒤를 따라 수십 명의 중간도매인들이 자리를 잡고 경매의 시작을 기다린다. 가장 먼저 활어부터 경매가 시작됐다. 광어, 도다리, 가자미 등 다양한 어종들이 빨간색 대야에 담겨 주인을 기다린다. 표찰식으로 진행되는 경매는 조용하지만 빠르게 진행된다. 

본래는 위판장 바닥에 경매 물건이 위치해야 되는데 부득이하게 경매 진행상 필요한 경우는 선착장에 배를 정박학고 배위에서 경매가 진행되기도 한다. 주로 크기가 큰 어종들이 그러하다. 방어가 대표적인데 옮기려면 워낙 힘이 들어 배에서 분류해 놓을 채로 경매가 진행된다.

1시간 남짓 활어 경매가 끝나면 보통은 선어 경매가 진행되는데 후포항은 선어경매가 오징어와 특정 어종을 제외하고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대게 때문이다. 금어기를 제외하면 울진대게는 8시부터 경매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리고 울진대게 경매가 끝나면 붉은대게의 경매가 이어진다. 

붉은대게는 연안에서 10톤 미만의 작은배들이 조업을 하고 100톤 정도의 큰 배들이 근해에 일주일 동안 조업을 하고 들어온다. 근해어선들이 들어오는 날이면 많은 양의 대게들이 경매에 나온다. 어선들이 선착장에 정박을 하면 배안에 설치된 커다란 수조안에 살아있는 붉은대게들을 바구니에 담아 경매장 바닥에 펼쳐 놓는다. 그러면 크기별로 구분을 지어 줄지어 10마리씩 세워두거나 크기가 제법 큰 것들은 2~3마리 단위로 경매가 이뤄진다.

보통은 150마리에서 200마리 단위로 경매가 진행된다. 흔히 1판이라고 부르는데 일정한 크기의 대게들을 한꺼번에 경매하기 위한 단위다. 그런데 줄지어 정렬해 놓은 대게들이 수시로 교체가 된다. 그 이유는 품질이다. 경매에 참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붉은대게는 다리가 모두 제대로 붙어있어야 하거나 1개가 없는 9개까지는 경매로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이른바 물게(속이 비어 있는 것처럼 물렁물렁한 게)들은 제외된다. 경매에서 제외된 대게들은 통조림용으로 팔리거나 경매에 참가할 수 없는 일반인들이 그 자리에서 구매를 하기도 한다. 

후포항을 기반으로 붉은대게 조업에 나서고 있는 어선들은 17척 정도이다. 그런데 이 배들이 한꺼번에 경매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조업을 일주일 이상을 나가기 때문에 조업이 끝나고 돌아올 때 후포수협 판매과에 연락을 하면 그 순서대로 경매가 진행된다. 보통 하루에 2척에서 3척 정도의 어선들이 경매에 참가하는데 어느 날은 한 척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울진에서 대게가 많이 잡히는 이유는 울진 앞바다에 왕돌초라는 암초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후포항에서 가까운 연근해 바다에서 대게가 가장 많이 서식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해안 대게 잡이 어선들이 후포항으로 집결하는 것이다. 

후포항에서 거래되고 있는 대게는 크게 붉은대게와 울진대게로 구분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붉은대게는 전체적으로 붉은빛을 띤다. 반면 울진대게는 다리는 붉은 색이 도는데 몸통이 흙색이다. 맛의 차이를 일반인이 알기는 힘들다. 

종이 다르기 때문에 잡는 방법과 잡히는 위치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울진대게는 대부분 대륙붕이 존재하는 200m 정도의 수심에서 어획된다. 그래서 통발보다는 자망을 주로 사용한다. 붉은대게는 통발을 많이 사용한다. 수심도 600m에서 1500m까지 깊은 수심에서 어획된다. 그래서 껍질이 두꺼운 편이다.

붉은대게 경매가 모두 끝나면 잠시 휴식에 들어간다. 그렇다고 경매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여름에 인기있는 오징어 경매 때문이다. 오징어배가 들어오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배가 들어오면 그때마다 경매가 진행된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32호(2016년 7~8월호)

■ 2021년 후포항

붉은대게의 인기와 더불어 여러 매체에서 후포항이 소개되면서 후포항은 울진군 관광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음식점들은 붉은대게를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줄지어 먹는 맛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한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동해 일출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알려지면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후포항 위판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위판량은 1만 951톤 정도이며 위판금액은 680억 원을 넘어섰다. 현재 후포항을 기반으로 조업을 하고 있는 어선수는 약 220여 척 정도로 이중 붉은대게를 어획하고 있는 어선수는 17척으로 지난해 위판된 붉은대게는 3967톤, 금액으로는 220억 원 정도다.

붉은대게 뿐 아니라 후포위판장에는 계절별로 다양한 어종이 위판되고 있다. 대표적인 어종으로는 오징어가 붉은대게 다음으로 많이 나오며 여름에는 가자미, 문어가 위판장의 단골 손님이다. 또한 방어는 여름부터 겨울까지 꾸준히 어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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