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더 이상의 바다 희생을 거두자
[칼럼] 더 이상의 바다 희생을 거두자
  • 김병곤
  • 승인 2011.02.24 11:09
  • 호수 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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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하늘이 바다를 살려준다면 내 인생 다 바쳐서 바다를 위해 영원히 보존 하겠소” ‘어부로 살고 싶다-살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이 영화는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생존을 위협받게 된 전북 부안 계화도 어업인들의 싸움을 그렸다.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살기 위하여’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파괴되는 갯벌을 지키려했던 계화도 어업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대에 진정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결국 새만금 간척사업은 거센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됐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놓고 지역 발전의 기대와 당장 삶의 터전을 잃게 된 현실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서로 분열되어 의견을 달리했다. 하지만 영화는 갯벌을 지키고 바다를 지켜온 사람뿐 아니라 바다의 무수한 생명들을 살려야 한다며 저항했던 계화리 ‘이모들’의 이야기들을 담담히 담았다.

비단 영화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바다 생명을 살리자는 싸움은 계속되고 있으나 어업인들 삶의 현장인 아름다운 바다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무너지고 있다. 바다의 파괴는 수산업 악화로 이어진다.

어장 축소와 해양환경오염, 자원고갈에 따른 어획부진 등으로 경영여건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분명 푸른 바다가 아니라 붉은 바다다. 또한 WTO(세계무역기구)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에 따른 수산보조금 금지 가시화와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의한 수입수산물 범람 등으로 우리 수산업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어업자원 감소와 더불어 어업인력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어촌사회는 갈수록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생산기반이 약화된 어촌경제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수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한때 수산물은 외화 획득의 첨병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 하늘이 내려준 천혜의 어장, 바다를 통해 풍요로운 삶을 누려 왔던 우리는 갈수록 피폐화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전국에서 개발에 밀려 사라진 갯벌은 서울시 전체 면적보다 넓다.

더구나 최근 들어 가로림만과 인천 강화지역에 대규모 조력발전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나 조력발전은  해양환경의 훼손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대규모 인공 방조제 건설은 갯벌 생태계에 큰 피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갯벌은 살아 있어야 그 가치가 있다.” 갯벌 파괴는 수산생물의 죽음이고 수산업 실종이다. 이는 어업인들 삶의 터전만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 식탁도 병들게 하고 나아가서는 국가적 손실로 남게 될 것이다. 바다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푸른 바다가 아니라 유혈이 낭자한 바다다. 바다가 사라진 곳에는 대체어장도 개발해 주지 않는다.

우리는 아직도 바다가 인간에게 가져오는 혜택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수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고 경제적 가치는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우리는 삼면의 바다를 갖고 있다. 이것이 희망이자 미래인 것이다. 언제까지 개발을 앞세워 바다를 희생시킬 것인가를 되묻고 싶다.

더 이상 소모적인 싸움을 거두고 반목과 대립을 접고 수산업에 종사하는 모든이들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이제 개발시대의 근시적 시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어업인과 함께하는 열린 정책을 희망한다. 거기엔 분명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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