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모래밭 숨은 보물 ‘재첩’
섬진강 모래밭 숨은 보물 ‘재첩’
  • 배석환
  • 승인 2021.11.17 19:21
  • 호수 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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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어업유산

글 싣는 순서 

1. 제주 해녀어업
2, 보성 뻘배어업
3. 남해 죽방렴어업
4. 신안 천일염업
5. 완도 지주식 김 양식업
6.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7.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8.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재취어업
9. 울진·울릉 돌곽 떼배 채취어업
10. 부안 곰소 천일염업
11. 신안 흑산 홍어잡이 어업

어촌사회의 고령화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소중한 어업문화 중 상당부분이 젊은 계승자를 찾지 못해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따라서 사라져가는 어촌의 고유한 문화를 발굴·보존 함은 물론 이를 통해 어촌 방문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통해 어업문화 보전에 나서고 있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이라 함은 오래 기간 동안 형성·진화해 왔으며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어업활동 시스템으로 어촌 경관·문화 등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의미한다. 현재 제1호로 지정된 ‘제주 해녀어업’을 시작으로 11개 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어업in수산’은 이러한 국가중요어업유산을 조명함으로써 소외되고 있는 어업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자 한다.

깨끗한 물이 지나는 모래밭을 특히 좋아해 여름철이면 낮게 파고들고 한겨울이면 모래 깊숙이 파고 들어가 들어앉아 있는 재첩. 

경남 하동군에서는 재첩을 ‘갱조개’라 부르는데 하천이나 하구와 같이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곳에 많이 서식한다. 섬진강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서 서식하고 있지만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섬진강 하구다. 

섬진강은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시를 사이에 두고 흐르고 있으며 채첩 재취면적은 하동군 75㏊, 광양시 65㏊ 정도다. 

재첩은 형망어선을 이용해서 채취하거나 어업인이 직접 ‘거랭이’라 부르는 손틀 도구를 이용해 채취를 한다. 

지난 2018년 11월 국가중용어업유산으로 등재된 ‘재첩잡이 손틀어업’은 어선이 아닌 거랭이를 이용해 채취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국내 재첩 생산량의 70% 이상이 섬진강에서 나오지만 본래 재첩의 최대 생산지는 섬진강이 아닌 낙동강 하구였다. 

낙동강 하구언 공사로 1980년 이후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섬진강으로 주 생산지가 옮겨간 것이다. 

1908년 한국 통감부가 발간한 ‘한국수산지’ 제1집에서 그 당시의 유용수산물 106종을 기록했는데 여기에 재첩이 포함된 사실로 미뤄 110년 전부터 재첩이 상당히 대중적인 식재료임을 유추할 수 있다.

1975년부터 생산량이 집계되기 시작했는데 5208톤을 시작으로 1980년 1만 5165톤 생산량을 기록하는 등 내수면어업에서 생산비중이 가장 높은 종에 속했다. 최고 기록을 보인 1980년의 생산량을 기준으로 내수면어업 전체에서 39.7%를 차지했다.

재첩은 단백질이 12.5%로 어육의 표준량에는 다소 못 미치는 편이지만 질이 좋고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인 메타오닌이 많다. 

이 성분은 간장의 활동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예부터 술을 즐기는 이들은 아침에 재첩국을 먹었던 것이다. 또한 간장질환과 담석증 환자에게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어 황달에 걸린 사람이 재첩국을 많이 찾았다.

▲ 거랭이 안으로 들어오는 재첩 소리

섬진강 재첩잡이는 과거 별다른 도구 없이 호미나 손으로 얕은 강물 속을 파서 재첩을 채취하던 방식에서 ‘거랭이’를 이용한 손틀 어업으로 발전했다. 거랭이는 수십 개의 쇠갈퀴를 삼태기 모양으로 잇대어 놓은 뒤, 그 한가운데에 사람 키가 훨씬 넘는 장대를 꽂아 놓은 것으로 그 갈퀴 간격은 1㎝쯤이다.

거랭이를 이용해 작업을 하기에 물때가 중요하다. 강에서 바다의 물때를 찾는 것이 이상하겠지만 섬진강 하구는 바다와 마찬가지로 물이 들고 난다. 그래서 조업 시간이 일정치 않다. 
물이 빠지고 섬진강 모래톱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족히 1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랭이 손잡이를 어깨에 고정하고 강바닥을 긁기만 하면 된다. 물론 앞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뒤로 걷는다. 

그래서 힘들다. 앞으로 걸을 수 있다면 전방에 장애물이 있거나 갑작스레 다른 어업인들과 교착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지만 뒤로 걷다 보니 자주 뒤를 돌아봐야 한다. 

모래 안에 서식하고 있는 재첩이 거랭이 안에 들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소리라고 한다. 

모래가 안에 차있을 때와 재첩이 들어올 때 소리가 다르다고 한다. 강바닥 어디에 얼만큼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많이 채취하고 운 나쁘면 다른 사람 절반 정도만 잡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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