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어업인들의 짭잘한 소득원 양미리
동해안 어업인들의 짭잘한 소득원 양미리
  • 배석환
  • 승인 2021.11.10 18:35
  • 호수 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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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바다 – 양미리

■ 1995년 양미리

강원도 고성군 아야진항의 위판장에 양미리를 유자망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당년생인 양미리는 산란기가 되면 고성 등 육지에서 2~3㎞ 떨어진 해안으로 몰려드는데 이 때의 크기는 약 15~17㎝ 정도다. 추석이 지나면 조금씩 어획하기 시작하다가 찬바람이 나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보통 12월 말까지 조업을 한다.

하루 세 번 그물을 당기는데 첫잡이는 새벽 5시에 시작해 7시경에 끝마친다. 이렇게 3번 조업을 하면 보통 4~5시경 까지 그물을 보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고성군수협관내 어업인들이 양미리 조업으로 올린 소득은 척당 6000여만 원 정도이며 그물값과 그물에 끼어있는 양미리를 떼어내는 인건비가 만만치 않아 그중 절반 정도를 비용으로 제하고 나면 순수익은 3000만 원 정도가 된다.

예전에는 이 양미리를 식용으로 많이 이용했으나 요즘은 축양장, 특히 넙치 축양장의 고급 사료로 대부분 이용하고 있다. 

양미리를 사료로 이용하면 넙치의 육질이 단단해지고 맛이 월등하다고 해 넙치축양장에서 생사료로 양미를 특히 선호한다. 

사료용은 대부분 위판 되자마자 바로 냉동창고에 보관했다가 축양업자에게 팔려나간다. 사료용으로 나가는 양미리는 플라스틱으로 된 대형박스 하나가 1만 8000원에서 2만 4000원 정도다.

식용은 20마리씩 엮어 건조하는 ‘걸대식양미리’가 주종이나 ‘과메기’라 해 신선한 양미리를 그늘에서 말려 술안주나 밥반찬으로 저잣거리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영덕·강구·포항 등지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호식품이다.

※기사발췌 : 새어민 제321호(1995년 1월 발행)

■ 2016년 양미리

새벽 5시, 속초 동명항 선착장에 피워진 모닥불 주위로 어업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성 어업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바다에 나가지는 않지만 그물에 걸린 양미리를 분리하는 작업을 도맡아 한다. 

금성호가 예열을 끝마치고 동명항을 벗어난다. 금성호 뒤를 따라 여러 척의 배들이 줄지어 같은 방향으로 향한다. 모두 양미리잡이 어선이다. 양미리잡이 어선은 따로 신고를 해야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이 잡히는 특성 때문에 어획량 대비 경매가가 낮아져 수십 척이던 양미리잡이 어선들이 지금은 다섯 척 정도만 바다에 나간다고 한다.

양미리는 다른 어종에 비해 비교적 가까운 연안에서 서식한다. 그래서 멀리 나가지 않고 동명항에서 불과 10여 분 정도 떨어진 해역에 어장이 형성된다. 조업방법은 간단하다. 전날 오후에 설치해 두었던 그물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된다. 보통 하루에 5번 정도 그물을 걷어 올린다고 한다.

엔진이 잠잠해지고 저 멀리 보이던 부표를 낚아채 양승기에 고정 시킨다. 보통은 양승기에 줄을 감으면 빨리 끌어올리기 마련인데 조심스레 양승기를 작동시킨다. 갑작스레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더니 다소 큰 돌덩어리가 들려 올라온다. 그물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작은 돌덩어리들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돼 있어 바닷속에서 그물을 일정한 형태로 유지 시키는 것과 동시에 양미리가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는 역할을 하고있다.

돌덩어리를 제거하고 본격적으로 그물을 끌어 올린다. 그물코에 촘촘히 박힌 양미리가 올라온다. 누가 보아도 그 무게가 상당하다. 그래서 1m 남짓의 굵은 줄을 그물 밑에 넣고 두명이서 그물을 끌어당긴다. 양승기 밑에 그물이 쌓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물 하나를 끌어 올리고 다시 동명항으로 향한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모두들 ‘준비 끝났으니 빨리 시작합시다’라는 의지가 넘쳐난다. 그물의 무게가 엄청나다 보니 뭍에 내리는 것도 양승기가 동원된다.

아까와는 반대로 양승기를 작동시켜 금성호 선수에 있던 그물이 순식간에 선착장에 마련된 작업 공간에 기다랗게 펼쳐진다.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를 잡은 여성 어업인들의 손놀림이 점점 빨라진다. 그와 동시에 분리된 양미리를 담는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새벽의 기운이 물러나고 아침이 밝아오려 한다. 하지만 태양 빛은 구름에 가려 잔뜩 흐리기만 하다. 그런데 이런 날이 작업하기 더 좋다고 한다. 양미리 작업이 새벽에 이뤄진 이유는 그 시간에 양미리가 많이 잡히기도 하지만 분리하는 작업을 실내에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햇빛이 비치면 선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해가 뜨기 전에 작업을 빨리 끝낸 양미리의 품질 더좋아 경매가도 높다.

양미리는 연안의 약간 깊은 곳에서 무리를 지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은 가늘고 긴 원통형이며 주둥이는 뾰족하고 양턱에 이빨이 없다. 배지느러미와 비늘도 없다. 그래서 별다른 손질을 하지 않아도 바로 구워 먹기 쉽다. 산란기는 4~7월로 산란 후 수컷은 알을 보호하다 죽고 만다. 조업 시간이 새벽인 이유는 양미리의 먹이 습성 때문이다. 보통 연안의 모래 속에 은신하고 있다가 동틀 무렵 먹이 사냥을 시작하기 위해 표면으로 나온다. 이때 미리 설치해 둔 그물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노란 바구니에 가득 담긴 양미리는 곧바로 경매에 들어간다. 속초 수협 직원들이 양미리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특히 중간도매인들의 눈썰미가 심상치 않다. 무게 단위로 경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한 바구니 안에 일정한 크기의 양미리만 담겨 있는지 확인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업 시 사용되는 그물코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물코가 구멍이 너무 작으면 작은 양미리까지 잡히기 때문에 경매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최근에는 반건조 된 양미리가 인기라고 한다. 그래서 속초 동명항 근처 수산시장에 가면 노란색의 비닐 노끈 사이로 20cm 정도 반건조 된 양미리가 길게 매달려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유인 즉 잡는 즉시 구워 먹어도 되지만 이렇게 반건조가 되면 그 구수함과 쫄깃한 식감이 배가 되기 때문이란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30호(2016년 3~4월호)

■ 2021년 양미리 생산현황

양미리 어획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강원도. 그중 고성군 거진항과 속초시 동명항에서 양미리 위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보통 거진항은 12월부터 위판이 시작되며 동명항은 경매가 시작 된지 한 달 가량 지나고 있지만 어획량이 급감해 위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양미리는 소비량이 해마다 줄고 있지만 어획량이 많아 경매가격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어종 중 하나다. 또한 그물에서 양미리를 떼어내는 작업이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어 인건비와 부식비 등의 지출을 제외하면 바다에 나가서 어획하는 것이 손해가 나기도 한다. 이에 양미리를 취급하는 어가수가 갈수록 줄어 속초시의 경우 6가구만 양미리를 어획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고성군수협에서 위판한 양미리는 180톤, 4억 7000만 원 가량이며 속초시수협은 610톤, 11억 60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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