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갯벌이 선사하는 명품 ‘천일염’
신안 갯벌이 선사하는 명품 ‘천일염’
  • 배석환
  • 승인 2021.10.27 18:18
  • 호수 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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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어업유산

글 싣는 순서 

1. 제주 해녀어업
2, 보성 뻘배어업
3. 남해 죽방렴어업
4. 신안 천일염업
5. 완도 지주식 김 양식업
6.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7.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8.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재취어업
9. 울진·울릉 돌곽 떼배 채취어업
10. 부안 곰소 천일염업
11. 신안 흑산 홍어잡이 어업

어촌사회의 고령화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소중한 어업문화 중 상당부분이 젊은 계승자를 찾지 못해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따라서 사라져가는 어촌의 고유한 문화를 발굴·보존 함은 물론 이를 통해 어촌 방문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통해 어업문화 보전에 나서고 있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이라 함은 오래 기간 동안 형성·진화해 왔으며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어업활동 시스템으로 어촌 경관·문화 등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의미한다. 현재 제1호로 지정된 ‘제주 해녀어업’을 시작으로 11개 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어업in수산’은 이러한 국가중요어업유산을 조명함으로써 소외되고 있는 어업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자 한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 들여 바람과 햇빛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을 말한다. 우리나라 전통 소금 채취 방식이라 생각되지만 실제 우리나라 전통방식은 갯벌에서 염도를 높인 소금물을 끓여서 생산하는 ‘자염’이 따로 있다. 하지만 생산단가가 너무 비싸 경쟁력을 잃었고 현재는 천일염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금 생산 방식이다.

이러한 천일염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전라남도 신안군으로 국내 천일염 생산의 8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청정바다와 풍부한 일조량, 적당한 해풍은 양질의 천일염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신안군 중에서도 비금도는 신안에서 가장 먼저 천일염을 생산한 섬으로 지금의 천일염이 가능하게 된 출발점이다. 당시 비금도에서 천일염 생산을 시도했던 사람은 평양의 광양만 귀성염전에서 염전기술을 습득했던 손봉훈(73세)과 박삼만(68세) 등 이다. 이미 광양만에서 염전생산의 기술과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은 마을 청년으로 조합을 구성해 1946년 3월 13일 수림마을의 갯벌을 막아 시험 염전의 축조공사를 시작해 소금생산에 성공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 30명으로 구림 1호 천일제염 조합을 결성해 염전을 축조했는데 이것이 서남해 최초의 염전 구림 1호다. 비금도염전은 구림 1호 염전을 시작으로 구림 2호 염전, 지당 1호 염전이 축조됐다. 뿐만 아니라 서남해안에 분포되어 있던 전오염(활염)은 새로운 간석지의 방조와 염전 축조에 의해 염전으로 개발됐으며 국가에서는 비금초등학교에 염전 기술자 양성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후 서남해안 지역으로 염전개발이 확산되면서 비금의 염전기술은 각지방으로 퍼지게 됐다. 그 후 1948년에는 450세대의 비금 주민들이 대동염전조합을 결성해 100ha의 염전을 조성했으며 화폐개혁과 함께 소금 값이 오르자 염전 인부들까지 지갑에 실밥이 터질 정도로 돈이 많아 ‘돈이 날아다닌다’는 뜻으로 비금도(飛金島)라고 부르기도 했다. 

◆ 식품으로 당당히 인정

발효식품이 많은 우리나라 음식문화에 있어 천일염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하지만 그동안 천일염을 생산하는 방식은 천일염의 가치를 뒷받침 해주지 못했다. 우선 천일염은 광물로 분류돼 있었다. 식용이 아니었다. 이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이에 각 관련 부처는 천일염이 식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환경개선을 이어왔다. 

우선 염전 바닥의 시멘트를 제거하고 친환경 바닥제로 교체했으며 바닷물의 염도를 높이기 위한 저장공간의 수질을 정화하고 지붕도 그동안 석면이 나오는 슬레이트 재질을 사용했는데 이를 금지했다. 각고의 노력으로 지난 2008년 천일염은 식용으로 인정받았다.  

신안 천일염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경사가 완만해 미네랄이 다량 함유된 양질의 갯벌을 기반으로 생산한다. 산성인 수입 소금과 달리 알카리성에 가까운 소금으로 우리 몸에 가장 적합하다. 천연 미네랄은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무기물이며 천일염은 수입 소금에 비해 천연 미네랄 성분이 더 많이 함유돼 있다. 때문에 신진대사를 촉진해 소화를 돕고 해독과 살균작용을 한다. 해열과 지열 작용을 하며 세포를 생성하고 적혈구의 생성을 돕고 혈관을 청소해 체액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

또한 발효음식이 많은 우리나라 전통음식은 천일염을 사용해 맛과 풍미를 유지했으며 특히 김치의 경우 국산 천일염을 사용했을 경우 수입 소금을 사용했을 때에 비해 젖산 발효 작용이 천천히 진행돼 오랫동안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염전 바닥에 쌓여 있는 천일염을 자동으로 실어주는 기계장치 한 대를 마련하기 위해 750만 원 가량을 자부담하고 있는데 이는 천일염 3000개를 팔아야 할 만큼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에 견줘 결코 뒤떨어지지 않은 품질임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천일염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중한 어업유산으로써 가치를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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