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위를 달리며 꼬막 채취 ‘뻘배어업’
갯벌 위를 달리며 꼬막 채취 ‘뻘배어업’
  • 배석환
  • 승인 2021.10.13 19:31
  • 호수 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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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어업유산

글 싣는 순서 

1. 제주 해녀어업
2, 보성 뻘배어업
3. 남해 죽방렴어업
4. 신안 천일염업
5. 완도 지주식 김 양식업
6.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7.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8.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재취어업
9. 울진·울릉 돌곽 떼배 채취어업
10. 부안 곰소 천일염업
11. 신안 흑산 홍어잡이 어업

어촌사회의 고령화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소중한 어업문화 중 상당부분이 젊은 계승자를 찾지 못해 사라지거나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다. 따라서 사라져가는 어촌의 고유한 문화를 발굴·보존 함은 물론 이를 통해 어촌 방문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통해 어업문화 보전에 나서고 있다. 국가중요어업유산이라 함은 오래 기간 동안 형성·진화해 왔으며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어업활동 시스템으로 어촌 경관·문화 등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의미한다. 현재 제1호로 지정된 ‘제주 해녀어업’을 시작으로 11개 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어업in수산’은 이러한 국가중요어업유산을 조명함으로써 소외되고 있는 어업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서·남해안을 걸쳐 국토의 2.5% 면적에 갯벌이 형성돼 있다. 이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 규모로 특히 전남 보성군 벌교 갯벌은 전라남도 면적의 3.6%를 차지할 만큼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또한 전국 꼬막 생산량의 70%를 점유하고 있어 꼬막이 보성을 대표하는 지역 특산물이다.  

갯벌 분포가 워낙 넓었기 때문에 갯벌에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고 뻘배가 그 대표적인 이동수단이다. 

한발은 뻘배에 싣고 다른 발로는 펄을 밀치며 앞으로 나간다. 갯벌을 이동할 때 물때를 잘못 맞춰 펄이 마르기 시작하면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보성 뻘배어업은 빠지기 쉬운 미세한 펄에서 이동과 채취가 용이하도록 제작된 뻘배를 사용해 꼬막을 잡는 어업이다. 

보성 벌교의 경우 뻘배어업이 주민의 생계수단으로 이용되고 있고 뻘배어업을 통해 꼬막을 채취해 수익을 공동 배분함으로써 어촌계 공동체 유지의 중요한 수단이 돼왔다. 이러한 전통적인 특성을 인정 받아 지난 2015년 12월 보성 뻘배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 됐다.

▲ 500년 역사 지닌 전통어업

뻘배어업이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된 것은 약 120년 정도이고 훨씬 오래 전부터 널빤지를 이용해 갯벌에서 수산물을 채집하거나 이동수단으로 사용했다. 실제 1451년 고려사에 ‘강요주’라는 기록이 있으며 1481년에는 동국여지승람에 꼬막이 보성의 특산물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500여 년 이상의 전통어업을 추정된다.

명칭은 지역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대체로 널, 널매, 뻘차, 뻘배, 널배 등으로 불렸다. 초기의 뻘배는 보통의 널빤지를 이용해 물건을 실어 나르는 정도였으며 이후 뻘배가 어업인들의 중요한 운송 수단 및 갯벌에서의 수산물생산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됐다.

설 명절 이후 정월 대보름까지 주민들의 생업에 중요한 도구로 쓰인 뻘배를 깨끗이 손질하거나 풍어를 기리는 마음으로 집안에 모셔두는 풍습이 존재했으며 각종 어류의 산란철인 5~6월에 뻘배 경주 대회를 열어 송아지를 경품으로 이용할 정도로 벌교 어업인들의 독특한 갯벌 문화로 발전했다. 

뻘배가 이용되는 지역의 갯벌은 대체로 바닷가에서 1.5㎞ 거리에 이르고 경사도는 거의 없다. 벌교 갯벌은 미사와 점토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아주 미세한 갯벌 진흙으로 사람이 갯벌에 들어가면 매우 깊게 빠지는 특성 때문에 뻘배가 이용되고 발달하게 됐다.

뻘배를 구성하는 각각의 부분 명칭으로는 널판, 이망, 휨 방지대, 발 받침대, 매미, 기계받침대, 가로 이망 등으로 단순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에 기증된 뻘배의 경우 널빤지 오른쪽에 철사가 촘촘히 달려 빗처럼 생긴 써래가 달려있다. 이 써래로 갯벌을 훑으면 개흙과 함께 꼬막이 걷어 올려지는데 써래를 좌우로 흔들어 꼬막에 묻어 있는 흙을 털어내고 꼬막만 궈둬낸다. 

사용되는 나무는 소나무, 나왕, 삼나무 3종이 존재하며 삼나무 뻘배는 가격이 비싸기는 하나 가볍고 다루기가 편하며 속도가 빠르면서 작업능률이 높은 장점이 있다. 나무의 뒤틀림을 막고 쉽게 구부리기 위해 바닷물에 보름 정도 침수시킨 뒤 불을 이용해 이망을 구부리며 뻘배의 두께는 대체로 2.4㎝ 정도이고 이망의 곡률 각도는 약 15.7°, 너비는 약 30㎝, 길이는 약 270㎝로 너비와 길이가 1:9의 비율을 이룬다.

※참고문헌 : 국가중요어업유산의 브랜드화를 통한 관광 활성화 방안(조선대학교 대학원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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