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상에 올라가는 특별한 수산물’
‘추석 차례상에 올라가는 특별한 수산물’
  • 배석환
  • 승인 2021.09.29 19:14
  • 호수 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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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이야기방

"층층이 쌓아 올린 꼬막"

인천 남동구 독자

추석이면 고향에 내려가는 일이 즐거워지면서도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한다. 차례상 음식 때문이다. 먹는 생각을 하면 즐겁지만 그 전에 정성스레 만들어 차례상에 올리기까지 과정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전남 나주는 수산물과는 거리가 먼 고장이다. 홍어가 유명하긴 하지만 실제 나주 토박이들은 수산물보다 육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나주 곰탕 등 예부터 소고기 관련 요리가 풍족했다. 그래서 지금도 차례상에 육전이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 그럼에도 수산물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이웃한 지역들에서 구할 수 있는 수산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나주 봉황면 고향집 아궁이에 불이 지펴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산물이 있다. 바로 벌교산 참꼬막이다. 참꼬막은 새꼬막에 비해 가격이 몇 배 비싸서 많은 양을 올릴 수 없다. 그래서 새꼬막은 가족이 먹을 만큼 풍족하게 구입하고 참꼬막은 차례상에 올릴 용도로만 사용한다.

가장 먼저 꼬막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거무튀튀한 껍질을 솔로 문지르거나 자기네들끼리 부딪치게 이리저리 휘저어 주면 하얀색과 회색의 깔끔한 껍질이 드러난다. 씻어진 꼬막은 찬물에 소금 적당량을 넣어 해감을 시켜준다. 갯벌에서 자라기 때문에 따로 해감을 안해도 되지만 식감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바지락 해감하듯 해감을 해주는 것이 좋다.

두어시간 해감한 뒤 삶아 주면 맛있는 꼬막이 완성된다. 이대로 차례상에 올라가기도 하지만 여기서부터 진짜 정성이 들어간다. 크기별로 분리한 꼬막을 하나씩 깐 뒤 미리 만들어 놓은 양념장을 꼬막살 위로 조심스레 부어야 한다. 이 부분이 손이 많이 간다. 양념 버무리듯 버무리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모양새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 층층이 꼬막 탑을 쌓아 차례상에 올리면 제법 음식 준비한 티가 난다. 조상님들도 즐거워 할 비주얼이다. 정성이 들어간 만큼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차례상의 감초 말린 오징어"

서울시 중랑구 독자

잊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도 명절 때만 되면 잊어버리는 것이 차례상 순서다. ‘홍동백서’라고 하지만 집안마다 내려오는 풍습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 또한 정확치 않다. 올라가는 음식도 저마다 다르다. 강원도의 경우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수산물이 북어포, 가자미, 문어 등이다. 북어포는 다른 잡신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용도로 쓰이고 가자미는 강원도에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문어의 경우는 ‘글을 아는 물고기’로 여겨지기 때문에 선비를 상징하는 뜻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여기에 강원도 강릉은 오징어가 더해진다. 울릉도 오징어를 알아준다 하지만 강릉 주문진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오징어 집산지다. 특히 가을 초입에 들어서면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오징어는 강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추석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수산물 역시 오징어다. 반건조 오징어도 있지만 바싹 말린 오징어가 아무런 모양새도 갖추지 않고 그 모양 그대로 올려진다. 문어와 달리 삶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오징어가 올라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각 가정마다 저마다의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주변에서 많이 나오면서 조상님들이 즐겨 드셨던 음식이기 때문에 올리기고 하고 말린 생선이 하나쯤 올라가야 하는데 국내산 북어포가 없기 때문에 북어포를 대신해서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해마다 가격이 오르는 오징어가 언제까지 차례상에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오징어 어족자원이 하루빨리 회복돼 조상님들이 즐겼던 오징어를 대대손손 차례상에 올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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