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낳는 섬진강 건강 수산물 ‘재첩’
바다를 낳는 섬진강 건강 수산물 ‘재첩’
  • 배석환
  • 승인 2021.09.08 18:10
  • 호수 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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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바다 - 재첩

■ 2000년 재첩

지리산 화개마을이며 하동읍을 애돌아 한려수도 바다로 향해 가는 동안 섬진강 물줄기는 산과 산 사이로 난 긴 계곡을 구석구석 훑으며 물의 티끌을 걸러 주면서도 여전히 그 맑기를 잃지 않는다.

본래가 급한데 없이 순하게 흐르는 게 섬진강이지만 강아귀로 갈수록 그 흐름은 더디어진다. 강물이 바다와 물때의 간섭을 받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바다의 영향을 받으며 섬진강의 명산품 노릇을 해온 대표적인 먹을거리가 재첩이다. 

재첩은 강물의 염도가 맞아야 제대로 자랄 수 있는데 해마다 장마 때 큰물이 나면서 바다로 떠밀려간 재첩은 그대로 폐사한다. 섬진강에서 재첩을 잡는 사람들의 생활 역시 바다의 간섭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물때에 따라 조금이면 밀어두었던 논일이며 밭일을 하고 한 물때부터 강에 들어가 모래를 파고 들어앉은 재첩잡이에 나서는 것이다.

머리에 함지박을 이고 걸어오는 아낙네에 트럭이나 혹은 경운기를 타고 몰려들기 시작하는 하동 아낙네들, 바닷물이 밀려나간 시간에 맞추자니 새벽밥을 지어 먹고 길을 나섰을 터인데도 그네들의 표정에서는 고단함이 엿보이지 않는다.

갈대밭을 뒤져 제각기 자기 몫의 ‘꺼랭이’를 챙겨 든 이들은 백사장을 느릿한 걸음새로 열을짓 듯이 가로질러 간다. 아낙네들의 느릿한 걸음새는 웬만한 장정도 들어 올리기 어렵다는 ‘꺼랭이’의 무게 때문이다.

‘꺼랭이’는 수십 개의 쇠갈퀴를 삼태기 모양으로 잇대어 놓은 뒤, 그 한가운데에 사람 키가 훨씬 넘는 장대를 꽂아 놓은 것으로 그 갈퀴 간격은 1㎝쯤이다.

‘갱조개’라고도 불리는 재첩은 깨끗한 물이 지나는 모래밭을 특히 좋아해 여름철이면 낮게 파고들고 한겨울이면 모래 깊숙이 파고 들어가 들어앉아 있다. 잘 자라야 3㎝ 안팎의 크기인 재첩은 1㎝ 크기로 자라면 상품가치가 있고 그 크기가 적정 체포 각장이었는데 하동군에서 몇 년 전에 체포 각장을 1.5㎝로 상향 조정을 해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요즘 하동 재첩잡이 아낙네들의 하루 평균 채취량은 한 두 말 안팎. 한 말에 4만 5000원에서 5만 원 사이라니 잘하면 하루 10만 원 벌이는 하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같으면 한 말에 7만 5000원은 너끈히 받았을 것이고 형편은 훨씬 좋아졌겠지만 대일 수출물량이 줄어 값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중국산과 북한산 재첩이 원인인데 지난 97년과 98년에 25만 원까지 팔려나갔던 수출용 재첩이 작년에는 운송비를 포함해 10만 원에 넘겨야 했다.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89호(2000년 9월 1일 발행)

■2016년 재첩 

모래와 펄이 섞인 전국의 강에 분포하는 재첩이지만 유독 하동군 섬진강 젓줄에서 채취되는 재첩을 최고로 쳐준다.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타 지역 재첩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동에서는 갱조개라고도 부르는데 단백질 함량이 두부보다 많고 메티오닌과 타우린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맛에서 느끼는 시원함뿐 아니라 실제로도 간의 해독을 돕고 간기능을 개선시킨다고 한다.

섬진강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하동군 내수면 어업인들은 해마다 초여름이 되면 분주한 일상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재첩 채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연중 채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5월부터 10월까지만 채취가 가능하다고 한다.

아침 7시, 신비 어촌계원들이 선착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내수면 어업이라 그런지 별다른 조업 도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맨몸으로 그늘에 모여 때를 기다린다. 30여 분 지나니 섬진강 가운데로 모래톱이 보이자 하나 둘 배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걸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선착장 주변으로는 물이 빠져도 깊어서 걸어 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50여 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배로 이동해 거기서부터 재첩을 채취한다는 것이다. 일정한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족히 1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랭이 손잡이를 어깨에 고정하고 강바닥을 긁기만 하면 된다. 물론 앞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뒤로 걷는다. 그래서 힘들다. 앞으로 걸을 수 있다면 전방에 장애물이 있거나 갑작스레 다른 어업인들과 교착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지만 뒤로 걷다 보니 자주 뒤를 돌아봐야 한다. 

모래 안에 서식하고 있는 재첩이 거랭이 안에 들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소리라고 한다. 모래가 안에 차있을 때와 재첩이 들어올 때 소리가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들어도 그저 모래바닥 긁는 소리뿐이다. 

강바닥 어디에 얼만큼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많이 채취하고 운 나쁘면 다른 사람 절반정도만 잡을 때도 있다. 수심이 얕은 곳은 거랭이질로 채취를 하고 수심이 깊은 곳은 배로 바닥을 긁어 채취하는데 배로 잡는 것이 씨알이 더 작다.

오전에 그 모습을 드러냈던 모래톱이 다시 물에 잠기기 시작한다. 빠질 때와는 달리 순식간에 그 자취를 감춘다. 다들 막바지 작업에 힘을 쏟는다. 양동이에 담긴 재첩을 강물에 깨끗이 씻어 자루에 담는다. 그러면 하루 동안의 노고가 얼마 만큼인지 결과가 나온다.

보통 잘하는 계원들은 120kg 정도 채취를 한다고 한다. 자루 하나가 30kg 정도이니 자루로 4개 정도다. 일반인들이 보면 많은 양일 수 있겠지만 10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감소한 양이라고 한다. 채취하는 양이 많아서 매년 어획량이 감소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환경에 민감한 재첩이 다리 공사로 인해 폐사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가공공장에서 세척을 하다보면 빈 껍데기만 있는 재첩이 상당하다고 한다.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33호(2016년 9~10월 발행)

■2021년 섬진강 재첩 현황

섬진강을 기반으로 한 3개 어촌계가 재첩 채취에 나서고 있으며 어촌계원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조업하는 곳과 어선으로 강바닥을 긁어서 조업을 하는 어촌계로 나뉜다. 

섬진강 재첩 채취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염도다. 염도가 높으면 폐사율이 높다. 보통 비가 오지 않는 경우 염도가 높아진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와도 문제다. 강 상류에서 많은 양의 물이 한꺼번에 밀려오면 어린 재첩들이 모두 떠내려가 버린다.

지난해는 잦은 태풍과 오랜 장마로 인해 재첩 생산량이 다른 해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금길 목도어촌계장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부터 올 봄까지 재첩 채취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목도어촌계의 경우 강바닥에 있는 재첩을 긁어서 채취하는 형망어선 6척이 3척씩 돌아가며 채취를 하고 있다. 척당 많이 나올 때는 30㎏ 포대로 100포대까지 생산을 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많은 타격을 입었다.

섬진강에서 채취하는 재첩을 위판하고 있는 하동군수협에서 지난해 거래된 재첩규모는 94톤 정도이며 금액으로는 3억 원 가량으로 ㎏당 8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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