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중부 어업 중심지 ‘주문진항’
동해 중부 어업 중심지 ‘주문진항’
  • 배석환
  • 승인 2021.06.30 18:53
  • 호수 5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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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우리바다 - 주문진항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에 위치한 주문진항. 본래 연곡면에 속하다가 1940년 읍으로 승격돼 1995년 행정구역 개편 때 강릉시로 통합되기 전까지 명주군에 속해 있던 주문진은 북으로는 양양 현남면, 남서로는 강릉시 연곡면과 인접해 있으며 평창군 진부에서 오대산 진고개를 넘어 강릉으로 들어오는 초입에 자리하고 있는 강릉의 어업 중심지다.

■ 1999년 주문진항

◆집어등 불빛 따라 익어가는 어부의 꿈

오징어 스무마리에 만원, 거기다 회까지 떠 준다. 꽁치 60마리 한 상자 7000원. 좌판 아낙네들의 호객행위가 낯설지 않고 급수대에서 물을 받는 활어차의 모습 또한 눈에 익다. 항구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동녘 하늘이 뿌옇게 밝아오고 밤새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어선들로 항구는 삶의 활기가 넘친다.

물이 질펀한 위판장으로 드나드는 차량들과 상인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한켠으로 밤새 거둔 그물에서 꽁치를 떼어 내느라 바삐 움직이는 어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경매사가 경매시작을 알리는 종을 치면 그 소리를 듣고 중도매인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11톤급 오징어 채낚기 어선이 접안을 하고 경매사가 종을 울리며 배 가까이 다가간다. 오징어 130급(1급은 오징어 20마리를 세는 단위) 경매가 시작되고 종이에 가격과 수량을 적은 전표를 보고 경매사가 낙찰자를 결정한다. 인상이 순박해 보이는 선주인 듯한 어업인의 표정애서 경매가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한 급에 오륙천원 받아가지고 경비 빼면 남는 것이 없단다. 어림잡아 계산해보니 한 사람 몫이 10여만원 정도 된다. 오후 4시에 출항해 꼬박 밤을 새고 이튿날 아침 다섯 시에 들어왔으니 13시간을 바다와 싸워 얻은 대가라 생각하면 많은 것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급에 2만원 이상하던 오징어 가격이 벨기에산 돼지고기 다이옥신 파동에 이어 수산물에도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검증되지 않은 어느 학자의 발표 직후 가격이 폭락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물좋은 오징어 생물을 서로 차지하려고 두 아낙네가 다투는 모습이 나빠보이지 않는다. 이런게 살아가는 우리네 참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길게 뻗은 방파제는 한눈에 봐도 포구가 굉장히 크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강릉시수협 관내 어선이 600여척인데 그중에 400여척이 주문진항에 정박을 하고 있다. 포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이 한가로워 보이지만 사실 한·일어업협정으로 인해 대화퇴어장에서 조업을 하는 오징어잡이 어선들의 발이 묶인 탓이다.

이곳 주민들의 주소득원은 오징어, 꽁치, 멸치, 명태 등인데 그 중에서 오징어가 소득의 80%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바야흐로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를 찾는 계절이다. 오대산 자락 끝에 숨은 강릉의 진주 주문진항. 갯네음 물씬 풍기는 싱싱한 자연을 오롯이 간직한 채 오늘도 동트는 아침부터 항구는 손님 맞이에 분주하다.

※가사발췌 : 우리바다 제375호(1999년 7월호)

■ 2013년 주문진항
 

◆오징어의 고장 주문진

동해하면 오징어가 최고일터, 그리고 오징어 하면 주문진항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7~8월은 냉수대의 영향으로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비싸 찾는 이가 적다한다. 

동틀 무렵 6시가 되자 주문진수협위판장이 시끄러워 진다. 빨간 모자를 눌러쓰고 눈썰미가 예사롭지 않은 경매사가 경매 시작을 알리는 종을 울리니 3군데서 동시 다발로 경매가 진행됐다. 

20톤 이상의 오징어배가 항구에 정박하는 순간 일산 천리로 진행되는 산오징어경매는 살아있는 오징어가 내뿜는 먹물이 사방으로 튀면서 열기를 더한다. 경매가 끝나는 순간 배안에 가득한 산오징어들은 수산물 수조차량으로 옮겨 실어지고 동시에 주문진 어시장 상인들이 원하는 양만큼 구매를 한다. 

살아있는 활어와 문어들이 경매되는 곳에서는 소라, 가자미, 방어 등이 경매되는데 가장 열띤 경매가 진행되는 어종은 문어다. 특히, 문어는 여행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어종으로 장정 혼자서 들기에도 벅찬 대형 문어를 보고 있노라면 구경꾼들의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온다. 마지막으로 냉동이거나 혹은 잡어들의 경매가 이뤄지는 곳은 주문진항구를 따라 즐비한 음식점 사장님들이 눈독을 들이는 어종이 그득하다. 그 중 가장 치열한 눈치 전쟁을 벌이는 어종은 단연 곰치다. 여름에 뜨거운 국물 요리는 인기가 없을 법도 한데, 이 곳 주문진항 주변 음식점에서는 이 곰치로 만든 ‘곰국’이 단연 최고 인기메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기찬 위판장의 모습으로 인해 강릉을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가 된 주문진항은 예로부터 오징어·명태·꽁치로 유명했다고 한다. 지난 1920년부터 축항사업이 시작됐으며 1927년 6월에 항구로 지정돼 1962년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14호(2013년 7~8월호)

■ 2021년 주문진항 
 

오징어와 명태, 그리고 꽁치가 주문진 위판장을 가득메웠던 1999년. 하지만 모든 것이 풍족해 보였던 바다는 서서히 그 수명을 다한 듯 주문진항을 대표하는 어종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명태가 동해 전역에서 그 자취를 감췄고 꽁치 젓갈 냄새로 가득찼던 음식점들도 이제는 국내산 꽁치를 찾기 힘들어졌다. 주문진수협 판매과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꽁치 어획량은 현재까지 단 한 마리도 없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1999년 주문진항을 기반으로 한 어선수가 400여척 정도였지만 현재는 300여척 정도가 주문진항에 정박을 한다. 

아직까지 예전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어종은 오징어다. 물론 그때와 비교할바 아니지만 최근들어 서서히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6월 오징어 평균 어획량은 3400급(1급=오징어 20마리) 정도이며 1급 가격은 4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1999년 만원에 비해 무려 4배가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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