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바다, 더 이상 비즈니스 대상돼선 안된다’
수협, ‘바다, 더 이상 비즈니스 대상돼선 안된다’
  • 이명수
  • 승인 2021.06.09 19:01
  • 호수 5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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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파고, 말뚝 박고, 플라스틱 버리는 자폐(滋弊)의 공간으로 전락
‘살아있는 바다, 살고싶은 어촌, 살아나는 경제‘ 주제로 4일 기념식
‘바다는 보존 만큼 그 이상의 가치없다’는 전국민적 인식 절실한 시점

◆제26회 바달의 날 기념식 거제서 개최

‘바다의 날’(매년 5월 31일) 기념식이 지난 4일 경남 거제시 지세포해양공원에서 ‘살아있는 바다, 살고싶은 어촌, 살아나는 경제’를 주제로 개최됐다. 

바다의 날은 국민들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해양수산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1996년 지정된 국가 기념일이다. 올해 바다의 날 기념식은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정상회의 일정(5월 30~31일)으로 인해 다소 늦춰졌다.

기념식에는 김부겸 국무총리,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변광용 거제시장, 지역 조합장·어촌계장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했으며 해양수산인 등 250여명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김덕철 통영수협 조합장이 철탑산업훈장, 엄준 거제수협 조합장이 대통령표창을 각각 수상하는 등 40명의 해양수산인들이 훈포장을 받았다. 
또한 비정부기구(NGO), 기업, 정부와 지자체 등이 함께 해양환경을 보호하고 바다를 가꾸는 반려해변 사업의 공동 운영을 위해 해수부와 경남도 간 반려해변 협약식도 있었다. 반려해변은 특정 해변을 기업이나 단체 등이 맡아 자신의 반려동물처럼 아끼고 돌보는 해변입양 프로그램으로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처음 시작됐다. 

◆되풀이 되는 바다 훼손

반려해변의 궁극적인 취지는 우리가 소중한 바다를 아끼고 가꿔 인류에게 영원한 자연, 자원의 보고(寶庫)로 남겨지길 희망하는 것이다. 반려해변의 취지나 사업에 토를 달거나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 바다는 비단 반려해변의 의미 뿐만아니라 보존 만큼의 더 이상 가치는 없다는 상식을 벗어나 ‘공유지의 비극’ 속에 빠져들고 있다. 자원을 둘러싸고 바다라는 공유지에 인간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자원을 파괴하는 이 비극이야 말로 바다의 날을 무색케 하고 있다.

중국어선들이 우리수역을 침범, 불법조업으로 수산자원을 궤멸시키는 비극이 가장 단적인 사례다. 어업인들 역시 과거 어린고기를 잡아 고기씨가 말라간다는 비극을 체험하기도 했다. 

적어도 어업인들은 바다와 어장을 생계 터전으로 하기에 자원을 살리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은 이미 깊이 베어있다.  

이와는 달리 현재 어업인들의 생계를 앗아가는 바다훼손 세력이 우리 바다를 위협하고 있다. 

개발과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 자신들의 이득만 취하는 해상풍력, 바다모래채취가 바다를 파괴하고 있다. 해상풍력을 위한 풍황(바람의 상황)계측기를 바다에 박고서는 어장과 생태계에 위해를 가하고 있다. 수산자원의 서식지에서 바다모래를 파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어업인들의 삶을 빼앗아 가고 있다. 

개념없이 버리는 플라스틱이 바다를 오염시키면서 싱싱한 수산물을 갈망하는 모순을 되풀이 하고 있다.  
 
바다의 날이 바다 훼손의 날로 변질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바다 훼손으로 받을 재앙이 우리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더 이상 바다를 비즈니스로 보지 말아야 한다. 바다를 어업인들에게 맡기면 된다. 유일한 해법이다. 

경제적 논리로 바다에 접근하면 그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바다의 날을 곱씹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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