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북풍이 바다와 만나는 ‘강구항’
태백산맥 북풍이 바다와 만나는 ‘강구항’
  • 배석환
  • 승인 2021.04.14 20:19
  • 호수 5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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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 한 ‘어민’이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96년 발행된 제334호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강구항은 언제나 분주하다. 밤에도 화려한 불빛이 항구를 가득채운다. 영덕군에서 가장 큰 항구이자 사람들이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으뜸 수산물인 대게의 집산지이기 때문이다. 
오십천과 마중하는 강구항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이라 예부터 사람들의 이동이 잦은 곳이다. 주위 풍경 또한 빼어나 관광지로 인지도가 높을뿐 아니라 TV드라마 배경으로도 자주 소개되면서 영덕을 대표하는 항구가 됐다.

그리고 또 하나, 소문난 먹거리가 강구항을 최고의 항구로 꼽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대게는 물론 가자미물회, 골뱅이, 미역까지 다양하고 싱싱한 수산물이 노포 주인장의 손맛과 만나 사람들의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강구항을 대표하는 수산물은 아침 경매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른 아침, 3km에 이르는 대게식당거리에서 판매하는 대게가 대부분 강구항에서 나온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강구항 위판장을 찾으니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이다. 삼치가 풍년이다. 노란색 바구니에 담는 것도 벅찰만큼 넘친다. 

보통은 위판장에 줄지어 경매를 하는데 양이 워낙 많아 배위에서 내리지 못한 채 경매가 진행된다. 얼음을 뿌리는 양도 차이가 있다. 손수레로 필요한 만큼 얼음을 사용하는데 삼치가 산패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배위에 곧바로 뿌린다. 순식간에 선미가 얼음으로 뒤덮인다. 이제 얼음과 같이 삼치를 바구니에 퍼 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대게가 보이지 않는다. 아쉽게도 대게 위판은 날씨 탓인지 대게잡이 배들이 출항을 하지 않아 없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정치망 어선들이 들어온다. 이번엔 가자미다. 대게 때문에 잊혀진 존재가 되어서 그렇지 사실 영덕 앞바다엔 물가자미가 많이 난다. 그래서 이곳 식당들은 가자미식해와 가자미물회 등 가자미로 맛을 내는 다양한 음식들이 존재한다. 또 대게축제뿐 아니라 물가자미축제도 열린다.


◆ 원조 대게 부심 가득한 강구 수산업

강구의 수산업 중 어선어업은 스물여덟척 쯤되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이 지난해 낚아 낸 오징어가 1579톤 쯤(1997년 기준) 그리고 동해구트롤 어선은 가자미며 영덕대게와 홍게 등을 710톤 쯤 거두어 들였고 근해통발 어선에서는 561톤의 골뱅이를 잡아냈다.

경북의 다른 어촌과는 달리 강구에서 특이한 것은 서른여덟척의 정치망 어선이다. 종사 어업인 500여명에 생산량 2424톤으로 위판액으로 따지면 50억원 쯤되는 정치망 어업이 득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구수협의 1996년 위판량은 모두 해서 7644톤, 142억원으로 정치망이 강구항을 기반으로 하는 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쯤 되니 정치망 어선 세력은 강구 사람들이 이 지역 대표 어업을 꼽을 때 여전히 내세우는 어업이다. 올해 기준으로 살펴보면 정치망은 21건이 설치됐으며 대형 17건, 중형 2건, 소형 2건이다. 정치망을 기반으로 조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은 86명 정도다.

정치망 어선이 강구 수산업의 대표적 어업이라면 ‘영덕대게’는 강구 사람들이 내세우는 대표적 생산 어종이라 하겠다. 더불어 강구 사람들은 영덕대게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질세라 목소리를 높인다. 이는 영덕대게에 대해 아는 것도 많을뿐더러 여기저기서 서로 진짜 영덕대게라 우기는 일이 다반사다 보니 예민해져 있기 때문이다.

저마다 자신이 그물을 내리는 바다에서 잡히는 게 진짜배기 영덕대게라고 우기지만 강구 사람들은 무화짬(무화잠, 영덕 앞바다 수심 100~400미터 정도의 돌무덤)과 왕돌짬(왕돌잠, 후포앞 3마일(4.8km) 지점에 위치한 바닷속 바위섬)에서 잡힌 놈이라야 진짜로 알아준다. 

대게는 크기와 빛깔이 주는 외관으로 먼저 식감을 자극하고 딱딱한 껍질속에 하얀 속살을 발라내는 재미가 그 다음으로 군침을 삼키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속살이 주는 풍미가 해산물 중 으뜸일 것이다. 

이러한 대게는 우리나라 동해안 일대에서 어획되는데 유독 영덕대게가 유명세를 탄 이유는 지리적 특성도 있지만 고려 태조 왕건이 그 맛을 잊지 못해 즐겨 찾았던 기록이 남겨져 있고, 조선말 문신인 최영년이 자신의 저서 <해동죽지>에 ‘영덕에서 나는 게가 가장 맛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는 등 예부터 그 인기가 남달랐다고 한다.

예부터 고대구리 선장들은 산 그림자와 물 그림자만 보고도 무화짬까지 쉽게 찾아가 통발을 넣었고 얼마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은 씨가 마르다시피한 ‘털게’며 ‘빵게’까지 어창이 좁다고 잡아내었다. 그 시절엔 영덕대게 정도는 게에도 끼워주지도 않았는데 요즘에야 제맛나는 영덕대게 잡아보기를 소원처럼 여길 정도로 그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영덕대게 뿐만 아니라 나랏님께 진상품으로 올렸던 강구 특산 수산물은 ‘석동돌김’, ‘돌미역’이다. 지금도 여전히 석동 갯가의 바위에 근근히 붙어 자라면서 대도시의 돈깨나 있는 이들에게 두고두고 아껴먹는 즐거움을 제고하고 있고 갯바위 닦기에 동원될만할 젊은 일손들이 많았던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것들과 값차이는 좀 날지언정 주부들이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장바구니에 얌전히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갯바위 닦기는 고사하고 자연적으로 자라나는 것들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북양에서 잡혀와 오십천 바람에 거듭나는 ‘강구 엮걸이명태’

최근 5년간 강구항을 대표하는 수산물을 계절별로 꼽자면 봄에는 청어, 여름에는 오징어와 아귀 등이 있지만 극히 소량이 나온다고 한다. 가을에는 대게와 홍게가 여전히 많이 나오고 여기에 정치망 어선들이 어획하는 삼치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위판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1만톤을 넘었다가 지난해 7229톤으로 감소했다. 다만 위판금액은 2019년 304억원 정도였으며 지난해 303억원 정도로 별반차이가 나지 않았다. 

북양에서 잡혀서 냉동으로 실려온 명태들이 강구항 언저리에서 바닷물이 아닌 민물통에서 잠시 꽁꽁 언몸을 녹이며 제모습을 찾는 듯 하다가 쉰내 겨울바람과 동해 짠바람에 그 몸을 맡긴다. 

상자모양으로 얼려진 냉동 북양태를 해동하는 일까지만 남성 어업인들이 맡고 그 한 마리 한 마리를 명태답게 제 모양을 내고 덕장에 널거나 짚으로 엮어내는 일은 강구 아낙들이  겨울 동안 도맡고 있다. 

북양태 중 제 모양이 살아 있고 먹음직한 것들을 따로 간추려 영광굴비 엮듯 새끼줄에 스무마리씩 꿴다. 이들은 영하의 기온과 찬 바람 속에 그 속살이 꾸덕꾸덕해질 즈음 비로소 ‘엮걸이명태’란 이름을 얻어듣는다. 현재는 소수 몇 개 업체에서 이러한 엮걸이 명태를 판매하고 있을 뿐 예전처럼 오십천에서 냉동 북양태를 녹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46호(1997년 2월호), 우리바다 제534호(2016년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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