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어업인, 회원조합, 도시민간 소통의 구심점이다
정부와 어업인, 회원조합, 도시민간 소통의 구심점이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1.01.06 11:07
  • 호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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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문화와 수협의 역할

기고 ㅣ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이미용

어업은 본질적으로 소통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어촌에서 사용하는 어업력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날짜만을 알려주는 일반 달력과는 달리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물 때가 적힌 어업력은 어업인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시간표이다.

아무리 의욕적인 어업인이라고 하더라도 물때가 되지 않고서는 작업을 할 수 없다. 바다와 달, 바람 등 자연이 전해주는 불길한 조짐을 무시한 채 바다사나이의 용기만 믿고 거만하게 바다로 나갔다가는 거친 풍랑에 화를 입을 수도 있다.

또한 거대한 자연을 상대로 하는 작업인 만큼 어업인들 간의 협력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어업에 있어 외부와의 소통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업은 그 생산활동이 무주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원을 선점하고자 하는 어업인들 간의 갈등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또한 공유재산인 어업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업제도라는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때 정부와 어업인 간 소통이 부족하면 어업인 입장에서는 정부에 대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늘 어업 못해먹게 간섭만 한다”는 불평이 생길수도 있다.

이 때문에 수산업은 어떤 산업보다도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협동조합이 필요하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수협은 거의 유일한 수산단체로서 대표성을 갖고 어업인과 정부, 어업인과 어업인 간의 소통에 충분히 기여했음을 자부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렇지 못한 듯 보인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수산업도 발전하였다. 더불어 수산 관련 이해단체들도 늘어났다. 각 이해단체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면서 수협의 지위와 역할은 많이 변했다.

선장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또 말이란 한 다리 두 다리 건너갈수록 와전되어 종국에는 완전히 다른 말이 되어 오해를 부른다. 이왕 수산업의 발전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거라면 오해하지 않고 협력해서 같이 가면 좋지 않은가. 이제야 정말 수협이 소통의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다잡아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ICA 수산위원회 의장국으로 그야말로 세계 수산 선진국이다. 그런 만큼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역할과 의무를 부여받는다. 일례로 세계무역기구/도하개발아젠다(WTO/DDA) 협상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국제적 의무’이자 결과적으로는 ‘어업과 바다의 상생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부와 어업인 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오히려 우리나라 수산의 존립을 뒤흔드는 악수가 될까 우려된다. 따라서 수협은 정부와 어업인의 중재자로서 서로를 이해시키고 소통할 수 있도록 역할해야 한다.

중앙회와 지역조합과의 소통에도 힘써야 한다. 중앙회는 부실조합의 경영관리를 강화하고 생존 불능 조합에 대해서는 통폐합을 유도하는 등 경영정상화 노력을 꾀해야 한다. 회원조합이 자립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어업인리더 양성, 여성업인인 교육, 회원조합 임원 및 어촌계장 협동 운동 등 다양한 경영지원책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또한 수협은 어업인과 도시민 간의 소통에도 한 몫을 담당해야 한다. 웰빙 라이프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산물에 대한 소비가 증가한 만큼 안전한 수산물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수시로 발표되는 먹거리의 위해성 관련 소식에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우리 수산물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홍보하는 데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소통의 노력에 앞서 분명히 기억하자. 소통이란 애초에 일방이 아니라 쌍방을 전제로 한다. 아무리 훌륭한 소통책을 강구한다고 하더라도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절대로 소통이 될 수 없다.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 나보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질 때 소통은 저절로 뒤따른다. 막힘없는 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수협과 정부, 어업인, 도시민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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