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들꼬들 씹히는 맛의 비밀
꼬들꼬들 씹히는 맛의 비밀
  • 김상수
  • 승인 2011.01.06 10:58
  • 호수 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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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장고항 ‘해안선’의 간제미 회무침

1월, 간제미가 한창 맛이 있을 때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간제미는 회를 쳐서 초장에 찍어 먹거나 찜으로 조리해서 손님상에 올리기도 하는데, 제 맛을 즐기자면 회무침을 따라 올 것이 없다는 게 당진 장고항 주변 횟집 ‘해안선’ 안주인 이연순 씨의 생각이다. 이런 간제미는 서해안에서 1년 내내 잡히므로 사시사철 맛볼 수 있으나, 환절기 무렵과 겨울이 제철이란다.


▲ 당진 장고항 간제미 회무침 전문점 ‘해안선’의 안주인 이연순 씨가 살아있는 간제미를 들어보인다
당진군 어촌의 특.미.

아산만을 끼고 있는 당진군의 어촌 성구미와 장고항은 예로부터 담수가 적당히 섞어 각종 어종이 풍부했다. 게다가 값이 싸고 고기 맛도 유달리 좋다고 알려져 왔으되, 현대제철소가 들어선 성구미가 어촌으로의 기능을 잃은 요즘 간제미 회무침을 찾아온 식도락가들의 발길은 장고항으로 몰린다.

“장고항 간제미가 맛있는 까닭이 있습니다. 우리 남편 등 장고항 어업인들의 조업구역이 바로 앞 바다여서 조업 후 손님상에 올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야 두 세시간이라는 거죠. 수족관에서 며칠을 보내 진이 빠진 활어와는 그 맛이 근본적으로 다른 겁니다.“

‘해안선’ 안주인 이연순 씨의 자랑이 늘어진다.

장고항 주변에는 횟집이 여러 곳이다. 송진호 씨와 이연순 씨 부부처럼 대부분 남편은 잡아내고, 안주인은 주방에서 손맛을 내는 식의 횟집들이다. 직접 잡은 간제미 등의 활어를 곧바로 회 뜨고, 매운탕으로 끓여내니 값도 싸고 푸짐하다.

“회무침 맛을 내는 포인트는 살아있는 간제미를 즉석에서 썰어 마련하는데 있습니다. 우선 껍질을 벗겨내고 말랑말랑 한 뼈와 살을 두툼하되 한 입에 들어갈 크기로 썰어내는 게 먼저 할 일이죠. 다른 지방처럼 막걸리식초를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 싱싱한 간제미 회무침 재료
▲ 간제미와 갖은 채소 양념의 무침 과정
▲ 두툼한 간제미회 한 점
여기에 배와 무, 오이와 당근에 깻잎과 쑥갓 등등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썰어넣습니다. 다진 마늘과 참기름에 식초를 약간 넣고 이를 먼저 버무리다가, 우리 집 노하우인 양념 고추장을 넣고 다시 한 번 버무리면 완성됩니다. 초고추장 대신 넣는 이 매운 양념이 우리 집 비법이죠. 한약재까지 들어갑니다.”

‘해안선’의 간제미 회무침 한 접시에는 한 마리의 간제미가 들어가는데, 양은 세 명이 먹기에 적당하다. 값은 3만원, 특히 요즘 대세인 막걸리와도 잘 어울려 술꾼 들이 좋아한다.

이런 간제미 회무침의 진미는 새콤달콤하면서 졸깃졸깃한 살이 뼈와 함께 오도독 씹히는 맛에 있다. 여기에 상큼한 야채와 함께 어우러져 내는 감칠맛 역시 일품. 술안주로 한 점 두 점 집어먹다가 회를 조금 남긴다.

회비빔밥이 다음 순서이기 때문이다. 참기름과 통깨를 추가로 넣고 밥을 비비면 특미 간제미회 비빔밥이 되는 것이다.

▲ 당진 장고항의 간제미 전문횟집 ‘해안선’ (041-353-6757)


간제미의 정체는?

가오리나 홍어는 흔히 들어서 아는데, 간제미란 생선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사람이 많을 듯 하다. 간제미는 우리 나라 서해안에서 많이 나는 가오리류의 생선. 우리 연안에 서식하는 가오리류는 대개 가오리나 홍어라는 이름이 붙고는 한다. 간제미는 지방에 따라 갱개미라거나 나무쟁이라 불리기도 한다. 인터넷 사전에서는 ‘노랑가오리’의 방언(전남)이라 밝히고 있다.
이런 간제미는 단백질과 칼슘, 인 등 영양분이 풍부하고 연골 구성성분인 콜라겐이 많이 들어있어 관절염, 신경통, 골다공증 등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생선이다. 연골어류인 만큼 뼈 째 먹을 수 있어 고소한 맛이 배가되는데, 특히 암컷이 맛있다던가. 대신 수컷은 스테미너에 좋다는 소문 덕에 남정네들이 많이 찾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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