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간제미가 한창 맛이 있을 때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간제미는 회를 쳐서 초장에 찍어 먹거나 찜으로 조리해서 손님상에 올리기도 하는데, 제 맛을 즐기자면 회무침을 따라 올 것이 없다는 게 당진 장고항 주변 횟집 ‘해안선’ 안주인 이연순 씨의 생각이다. 이런 간제미는 서해안에서 1년 내내 잡히므로 사시사철 맛볼 수 있으나, 환절기 무렵과 겨울이 제철이란다.
당진군 어촌의 특.미.
아산만을 끼고 있는 당진군의 어촌 성구미와 장고항은 예로부터 담수가 적당히 섞어 각종 어종이 풍부했다. 게다가 값이 싸고 고기 맛도 유달리 좋다고 알려져 왔으되, 현대제철소가 들어선 성구미가 어촌으로의 기능을 잃은 요즘 간제미 회무침을 찾아온 식도락가들의 발길은 장고항으로 몰린다.
“장고항 간제미가 맛있는 까닭이 있습니다. 우리 남편 등 장고항 어업인들의 조업구역이 바로 앞 바다여서 조업 후 손님상에 올릴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야 두 세시간이라는 거죠. 수족관에서 며칠을 보내 진이 빠진 활어와는 그 맛이 근본적으로 다른 겁니다.“
‘해안선’ 안주인 이연순 씨의 자랑이 늘어진다.
장고항 주변에는 횟집이 여러 곳이다. 송진호 씨와 이연순 씨 부부처럼 대부분 남편은 잡아내고, 안주인은 주방에서 손맛을 내는 식의 횟집들이다. 직접 잡은 간제미 등의 활어를 곧바로 회 뜨고, 매운탕으로 끓여내니 값도 싸고 푸짐하다.
“회무침 맛을 내는 포인트는 살아있는 간제미를 즉석에서 썰어 마련하는데 있습니다. 우선 껍질을 벗겨내고 말랑말랑 한 뼈와 살을 두툼하되 한 입에 들어갈 크기로 썰어내는 게 먼저 할 일이죠. 다른 지방처럼 막걸리식초를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해안선’의 간제미 회무침 한 접시에는 한 마리의 간제미가 들어가는데, 양은 세 명이 먹기에 적당하다. 값은 3만원, 특히 요즘 대세인 막걸리와도 잘 어울려 술꾼 들이 좋아한다.
이런 간제미 회무침의 진미는 새콤달콤하면서 졸깃졸깃한 살이 뼈와 함께 오도독 씹히는 맛에 있다. 여기에 상큼한 야채와 함께 어우러져 내는 감칠맛 역시 일품. 술안주로 한 점 두 점 집어먹다가 회를 조금 남긴다.
회비빔밥이 다음 순서이기 때문이다. 참기름과 통깨를 추가로 넣고 밥을 비비면 특미 간제미회 비빔밥이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