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먹거리 ‘먹장어’
부산을 대표하는 먹거리 ‘먹장어’
  • 배석환
  • 승인 2020.11.25 19:56
  • 호수 56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바다 웹진(wooribadawebzine.co.kr)

먹장어 목 꾀장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다른 물고기에 달라붙어 살을 파먹는 기생 어류다. 본래는 먹장어라고 하나 일반적으로는 ‘꼼장어’라는 명칭이 더 대중적으로 쓰인다. 뱀장어와 언뜻 보기엔 생김새가 비슷한데, 몸이 더욱 가늘고 턱이 없다. 주로 동남쪽 바다 인근에서 잡히고 특히 부산에서는 서민들의 대표적인 안줏거리로 정평이 나 있다. 자갈치 시장 인근을 돌아다니면 꼼장어를 굽느라 연탄불을 지피는 광경이 익숙하게 보인다. 구워 먹어도 좋고 양념에 재워 먹어도 일품인 꼼장어를 맛보러 부산으로 향했다.

◆가난한 피난민들 허기 달래줘

먹장어는 생김새부터 특이하다.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눈도, 입도 없다. 선뜻 입에 가져가기가 부담스러운 외모다. 먹는 음식의 외양까지 신경 써야겠느냐마는 아무래도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러한 생김새 때문에 꼼장어의 가죽을 벗겨 활용할 적은 있어도 굳이 먹지는 않았다. 공장에서 껍질은 가죽 제품 원료로 사용하고 남은 살은 닭 사료로 활용했다. 먹장어가 부산에서 식용문화로 번져가기 시작한 건 가난한 피난민들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였다. 적은 밑천으로 먹고살기가 힘들어 자갈치 시장을 중심으로 좌판을 벌였는데 그즈음 먹장어 구이집이 생겨났다.

먹장어는 일반적으로 약간의 간을 해 소금구이로 먹거나 양념에 볶아 먹는다. 회로는 먹을 수가 없다. 먹장어의 표면에는 끈적한 점액이 있어 날로 손질하여 먹기엔 부적합하다. 

먹장어의 주산지는 부산 기장이다. 부산을 기점으로 동남쪽 부근에서 많이 잡힌다. 예전에는 분비하는 점액이 통발을 망친다고 해 어부들이 기피하는 애물단지였다지만 지금은 엄연히 귀한 부산의 별미다. 부산시에서는 아예 ‘먹장어’를 하나의 지역 향토 브랜드로 재탄생 시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자갈치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사방에서 꿈틀거리는 먹장어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발길이 끊이질 않아 바글바글 북새통을 이루는 자갈치 시장 사이로 수조마다 먹장어가 가득 들어 있다. 부산 특유의 억세고 투박한 사투리와 진한 바다 내음, 연탄불로 먹장어를 굽는 냄새. 이 삼박자가 갖추어져야 진정한 자갈치 시장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세대를 이어오고 있는 먹장어 집들이 즐비한 만큼, 그 솜씨나 비법도 다양할 텐데 그중 눈길에 쉬이 닿는 집으로 들어갔다. 어르신이 어서 오시라 반기는데, 언뜻 보아도 이곳에서 오랫동안 먹장어로 삶을 일궈온 분인 듯하다.

◆생김새와 달리 구수한 맛이 일품

메뉴판을 훑어본다. 가장 기본적인 구이와 이 집에서만 있다는 깻잎 덮개 찜을 주문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듬직한 어르신 한 분이 수조에 잠긴 먹장어를 꺼내어 도마에 올려놓는다. 이처럼 자갈치 시장에서는 주문 즉시 먹장어를 직접 손질해 바로 내온다. 

먼저 머리를 고정해 배 부근에 흠집을 낸 후 껍질을 벗긴다. 몇 번 칼질을 내지 않아도 금방이다. 먹장어의 점액 덩어리가 도마 곳곳에 묻어 나온다. 이후 잘 벗겨진 먹장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토막 내어 준비한다. 이내 불을 지핀 연탄이 상에 얹히고 그 위로 먹장어가 불판 위에 놓인다. 막 잡은 먹장어인지라 아직까진 꿈틀꿈틀 움직임을 보인다. 그렇다고 가만히 두면 쉽게 타버리므로 정성스럽게 뒤집어 줘야 한다.

쌈 채소에 양념장과 장아찌 등을 곁들여 쌈을 싸 입에 넣으니 고소하고도 담백한 먹장어의 풍미가 한가득 들어찬다. 식감도 좋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무엇보다 먹장어 특유의 꼬들꼬들 씹는 식감이 참 중독성 있다.

이번엔 깻잎 덮개 찜에 손을 가져가 본다. 먹는 법은 구이와 비슷하다. 대신 찐 깻잎을 한 장 펼쳐서 그 위에 매콤한 고추 장아찌와 쌈장, 생강 등을 추가로 곁들인다. 참기름을 살짝 찍어주는 것도 잊지 말자. 쪄서 그런지 확실히 구이보다 부드럽다. 곱창과 비슷한 특유의 구수함이 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