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들의 삶 어르고 보듬는 생태 여행 ‘순천만’
생물들의 삶 어르고 보듬는 생태 여행 ‘순천만’
  • 배석환
  • 승인 2020.11.11 19:29
  • 호수 5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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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의 경치는 참으로 수수하다. 잔잔하게 사람 마음을 이끈다. 서정의 혁명이라 불리는 ‘무진기행’의 배경답다. 순천만 전망대에 올라 가만히 경치를 내려다보고 있자면 그간 고생했던 마음을 절로 위로받는 듯하다. 하지만 순천만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저 풍경 뒤에 가려진 삶에 있다. 

갯벌에서 뻘배를 타는 어부들과 뻘 곳곳을 누비는 짱뚱어와 게 그리고 철이면 찾아드는 200여종의 철새들.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라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순천만은 연안 습지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곳으로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에 깊숙이 들어간 만이다. 총면적이 2700ha나 되고 이 중 갯벌은 2160ha에 이른다. 거대한 면적만큼 굴, 바지락, 홍합 등의 조개류와 새우, 게, 쏙 등의 갑각류를 비롯해 짱뚱어, 광어 등의 다양한 어종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가을의 순천만은 꼭 생태적 가치를 제쳐두고라도 꼭 들러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갯벌 주변을 빼곡히 수놓는 갈대 군락을 보기 위함이다. 홀로 떨어진 섬처럼 갈대는 물길 사이사이에 터를 잡곤 바람에 일렁이며 장관을 연출한다. 바람이 한 번 불 때마다 갈대는 바람을 일일이 몸에 새기며 하염없이 흔들린다. 가을바람을 피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닌 눈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갈대밭 산책로가 끝나는 시점부터 전망대 코스가 이어진다. 십여 분간 코스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서서히 나무 사이로 순천만 습지의 전경이 슬쩍 드러난다. 곳곳에 붉은빛을 띤 염색 식물 군락지도 눈에 보인다. 가을을 가을답게 하는 건 바로 저 붉고 노란 색들이다. 

갈대도 갈대지만 무엇보다 붉은 칠면초가 제일 눈에 띈다. 바닷가 갯벌이나 염분이 많은 땅에서 군락을 이루는 한해살이풀로 초가을에 걸쳐 녹색으로 피었다가 붉게 물든다고. 어린 순의 경우는 나물로도 활용하여 먹는다고 한다. 

◆쫄깃한 식감 감칠맛 일품 ‘꼬막’

순천만의 명물을 하나 꼽자면 바로 꼬막이다. 마침 11월부터 다음 3월까지 꼬막이 제철이라고 하니 그 맛 한 번 안 보고 갈 수가 없다. 순천 일대를 돌아다니면 꼬막 전문집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웬만해선 다들 보통 이상은 하는 집들이다. 

워낙 좋은 품질의 꼬막을 직접 공수해와 조리하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사람이 제법 많은 맛집으로 들어가 꼬막 정식을 주문했다. 꼬막 탕수와 전, 꼬막 된장찌개, 꼬막 비빔밥까지 메뉴가 다양하다. 이토록 메뉴가 푸짐한데도 음식 하나하나 일품이다. 제철 맞은 꼬막은 살도 튼실하고 식감도 쫄깃하다. 꼬막 살 그대로 푹 삶은 고유의 풍미를 살려 먹어도 괜찮고 각종 채소와 고추장을 넣고 무침이나 비빔밥 등으로 쫄깃한 식감을 즐겨 먹어도 좋다.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꼬막 된장찌개는 얼큰하면서도 꼬막 특유의 개운함까지 더해져 감칠맛이 돈다. 비로소 완연한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맛이다.

◆순천만을 품은 일몰 와온해변

와온해변은 순천만의 동쪽 끄트머리인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에 위치한 해변으로 약 3km에 이른다. 반듯한 해변을 사이로 솔섬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있는데 학이 엎드린 모양이라 하여 학섬으로도 불리고 밥상을 엎어놓은 것 같다 해 상(床)섬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예전에는 섬 안에 주막이 있어 뻘배를 타고 조업을 나갔던 어부들이 목을 축이고 돌아왔다고 전해진다. 

이곳은 또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일몰 명소이기도 하다. 한산한 시간임에도 와온해변에 도착하자 사진기를 인 작가들이 꽤 보인다. 갈대밭과 갯벌, 칠면초, 순천만 특유의 풍경도 한 곳에 담겨 있어 비단 작가가 아니더라고 많이 찾는 관광 명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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