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국물, 포슬포슬한 식감 ‘우럭젓국’
담백한 국물, 포슬포슬한 식감 ‘우럭젓국’
  • 배석환
  • 승인 2020.10.28 18:50
  • 호수 5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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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감칠 맛 별미, 입안 가득 바다 풍미
우리바다 웹진(wooribadawebzine.co.kr)

우럭은 대표적인 국민 횟감 중 하나로 특히 탕으로 끓여 먹을 시 감칠맛이 좋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런 우럭을 태안 및 서산 일대에서는 내장을 제거해 포를 뜬 후 소금으로 절여 국을 끓여 먹곤 하는데 거기에 더해 감칠맛을 돋우는 새우젓으로 간을 하기만 하면, 비릿한 맛도 하나 없고 담백한 국물이 일품인 우럭젓국이 완성된다. 

◆으슬으슬한 가을철 생각나는 ‘우럭젓국’

서해안에 자리한 서산을 찾으면 으레 꼽히는 음식으로 주꾸미나 우럭 정도를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그중에도 서산 어민들이 즐겨 먹던 음식을 하나 꼽자면 바로 우럭젓국이다. 서산 사람들에게는 익히 먹어온 음식인지라 친숙하게 다가오지만 외부인들에게는 언뜻 낯선 이름일 듯하다. 우럭으로 끓인 음식이라면 겨우 매운탕 정도만 생각했을 텐데 뽀얀 국물의 맑은탕으로 조리되어 나오는 우럭젓국을 보고 나면 종종 북엇국과 헷갈리기도 한단다. 

우럭은 일반적으로 회로 많이 먹는데, 이곳 서산에서는 내장을 제거하여 적당히 간을 한 후 해풍에 말려 며칠간 건조를 시킨다. 그렇게 꾸덕꾸덕하게 말린 우럭포는 서산 어민들의 밥상에 빼놓지 않고 오른다.

우럭포는 먹기가 간편해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되었는데 구워도 먹고 찌거나 탕으로 끓여 먹는 등 그 활용도가 높았다. 더구나 소금으로 간을 한 덕에 두 달간 두어도 상하지 않아 제철을 넘겨서도 오래 두고 먹기에도 좋았다. 

그중 우럭젓국은 우럭 특유의 깊은 맛과 새우젓의 감칠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으슬으슬한 가을철이면 기운을 돋아주는 음식으로 많이들 먹는다고 한다. 우럭젓국의 기원을 따지자면 예로부터 서산 지역에선 제사상에 우럭포를 올리는데 제사가 끝난 후 그 우럭포로 국을 끓여 먹던 게 그 유래라고 알려져 있다. 말린 생선을 사용해서 단단한 조직감과 함께 비린 맛이 없어 입에 무리 없이 술술 들어간다.

향토음식답게 곳곳 우럭젓국을 내건 가게들이 즐비하다.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긴 한가 보다. 그중 눈에 집히는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부터 토속음식점이라는 안내판과 함께 특산물을 취급하는 음식점에 가면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유래와 효능이 적힌 문구도 곳곳에 붙어있다. 왠지 믿음이 간다.

조리하는 과정이 궁금해 슬쩍 주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우럭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살포시 얹고 시원한 국물을 내기 위해 무를 큼직하게 썰어 바닥에 깔아놓는다. 맑은 국물에는 역시 무가 빠질 수 없다. 그 위에 육수를 들이붓는데 뽀얀 국물이 신기해 여쭤보니 바로 쌀뜨물이란다. 예로부터 우럭젓국의 육수로는 쌀뜨물이 제격이었다고. 

육수를 내기도 간편하지만 무엇보다 별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풍미가 진해진단다. 담백한 국물이 심심하지 않도록 청양고추 몇 개도 송송 썰어놓고 맑은 국물에 빠지면 섭섭한 두부도 큼직하게 썰어 넣는다. 부족한 여분의 간은 새우젓으로 채운다.

우럭젓국을 한술 떠 입에 가져간다. 국물에 비릿한 맛이 하나도 없다. 우럭 특유의 감칠맛이 따듯한 온기를 안고 몸 깊숙이 퍼진다. 맛이 담백한 터라 남녀노소 무리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듯하다. 그렇게 국물을 몇 입 뜨는데, 옆에 음식을 드시던 다른 손님이 해장에 이만한 게 없다며 거든다. 그 말뜻이 이해가 간다.

우럭포의 살점을 젓가락으로 발라낸다. 꾸덕꾸덕하게 말려서인지 조직이 단단해 살을 바르기가 쉽다. 간도 되어있어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도 맛이 심심치 않다. 더욱이 청양고추로 국물을 내 칼칼한 뒷맛이 식욕을 돋운다. 담백한 국물이 가득 밴 큼직한 두부 한 점과 포슬포슬 살이 오른 우럭살을 얹어 먹으니 고소한 풍미가 가득 입안을 메운다. 밥 한 그릇이 우습게 들어간다. 쌀한 바람에 몸도 으슬으슬한 요즘 든든하게 우럭젓국으로 몸의 기운을 돋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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