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태안 몽산포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태안 몽산포
  • 배석환
  • 승인 2020.10.21 19:22
  • 호수 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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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 웹진(wooribadawebzine.co.kr)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욕구가 가을 단풍처럼 마음에 물을 들인다. 일상의 갑갑함과 책임을 필요로 하는 용무, 생활을 제쳐두고 멀리 벗어나고 싶어진다. 그럴 때 캠핑은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허비하듯 잠을 청하고 청명한 바람 소리를 듣고 그저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음식을 나눠 먹다 보면 자신을 옭아매던 근심들이 조금은 사소해진다. 깊어가는 가을 태안의 자연에 머물며 작은 위로를 받아보자.

태안 몽산포는 한적하다. 인적이 드물다는 말이 아니다. 유속이 세지 않아 파도가 거칠지 않다는 뜻이다. 파도는 그저 습관처럼 천천히 멀어졌다 다시 돌아오길 반복할 뿐이다. 간간이 갈매기 울음소리, 송림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바람 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가을빛을 진하게 받은 물 표면은 눈부시게 빛나고 아이들은 사방에 발자국을 새기며 백사장을 뛰어다닌다. 해변 풍경을 굽어보듯 길을 따라 송림이 빼곡히 우거져 있다. 그리고 그곳엔 매일 바쁘게 옭아매던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러 온 캠핑객들이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있을 만한 것은 다 있고 없어도 되는 것들은 적당히 없는 채로 짐을 풀어놓고 휴식을 취한다. 이 모두 몽산포를 이루는 모습이다.

몽산포는 캠핑객들 사이에서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자자하다. 캠핑 장소 역시 약 10여 곳에 이를 정도로 많다.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 담듯 마음이 닿는 곳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 아무리 가을이라지만 아직 가시지 않은 늦더위를 피해 소나무 숲으로 들어간 캠핑객들도 있고 가을철 선명한 하늘빛을 쬐러 백사장에 텐트를 친 이들도 여럿 보인다. 각자 자신만의 이유로 자연을 감상하고 머문다. 자연을 즐기는 데에 있어 정해진 방법은 없다. 그저 시간을 낭비하듯 즐기기만 하면 된다.

해변 주위를 느릿느릿 거닐며 마주치는 풍경을 눈에 담고 때로는 까무룩 낮잠에 빠져들기도 하다 보면 금세 배가 출출해지기 마련. 그럴 때 정성껏 포장해온 음식도 음식이지만 몽산포 어촌 주민들이 손수 어획한 수산물로 한 끼를 해결해보면 어떨까. 몽산포 해수욕장과의 거리도 불과 5분 정도밖에 안 되니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산시장이라고 해봐야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있을 건 다 있다. 간단히 손질해 조리해 먹어도 괜찮고 적당한 두께로 썰어 회로 즐겨도 괜찮다. 적은 인원이 먹기엔 아무래도 우럭이 좋을 듯하다며 친절히 일러준다. 인근 방파제에 걸터앉아 해안선을 바라보며 우럭 몇 점을 입에 가져가 본다. 우럭 특유의 찰진 식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저 멀리 해수욕장이 힐끗 보인다. 한없이 단조롭기만 한 해변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한껏 헝클어진 일상을 보낸다.

해변에서 하룻밤을 지냈다면 이번엔 숲속으로 깊이 들어가 보자. 마침 태안에는 인기 명소로 자자한 청산수목원이 있으니 이왕 태안에 들른 김에 함께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단연코 청산수목원의 인기 코스는 연꽃과 팜파스, 그리고 핑크뮬리다. 색색으로 물든 식물들은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색적인 경치를 자랑한다. 가는 곳곳마다 은백색의 팜파스가 기품있게 일렁인다. 바람이 일자 일제히 철새처럼 떼를 이루어 우수수 흔들린다. 천연의 색으로 물든 핑크뮬리 군락 또한 다채롭고 화사하다. 아니나 다를까 가족이며 인연들, 친구까지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다시 해변으로 돌아와 자연의 속도에 맞추어 게으름이라는 낭만을 즐겨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이런저런 걱정이나 두려움으로 뒤척일 필요도 없다. 더욱이 서두를 것도 조바심낼 것도 없다. 모든 게 정해진 계획에 따라 여러 상황과 이해관계에 맞물려 살아온 일상과는 전혀 다른 시간이다. 그렇게 몽산포 해변에서 해가 지고 뜨는 풍경을 베고 지긋이 잠이 들며 그간 일상에 치이느라 고단했던 몸과 마음을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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