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의 천생연분, 강원도 뚝지(도치)
김치와의 천생연분, 강원도 뚝지(도치)
  • 김상수
  • 승인 2010.12.29 22:27
  • 호수 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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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처럼 둥근데다가 배꼽(흡반)까지 있는 뚝지

▲ 거죽 무늬와 색깔도 제각각이다
심퉁이나 씬퉁이 혹은 도치 불리는 동해안 겨울별미거리가 있으니 바로 뚝지다. 헌데 이 뚝지라는 생선은 살 보다 알이 더 맛있다는 평이다.

게다가 김치와는 더없이 궁합이 잘 맞아 알탕을 끓여내는데 제맛 든 묵은김치가 없으면 시쳇말로 헛방이요, 고성에서 양양에 이르는 해안가 횟집에서 뚝지알탕을 찾아도 역시 헛방, 꼭 ‘도치알탕’을 찾아야 한다.


공인 듯 풍선인 듯 묘한 생김새에 배꼽까지

뚝지의 몸체는 타원형이면서도 전체가 부풀린 풍선인 듯 둥글다. 꼬리부분으로 갈수록 급격히 가늘어지는 묘한 생김새인데 약이 바짝 오른 복어와 비슷하다.

게다가 배 한가운데 있는 배꼽이라니. 실은 배꼽이 아니라 흡반인데, 이로써 바닷속 갯바위에 착 달라붙은 뒤 바위의 일부로 위장하여 천적으로부터 제 몸을 보호하고, 웬만한 파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공인 듯 둔한 움직임을 이 흡반으로 보완하는 것이랄까.

▲ 동해안의 겨울음식 도치알탕
동해안 뚝지는 수심 100미터에서 200미터 안팎의 깊은 바다 속에서 사는데, 한 겨울철이 산란기여서 요즘 동해안 연안으로 몰려들기 시작해 주로 바닷속 갯바위 부근에 알을 낳아 붙이고는 한다.

어쨌거나 생선답지 않게 배꼽이 있고, 그 배꼽으로 앞 바다 바위틈에 달라붙어 고작해야 바닷가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던 뚝지. 생긴 것을 두고 제 대접 해주지 않는 것은 어업인들도 마찬가지였다던가.

자망, 정치망은 물론이려니와 주낙에 대롱대롱 매달려 오를 정도로 흔했기에 곧바로 바다로 던져버리거나 배 위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져서 이리저리 굴려지다가 쓰레기로 전락하기 예사였기 때문이다.

이런 뚝지가 몇 년 전부터 귀한 몸으로 격상했다. 요즘 동해안 횟집에 붙은 도치(뚝지를 강원도에서는 도치라 부른다)알탕 값은 ‘시세’. 그날그날 값이 다르다는 얘기다.

▲ 뚝지잡이 자망어업인
꼼치와 함께 못생긴 겨울생선에 들지만, 뚝지 역시 맛만은 겉보기와 다르다. 특히 도치알탕은 동해안 겨울 별미거리로 견줄 게 없다 할 정도다. 이 도치알탕에는 반드시 잘 익은 김치가 들어가야 제 맛이 나는데, 요리방법은 너무도 간단하다. 알 밴 도치 한 마리와 묵은김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속초 아낙네의 말을 빌려보자. “알이 밴 도치의 배를 갈라 알과 내장을 빼내 따로 준비해 놓고, 몸체는 뜨거운 물에 4~5분 가볍게 데친다. 데쳐낸 몸체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놓는다.

큼직한 냄비에 알과 썰어 놓은 살점을 한데 넣고, 시큼한 김치도 숭숭 썰어 넣어 고루 주물러 알을 섞은 다음, 물을 약간 붓고 그대로 끓이기만 하면 되고 잘 섞지 않으면 알이 서로 엉겨 먹기 나쁘니 이 점만 조심하면 된다”

▲ 위판장에 부려진 뚝지
덧붙이기를 음식점 등에서는 보기 좋게 파, 마늘 등을 넣기도 하지만, 김치에 모든 양념이 들어 있어 다른 양념은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던가. 게다가 양까지 푸짐하고 졸깃하게 씹히면서 도 시큼한 김치와 한데 어우러져 비린내가 전혀 없고, 톡톡 터지며 씹히는 알 맛 덕에 애들도 좋아라 한다.

동해안 아낙네들은 주로 알탕을 끓여 상에 올리지만, 그 육질은 아귀와 같이 부드러우면서 졸깃한 맛을 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말려 두었다가 찜을 해먹으면 겨울 반찬이나 안주거리로 제격이다.

이런 뚝지는 양력 12월부터 이듬해 2월경까지가 제철. 음력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살이 빠지고 뼈가 억세져 제맛이 나지 않는다니 새해 일출여행지를 동해안 어촌으로 선택했다면 부러 고성과 속초 등으로 찾아가 맛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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